6월 9일,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의 공동 주최로 유로 2012가 시작되었다. 16개 유럽 국가가 펼치는 또 하나의 월드컵. 한 경기가 치러질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밤을 새고, 다음 날이면 골을 넣은 선수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리고 기사가 쏟아진다. 그 인기 때문인지 올레 TV와 다음은 유로 2012 전 경기 제공을 선언하기도 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유로 2012를 시청한다. 그렇다보니 경기가 열리는 밤이면 트위터와 페이스북에는 경기를 기대하는 이야기와 경기 실황이 끊이지 않고 올라온다. 


유로 2012의 인기 비결
 
우리나라 선수가 나오지도 않고 유럽에 큰 인연이 있는 국가도 없는 우리나라에서 유로 2012가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은 무엇보다 ‘재미’를 꼽는다. 이번 유로 2012 경기의 반 이상을 시청한 20살 강하람 씨는 “유럽 축구가 긴장감이나 팽팽함 면에서 다른 축구 경기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에 재미있어서 본다”고 답했다. 시험기간에도 종종 유로 2012를 챙겨봤다던 20살 백기문 씨도 “재미있기 때문에 본다. 그게 다다”라고 간단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 재미는 대부분 빠른 경기속도, 개개인의 뛰어난 능력, 팀웍이 맞는 패스, 계속되는 골 기회 같은 곳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축구 선수를 따라 유로 2012를 보는 경우도 있다. 평소 축구 경기를 즐겨보고 축구 게임까지 섭렵한 20살 황현택 씨는 “경기 자체도 재미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선수, 유명 선수들이 나와 서로 경쟁하는 것 자체가 큰 즐길 거리다”고 답했다.  

 
스토리도 높은 인기에 한 몫 한다. 최근에는 유럽연합에 닥친 경제위기와 맞물려 새로운 이미지가 깔렸다. 특히 '채권국' 독일과 '채무국' 그리스 간의 경기는 화젯거리였다(그 경기는 '채권국' 독일이 4-2로 승리했다). 게다가 예부터 유럽 국가 사이에 있는 신경전들과 라이벌 구도와 유로 컵의 깊은 역사까지 뒷받침하니, 이런 저런 스토리가 생기는 건 당연한 결과다. 그렇다보니 유로 2012의 축구 경기는 높은 축구 실력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이야기까지 겹쳐져, 단순히 하나의 축구 경기가 아니게 돼버렸다.

 


 
불안한 한국의 축구 구조와 더 불안한 K리그

안타까운 점은 이런 관심이 축구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유로 2012’에만 몰린 관심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K리그는 관심이 없다가 A매치, 월드컵에는 다른 나라보다 훨씬 광적인 반응을 보여 국내외에서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게다가 이번엔 유로 2012에 밀려 A매치마저 찬밥신세였다. 유로 2012 경기와 겹친 날, 우리나라는 카타르와 월드컵 예선 경기를 벌였다. 하지만 중계는 지상파가 아니라 종편의 JTBC로 돌아갔고, 시청률은 2.38%에 불과했다. 대신 KBS는 같은 시간에 개막전인 폴란드와 그리스 전을 방송했다. 이에 대해 대표 선수 기성용도 자신의 트위터에 “대표팀 경기가 공중파에 없다는 건 처음 본다. 유로만도 못한 건가. 안타깝다”고 글을 남기기도 했다. 유로 2012라는 거대한 행사의 개막전이란 점과 공중파 3사는 “터무니없이 비싼 중계료” 탓에 대표팀 대신 유로 2012를 방영했다고 밝혔지만, JTBC는 15억에 중계권을 가져갔고 공중파는 수십억 이상을 들여 유로 2012 중계권을 가져갔다.  
 
그나마 A매치는 지금까지는 늘 흥행에 성공했지만, K리그는 예전부터 깊은 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2011년 프로야구의 개막 날과 둘째날의 경기는 케이블을 포함해서 4개 사, 2개 사가 겹쳐 중계한데 비해 K리그는 2009년 당시 리그 컵 4강전도 중계가 없었다. 관중 수도 문제다. 2009년 정규리그 평균 관중은 1만 1185명으로 집계 됐다. 예전에 비해서 감소된 수치일 뿐만 아니라 매진을 계속 기록하는 프로야구에 비하면 부족한 수치다. 

 
K리그를 볼 가능성이 있는, 축구 광팬을 자처하는 이들도 K리그 경기를 본 적은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다. K리그를 보지 않는 이유는 유로 2012를 챙겨본 백기문 씨가 답변했듯이, “일단 중계자체가 거의 없다”는 점도 있지만 유로 2012의 인기비결과 마찬가지로 ‘재미’가 가장 큰 이유였다. 너무 많은 반칙이 선언되어 속도감이 떨어지고, 유명한 스타가 없다는 것이다.


K리그의 가능성


불안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아직 K리그에게도 발전의 가능성은 있다. 올해 축구리그를 전문적으로 방영하는 SPOTV+가 8일 개국해 K리그를 생중계하고, TV조선은 K리그 중계권을 사서 K리그를 중계하고 있다. 

<미디어스>에서 <다시한번, K리그를 말하다>에서 지적했듯이, 지난 5월 5일에 KBS에서 중계한 울산과 전남의 경기는 1.6%의 시청률과 4%의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KBS에서 평일 중계한 야구가 1.7%의 시청률과 3%의 점유율을 기록해 K리그가 TV중계에서 야구에 비해 크게 밀리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다. 

K리그 최대의 라이벌전으로 꼽히는 서울 수원의 경기의 경우, 올해 4만 8천명의 관중을 기록하기도 했다.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경우 시즌 티켓을 2만 장 이상 판매하는 저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 그룹 '다이나믹 듀오' 최자 트위터

                                    
K리그가 유로 2012가 끝난 후를 책임지길 

유로 2012는 7월 2일까지 열린다. K리그 또한 유로 2012와 마찬가지로 6월 말까지 리그 경기가 예정되어 있다. 앞으로도 K리그가 유로 2012와의 경쟁에서 밀릴 것이란 건 어찌보면 당연한 사실이다. 유로 2012의 거대한 인기 비결은 K리그가 아직 가지지 못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유럽인들은 “늘 월드컵 기간이고 유로 2012 기간이다”고 말한다. 월드컵이 끝나고 유로 2012가 끝나도 그들이 일상 내내 즐기는 리그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월드컵과 유로 2012가 끝나도 사람들이 축구를 즐기는 때가 오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