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입을 맞춘 듯 5.16 쿠데타를 되새김질 하는 현상은 그리 파격적이지도 새롭지도 않다. 5.16은 그 자체로서 한국 사회의 제일 큰 논쟁거리였고 5.16을 옹호하는 입장은 줄기차게 박정희 정권의 성과를 언급했다. 이제는 대부분의 국민이라면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다. 쿠데타로 ‘볼 수’ 있지만 박정희 정권이 이뤄낸 비약적 성장 때문에 단순한 쿠데타로 볼 수 없다는 논리.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극도로 혼란스러운 국내 상황을 청산하고 북한으로부터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했다는 논리. 결국, 두 문장을 종합해서 더욱더 단순하게 말하자면 결과적으로 좋았으니 쿠데타로 매도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민주주의에서는 과정이 중요한데 정권을 잡는 과정이 어찌 됐든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이 안된 것”이다. 언제부터 민주주의가 결과와 성과를 위한 체제가 되었나. 민주주의는 시작부터 정당성과 과정을 위해 태어난 체제다. 결과와 성과를 위해 과정을 희생해도 된다는 논리는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말처럼 자유민주주의의 근본을 무시하는 처사다. 그럼에도 5.16을 옹호하는 주장들은 근본을 무시하고 계속 현실적 요건 혹은 역사적 상황을 들먹이며 5.16을 치장하려 한다. 그러나 그들 말대로라면 현실적 요건과 상황에 따라서 민주주의는 언제라도 독재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쯤 되면 민주주의란 단어를 쓰는 것 자체가 민망스럽다.
ⓒ연합뉴스
결국, 시선이 쏠리는 곳은 박 전 위원장이다. 근 몇일 간 캠프 내 주요 인물들이 5.16 옹호 발언을 쏟아내는 데, 박 전 위원장은 일언반구도 없었다. 2007년, 박 전 위원장의 ‘5.16은 구국의 혁명’ 발언이 생각나는 지점이다. 과연 박 전 위원장은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 것인가. 5년 전과 같은 생각을 유지하고 있기에 말을 아끼는 것인가. 아니면 그전과는 달라졌지만 평소와 같이 신중히 말하기 위해 생각을 가다듬고 있는 것인가. 부디 박 전 위원장의 생각이 후자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고 박 전 위원장은 그 나라의 유력한 대선주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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