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가 런던 올림픽을 기념해서 전국 매장에서 ‘도전 60초 서비스’를 이벤트를 실시한다. 메뉴 주문 후 60초짜리 모래시계를 통해 시간을 재면서, 제품을 전달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60초를 초과할 시 새로 나온 감자튀김 메뉴 교환 쿠폰을 제공하는 행사다. 오늘부터 다음달 15일까지, 한 달간 오후 12시~1시, 오후 6시~7시 사이에 행사가 진행된다. 소비자들로선 상당히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맥도날드에 일하고 있는 알바들은 갑자기 높아진 노동 강도에 곤혹스러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패스트푸드 업체인만큼 소비자들에게 최대한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도는 좋다. 그러나 인원 보강이나 조리 시스템 개선을 통한 구조적인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서비스 개선을 도모한다면, 그것은 노동력 착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노동자들이 더욱 바쁘게 일하는 것 외에는, 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맥도날드에서는 한 달 동안, 가장 바쁜 시간대인 점심, 저녁 시간대에 아르바이트생들이 평소보다 빠르게 음식을 전달해야 한다. 한 달 동안 인력을 늘리거나, 제조 시스템을 바뀌지 않는다면, 그 수고는 고스란히 아르바이트들의 몫이 될 게 뻔하다.

 

과거 큰 논란이 되었던 ‘피자 30분 배달 보증제’를 떠올려보자. 맥도날드 60초 서비스와 비슷하게, 주문과 동시에 30분만에 배달하지 않으면 가격을 할인하거나 무료로 준다는 이 제도는 한 때 피자 업계의 자랑스러운 마케팅 전략처럼 비춰지곤 했다. 그러나 실상은 30분 안에 배달을 해야 하는 배달노동자가 급하게 서두르다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고, 2010년에만 3명의 피자헛 배달노동자가 사망했다. 노동자의 노동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무리한 서비스 정책이 화를 자초한 것이다. 정작 이 제도를 먼저 시행한 미국 도미노피자에서는 배달 노동자의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95년도에 폐지했다. 즉, 이 제도가 한국에 들어올 때는, 기업체에서는 '30분 배달 보증제'를 할 경우배달 노동자가 얼마나 위험한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질 좋은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생색을 내면서, 노동자를 착취한 거나 다름없다.

얼마전에 있었던 스타벅스 ‘해피 아워’행사도 마찬가지다. 지난 4월, 스타벅스에서는 1주일간 프라푸치노 제품을 오후 3시부터 5시 사이 반값에 할인하는 행사를 했다. 프라푸치노는 커피점 아르바이트들이 가장 만들기 까다로워하는 음료다. 만드는 절차도 다른 음료에 비해 복잡하지만, 만들고나서 믹서를 일일이 세척해야 하기에 시간이 많이 소비되기 때문이다.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주문 속에, 아르바이트들은 2시간동안 끊임없이 프라푸치노를 만들어야 했다. 이것 역시 아르바이트를 착취하는 형태로 진행될 수 밖에 없는 행사였다. 회사측에서는 마케팅 차원에서 이벤트를 시행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일선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는 수당도 받지 않은 채 과중한 노동을 견뎌내야만 했다.

피자업체의 ‘30분 배달 서비스’나, 스타벅스의 ‘해피아워’와 같이 맥도날드의 ‘60초 서비스’도 노동자들을 더욱 많이 일하게 해서, 생색을 내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맥도날드에도 뜨거운 조리기구가 많은 이상, 평소보다 빠르게 일하다가 화기에 의한 사고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맥도날드 측에서는 2012년 런던 올림픽 열기를 매장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된 행사라고 밝혔지만, 음식 만드는 일이 스포츠는 아니지 않은가. 소비자들에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답시고, 노동자에게 일방적인 고통을 요구하는 행태가 참으로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