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개교 72주년을 맞이하는 박문여자중·고등학교 이전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인천 동구에 위치한 박문여자중·고등학교는 일제 강점기인 1940년 여성교육을 위해 설립된 학교로 2005년과 2007년에 안정등급이 위험시설로 평가될 정도로 시설이 노후되어 있다. 학교는 결국 인천 송도 국제도시로 이전을 결정하고, 현재 이전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지역주민들과 동구의회측이 강력하게 반대의사를 표하고 있어 그 절차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구도심에 속하는 동구에서 박문여자중·고와 같은 명문 고등학교가 이전할 경우 구도심의 공동화 현상을 가속화시켜 인구 유출과 지역 경제 위축의 문제점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998년 인천여고와 대건고의 이전이 동구의 공동화 현상을 가속화하게 만든 원인으로 지적되는 상황에서 박문여자중고등학교의 이전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분명히 지역사회에 학교라는 공공재가 차지하는 영향은 막대하다. 허나 이번 이전 논란에 대해서는 노후된 학교에서 공부를 해야 하는 학생들의 교육권을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한다. 건축된 지 56년이나 지난 낡은 건물에서는 원인 모를 누수발생이 잦으며, 전기 배선 공사도 어려워 다양한 기자재를 활용한 교실 수업이 원활하지 못하다. 학생들이 이상적인 수업을 받기에는 지금의 학교는 문제가 있으며 더 이상 부분적인 보수만으로는 이를 해결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렇듯 학교 이전이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이전 반대 측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하고 있다. 이들은 학교이전에 대한 원인을 ‘노후된 학교시설’에서 찾기보다는 ‘재단의 이기적인 영리목적’에서 찾고 있다. 지난 7월 8일, 반대 측에서는 학교가 학교시설 보수에 대한 의지도 없고 이에 관해 교육청과 소통하나 없다는, 그러니까 이전에 다른 의도가 있다는 사실을 유인물로 배포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전 반대측이 열악한 시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또한 반대 측은 학교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한다는 것은 지역의 인재양성과 지역발전을 포기하는 행위라고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박문여자중·고등학교 이외에도 다수의 학교들이 바로 옆에 있으며 학교측에서는 이전후 스쿨버스를 통해 학생들의 통학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상태이다. 그리고 박문여자중·고등학교의 각 반의 정원수가 이전에 비해 절반가량 줄어든 상황에서 지역의 인재양성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애초에 지역사회에서 박문여자중·고등학교에게 ‘인재양성’을 언급할 정도로 기대가 컸으면 학생수가 감소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박문여자중·고등학교의 이전은 불가피한 일이 되어버렸다. 반대 측이 어떠한 주장을 내세워도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56년이나 지난 학교에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물론 학교측에서도 지역사회가 원하는 방향을 고려해 서로 win-win하는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방향에서도 학생을 가장 최우선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