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끝이 보이고 있다. MBC 노조가 지난 130일 시작해 6개월을 넘게 지속한 파업을 중단하고 현장으로 복귀했다. 지난해 말 국민일보 노조의 파업을 기점으로 시작한 언론노동자들의 파업이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결과는 조금 부실하다. 사측과 협의를 하고 복귀한 곳도 협의를 못하고 복귀한 곳도 있다. 나아가 사측과 협의를 했지만 협의 사항이 잘 이행되고 있지 않은 곳도 있다. 이번 언론노동자 파업은 반년이 넘어간 장기 투쟁이자 많은 언론사가 참여한 연대 투쟁이었다. 들어간 노고에 비해 종합적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닌 셈이다. 그럼에도 이번 파업이 갖는 의의는 충분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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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시민들의 인식이 변했다. MB정권 5년을 겪으며 민주주의에 대한 소중함을 인식했듯이 언론사 파업을 지켜보며 시민들도 공영방송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다. 파업 장기화에 따라 예능 방송이 결방돼도 시민들은 노조를 탓하지 않았다. 상황을 이렇게 만든 방송사 사장들을 욕했다. MBC 대표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이 결방하는데도 불구하고, 김재철 사장이 물러나기 전까지는 방송을 재개하지 말라며,언제까지든 기다리고 있겠다는 시민들의 격려여론이 높았다. 또한 김 사장 구속 촉구 서명에 시민들이 몰리고 밥차 응원혹은 대규모 플래시몹으로 언론사 파업을 격려했다. 모두 인식 변화의 결과물들이다.

정치권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새누리당은 그간 공영방송 낙하산 사장에 대한 비판에도 가타부타 말을 하지 않았다. 모르쇠로 일관하며 상황을 이 지경까지 끌고 와놓고도 변화의 기미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랬던 새누리당도 이번 언론사 파업을 계기로 변했다.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밝힌 것이다. 거세진 여론을 감안한 새누리당이 김 사장의 퇴진과 국회 청문회 개최에도 공감했다는 사실은 의미가 있다. 그 동안, 유력한 대선주자로 꼽힘에도 침묵을 유지했던 박근혜 의원이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논해봐야 한다고 말한 것도 주목해야 한다. MB 정권 5년 동안, 한결 같았던 정치권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다.

물론, 의의와 미래는 다르다. 언론사 파업이 남긴 의의와 달리 확실한 결과물이 없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인식 변화와 정치권의 변화가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섣부른 낙관론은 금물이다. 그러나 불확실한 미래는 앞으로 전개에 따라 언제든 확실해질 수 있다. 언론사 파업이 끝났음에도 각 언론사 노조는 이미 새로운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조는 711일 사측의 편향 보도를 비판하며 다시 싸움을 시작했고 국민일보도 사측의 지면 사유화에 대응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 나아가 정영하 MBC 노조위원장도 17일 기자회견에서 "파업이 현장 투쟁으로 바꾸는 것 뿐, 이제 일상적인 업무를 통해 김재철 사장 퇴진 목표를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파업은 끝났으되 끝난 게 아니다. 이번 파업이 남긴 의의를 통해 새로운 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언론사 파업, 끝이 아니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