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일간지 경제면을 CD금리 논란이 도배하고 있다. CD(Certificate of Deposit. 양도성예금증서)란 시장에서 양도가 가능한 정기예금증서를 말하며, 은행에서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고 투자자가 투자 목적으로 매입한다. CD에 적용되는 CD금리는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등의 가계대출 금리와 연동되어 있어, 가계 금융에 있어 중요한 지표로 간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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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금리가 문제가 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그 중요성에 비해 CD금리 자체가 지표로서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CD 시장 자체가 축소되어 고작 2조원대의 유통시장에 불과한 상황인데, 이것의 금리를 바탕으로 한 대출 시장이 324조원에 달하는 주객전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CD금리는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일반 가계의 경제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어 서민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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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CD금리의 소홀한 관리로 인해 가계가 금리 차별을 받는 등 피해를 받아왔다는 사실이다. 최근 시중금리가 하락으로 인해 기업대출 금리는 2011년 5월 5.98%에서 올 5월 5.74%로 떨어졌으나, 가계대출 금리는 5.46%에서 5.51%로 오히려 상승했다. 단기대출 금리인 CD금리가 3년짜리 장기 국고채 금리보다 높은 ‘금리 역전’ 현상도 나타났다. 돈을 더 오래 빌릴 경우 금리가 더 높은 게 자연스럽다는 것은 상식적인 이야기다. 그러나 CD금리의 지나친 경직성이나 CD금리에 대한 증권사의 주먹구구식 책정 등으로 인해 시장 상황을 CD금리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왔고, CD금리에 대한 은행의 ‘짬짜미’ 담합 의혹까지 일고 있다. 이러한 정황들은 고스란히 가계의 손해로 돌아갔다.

CD금리를 대체할 대안적 지표에 대한 요구는 2010년 이후로 지속되어 왔으나, 정부는 거의 손을 놓고 있다시피 한 상황이다. 2011년 하반기에서야 대체 지표금리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정부는, 그 이후에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허둥지둥하고 있다. 대출 지표금리 개발에 무성의한 은행들의 태도에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나섰지만 이번에도 금융계, 경제신문 등의 반발에 부딪힌 상태라 상황이 반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파격적으로 기준 금리를 인하하는 등 기업 문제에는 적극적으로 반응했던 정부와 같은 정부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생각해 보면 한국은 어떤 나라인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편향된’ 슬로건을 자랑스럽게 내걸고 서민 경제를 외면해 온 나라였고, 또 그러한 MB정권이었다는 점을 생각해 봤을 때 아주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서민 경제가 망하면, 잘 나가는 기업도 있을 수 없고 국가 경제도 살아날 수 없다는 것은 기본 상식이다. 이러한 기본적 경제 원칙을 인지하고 있다면, 정부는 하루 빨리 카리스마적인 모습으로 금융권의 탐욕을 정리해야 한다. CD금리로 인해 서민들이 입고 있는 피해가 조속히 종결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