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선 출마설이 다시 한 번 고개를 들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9일 출판한 자신의 저서 <안철수의 생각>을 통해 대선 출마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기 때문이다. 국정 현안들에 대한 자신의 의견과 정책적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는 책의 내용은 마치 ‘대선 공약집’을 보는 듯하다. 도서 출간과 함께 선거를 준비하는 기존 정치인들의 전략과도 똑 닮아 있다. 게다가 박근혜, 문재인 등 유력 대선 주자들이 출연해 화제가 됐던 SBS <힐링캠프>에도 출연하기로 해 사실상 안 원장의 대선 행보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변화의 아이콘은 대선 주자로서의 안철수 원장을 설명하는 그럴 듯한 수식어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양분해온 구태의연한 국내 정치에 반감을 갖고 있던 국민들이 새로운 대안으로 안철수를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 원장은 지난해 9월, 10.26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 출마 의사를 내비치면서 갑자기 정치권의 거물로 떠오른 바 있다. 정치 경험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안철수연구소를 이끌어 온 그의 리더십과 청렴한 인품으로 인해 단숨에 지지율 1위에 올랐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후보 단일화를 통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탄생했고, 안철수 원장은 대선 주자로 언급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가 국민들에게 보여준 모습만으로는 ‘안철수는 다르다’는 명제에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일단 <안철수의 생각>이 출판되기 전까지 국정 현안에 대한 그의 시각에 대해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대선이 150여일 앞으로 다가오는 시점까지도, 학교 안에서 교수의 업무를 수행하며 조용함을 유지했다. 대선에 출마할 것인지 아닌지 속내를 알 수 없다는 시각도 팽배했다.

<안철수의 생각>을 통해 그의 가치관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되었지만, 안철수가 정말 기존의 정치인들과는 다른 ‘변화’인지 확신하기는 오히려 어려워졌다. 책의 내용은 복지, 경제민주화, 대북정책, 사법개혁, 한미FTA, 제주 해군기지, 천안함 폭침, 북한 인권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의 내용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안철수 원장의 의견을 자세히 뜯어보면 ‘매우 상식적인 수준’에서 시사에 관심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할 만한 수준의 의견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다른 대선 주자들의 정책안을 통해서, 총선 때 나왔던 수많은 당 차원의 공약을 통해서 접해 보았던 내용이다.

여기에 더해, 아직 증명되지 않은 안 원장의 국정 수행 능력이 그의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안철수연구소를 이끌었던 경험과 정치를 이끌었던 경험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대선 주자들이 전면으로 뛰며 대선 전초전에 나섰던 총선 때도 안 원장은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상황이다. 대통령이라는 직위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후보 개인뿐 아니라 그를 둘러싼 인적 네트워크와 그들의 능력까지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아직 의문점이 남아 있다.

안철수 원장은 분명히 다른 인물이다. 기성 정치인들과 같이 정당 정치를 통해 발굴된 인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또 여러 가지 개인적인 면모들에서 외면적으로는 분명히 그렇다. 하지만 진정으로 대선 주자로 뛰려고 한다면, 국민들에게 희망을 보여주고자 한다면 이제는 그의 내면의 진짜 ‘다름’을 보여주어야 한다. 다른 정치인들이 내놓지 않는 참신한 정책 대안을, 다른 정치인들이 보여주지 않는 강직한 정책 실행력을 안 원장이 보여주기를, 그가 ‘진짜’ 대안이 되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국민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