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4일, 대구 참여연대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했다. 계명대학교의 채플의무화가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계명대의 채플 강요는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말하며 계명대학교가 학칙으로 정한 전학생 채플 참석 의무화가 헌법상 학생들의 종교적, 양심적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논란은 최근 2012년 계명대에 입학한 박 모 학생이 ‘강제 채플수업 폐지’를 주장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학생에 따르면 자신은 계명대 입학 전 학교 측으로부터 채플 수업과 관련된 어떠한 언급도 듣지 못했음에도 학교 측은 학기 시작과 동시에 매주 1회 채플 수업에 의무적으로 참석할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또한, 채플에 참석한 학생들에 대해서도 예배와 찬송가 부르기, 율동 등 종교 활동을 강요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출석을 인정하지 않는 등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채플에 관한 논쟁은 계명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는 숭실대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1995년 숭실대 법학과에 재직 중이던 한 학생이 6학기 동안 채플 이수를 졸업요건으로 정한 학칙이 종교의 자유를 침범한 것이라며 ‘학위수여이행청구소송’을 법원에 제기한 것부터 2006년엔 숭실대 학생 두 명이 채플 의무 이행에 반대하며 학교에 학칙 개정을 요구하고 교육부에 시정명령청구서를 제출한 것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숭실대학교는 기독교 정신에 바탕을 둔 진리와 봉사를 교육이념으로 한다. 학교의 뿌리가 기독교에 있다는 점에서 그 정체성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방식의 측면에서 의무채플이행은 옳다고 볼 수 없다. 채플이 의무성을 띠게 되면서 비기독교인 학생에게도 강제적으로 기독교적 교리를 강요하게 되고 학생의 시간을 뺏는 등 학생 개개인의 자율권을 침해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숭실대 행정학부에 재학 중인 황성현(가명)씨는 “채플의 문제점은 그 내용이 아니라 강제성이다. 최근엔 내용이 다양해져서 좋을 때도 있지만 강제적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채플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다. 따라서 채플에 참석하는 것을 학생의 자유에 맡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사회복지학부에 재학 중인 우민욱(가명)씨는 “숭실대는 일제강점기 시절 신사참배를 거부하여 잠시 폐교한 역사가 있다. 이러한 역사를 지닌 학교가 지금은 비기독교 학생에게 기독교정신을 강요하고 있다. 이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부분의 기독교 학교에서는 “종교재단에서 설립한 대부분의 학교들은 채플과 같은 종교 관련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며 “기독교 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도 미션스쿨이라는 점을 알고 입학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물론, 어떤 대학교에 가느냐는 개인의 자유라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고등학교 까지만 졸업한 사람들은 직장을 얻을 때 선택의 기회가 제한되고, 승진에서도 상당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차별받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기독교 학교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은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을 때 생기는 여러 가지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채플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독교 학교에 입학하기도 한다. 대학 선택의 기준에 있어 학교의 네임밸류, 자신의 적성, 특기 등이 가장 중요시되지 채플의 여부는 애초에 기준이 되기 힘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기독교 대학에서 말하는 ‘대학 자유선택’의 개념은 최소한 우리나라에서는 형식뿐인, 명목상의 개념이다. 이미 입학한 학생에게 “너의 책임이야.”라고 말하는 것은 기독교 학교의 무책임함을 증명하는 일인 것이다.

이에 대학이 본래의 목적을 상실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해야 학생에게 더 나은 교육을 할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게 설령 채플을 반대하는 일이라도 말이다. 그 방법으로 채플을 교양필수과목이 아닌, 교양 선택과목으로 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는 의무채플을 시행하려는 학교 측과 개인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학생 모두에게 좋은 방안이 된다. 먼저, 학교 측에서 살펴보면, 채플의 내용을 그 본래 취지에 맞게 이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기독교 학교에서는 문화채플의 양을 갈수록 증가시키고 있다. 이는 비기독교인 학생들을 포용하기 위해 학교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뮤지컬, 연극, 국악 등의 내용을 담은 문화채플은 기독교 정신을 온전하게는 담을 수 없다. 다시 말해, 본래 채플은 기독교정신을 토대로 설립된 대학에서 교직원과 학생들이 함께 신에게 경배하기 위해 마련된 것인데, 현재 시행되고 있는 문화채플은 ‘신에 대한 경배의식’이 예전보다 퇴색되었고 갈수록 이러한 정신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에 채플을 교양 선택과목으로 지정할 시 그 경배의식을 더 확고히 하여 학교의 정체성을 지키기 쉽고 학생들의 자율성까지 지킬 수 있다.

숭실대 한경직기념관


1896년, 미국 하버드대에서는 학생들의 자율성을 인정하여 의무 채플을 중단하고 매주 20분씩 60여 명의 학생들이 자유롭게 채플을 이행하게 하였다. 또, 일본 도시샤 대학에서는 1960년대에 교내 예배 선택권 제도를 마련해 채플을 학생들의 선택에 맡긴 사례가 있다. 두 대학 모두 학생들의 종교적, 양심적 자유를 인정하여 채플을 의무가 아닌 선택과목으로 지정한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 두 대학이 의무채플에서 벗어났음에도 그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나라 기독교 대학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준다. 대부분의 기독교 대학에서 학칙으로 정하고 있는 의무채플이행을 없애고 채플을 선택 과목으로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독교 학교는 진정한 경배의식으로서의 채플을 이루고 학생들은 종교적 자유와 양심적 자유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