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태!환! ”, “ Park! “

미국에서 펠피쉬(fish)로 불리는 마이클 펠프스와 중국의 수영스타 쑨 양을 떠올리게 하는 외국인들이 박태환에 분노를 표출한다. 경기에서 박태환에게 진 듯하다. 이후, 우스꽝스러운 표정의 아나운서가 등장해 “매일 뭘 먹길래?”라고 말하며 박태환의 힘의 원천을 궁금해한다. 그리고, 박태환의 춤이 시작된다.

“밥바라바라바밥, 햇반! 햇반!, 밥바라바라바밥”


국가대표 마린보이로 불리고 있는 박태환의 두 번째 햇반 광고이다. 이번 광고에서 박태환은 박진영의 인기곡 ‘허니’의 가사를 개사한 일명 ‘햇반송’과 함께 귀여운(?) 춤을 선보인다. 언뜻 보기에도 매우 어색하다. 가수 박진영이 박태환에게 직접 허니춤을 강습하여 화제가 된 이 광고는, 광고 한 달째에 접어든 지금 다른 의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바로, ‘오그라들기’ 때문이다. ‘물체가 오목하게 안쪽으로 휘어져 들어가다.’란 뜻의 ‘오그라들다’는 말은 최근 ‘보기 민망할 정도로 창피하다.’란 의미로 쓰인다. 그런데, 박태환의 광고가 ‘오그라듦의 전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디 KODKKE39인 네티즌은 “보고 있으면 기분이 이상해지는 광고다.”고 표현하고, 아이디 snsn인 네티즌은 “도저히 못 들어주겠다.”고 표현하는 등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광고 속 박태환의 모습을 ‘오그라든다’고 표현하고 있다. 수영모를 쓰고, 운동복을 입고, 헤드폰을 낀 채, 어색한 허니춤을 추는 박태환의 모습이 보기에 매우 민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광고는 예전에도 많이 있었다. 그 중, 가수 조성모를 ‘조매실’로 불리게 한 ‘초록매실’ 광고와 배우 이준기가 ‘석류청년’으로 열연한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 광고가 대표격으로 꼽힌다. 특히, ‘초록매실’ 광고 마지막에 조성모의 대사인 “널 깨물어 주고 싶어.”와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 광고 2편에서 이준기가 말하는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어.”란 대사는 지금 들어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을 감출 수 없다. 하지만 당시 ‘초록매실’을 출시한 웅진식품과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를 출시한 롯데칠성음료는 광고 덕을 톡톡히 보았다. 민망한 광고가 사람들의 인상에 확실히 남으면서 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이다.

2000년도에 처음 출시된 ‘초록매실’은 시장에 나온 지 1년만에 음료업계에 초록 열풍을 일으킬 정도로 대히트를 쳤다. 당시 웅진은 10~20대의 여성 고객을 주 타깃으로 잡고 파급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톱 가수였던 조성모를 기용, 조성모의 상큼한 미소년 이미지와 ‘초록매실’의 이미지를 매치시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당시 국민음료로 자리 잡은 초록매실의 인기에 고무되어 다른 음료업체들도 경쟁적으로 ‘참매실’, ‘푸른매실’ 등의 매실음료를 내놓으며 연간 1,000억 원대 이상의 틈새시장을 형성한 것을 보면, 광고의 효과가 굉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2006년에 처음 출시된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도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출시 35일 만에 매출 100억 원을 돌파, 음료 신제품 가운데서 최단기간 매출 100억 원 돌파를 기록했다. 당시 성공 요인으로는 영화 ‘왕의 남자’에서 열연한 이준기를 모델로 내세운 점, 소비자층의 뇌리에 박힐만한 파격적 광고를 내세운 점,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라는 문구에 개성넘치는 곡을 붙인 점 등이 꼽혔다. 주 소비자층에 브랜드를 어필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에 고려대에 재학 중인 최윤지(가명)씨는 “당시 제가 중학생이었는데 하루에 미녀는 석류를좋아해 음료를 거의 3병씩 마셨어요. 광고가 조금 오그라들긴 했지만 이준기도 마음에 들고 CM송도 마음에 들었거든요. 석류를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는데 많이 먹은 걸 보면 광고의 효과가 컸던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결과적으로 민망한 광고가 업주로 하여금 더 큰 이익을 불러올 수 있다. 이에 광고를 통해 최대한의 이익을 내야 하는 기업은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다면 스타를 어떻게든 이용하려고 할 것이다. 물론, 그런 광고에 출연한 스타의 이미지는 망가질 수 있지만 말이다. 따라서 광고회사의 러브콜을 자주 받는 유명한 운동선수, 가수, 배우 등은 광고를 고를 때 최대한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섣불리 선택한 광고로 인해 10년 넘게 제 2의 ‘조매실’로 불려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