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들고다녀라! 인내하라?

출처 : 고함20




울과 부산의 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올라가는 등, 전국에 걸쳐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더위에 지친 시민들은 종종 편의점에 들러 음료수를 마시는 일이 많아졌다. 그만큼 쓰레기도 많을 터. 하지만 우리가 사는 도시에서는 쓰레기를 버릴 쓰레기통을 쉽게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은 음료수캔이나 자잘한 쓰레기를 다른 사람이 버려놓은 종량제 봉투에 우걱우걱 쑤셔넣거나, 쓰레기를 들고 다니며 종종 무단투기의 유혹을 받기도 한다.

그렇게 하나 둘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방치된 쓰레기들은 미관뿐만 아니라 역한냄새를 풍기기도 한다. 쾌적한 도시환경을 위해, 수준 높은 시민의식의 실천을 위해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려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잘 실천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기자는 해마다 쓰레기 문제로 몸살을 앓는 부산의 주요 관광지인 광안리, 동백섬, 해운대의 거리의 모습을 살펴봤다.



지저분한 거리에는 쓰레기통이 없다?

먼저 광안리의 거리를 찾았다. 밤의 야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광안리는 밤이 되면 유동인구가 무척이나 많은 편이다. 그렇다면 그만큼 사람들 손을 걸리적거리게 하는 쓰레기 또한 많다. 기자는 광안리 지하철역에서 광안리 해수욕장 테마거리(총 2km)를 걸어봤다. 길 위에서 발견한 쓰레기통은 단 8개. 평균적으로 350m 간격으로 늘어서 있었다. 긴 거리에 비해 쓰레기통의 수나 간격은 무척이나 작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평행으로 달리는 테마거리와 벤치에는 담배갑과 음료수, 맥주 캔과 같은 쓰레기를 더욱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게다가 쓰레기통 8개중 6개가 해수욕장에 배치되어 있는 탓인지. 해수욕장이 아닌 곳은 시민들이 버린 작은 쓰레기들 때문에 전반적으로 매우 지저분한 모습이었다.

출처 : 고함20



누리마루 APEC하우스가 있는 동백섬의 사정은 조금 나았다. 사람이 많이 없는 평일에 간 이유도 있겠지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잘 정돈된 쓰레기통 덕분에 입장하기 전 쓰레기를 버리고 갈 수 있어 편리했다. 길 또한 상당히 깨끗했다. 산책로(총 1.6km)를 따라 걸으며 발견한 쓰레기통은 총 8개, 평균적으로 200m간격으로 배치되어 있어 광안리보다 쓰레기통을 찾기는 훨씬 수월했다. 하지만 여전히 먹다 버린 커피컵은 계단의 난간이라든지 후미진 곳에서 볼 수 있었다. 이는 쓰레기통 개수의 문제가 아닌 쓰레기통의 배치가 문제였다. 동백섬의 입구부터 APEC하우스로 가는 서쪽 산책로(총 700m)구간에는 쓰레기통이 단 한 개도 없었고 쓰레기도 주로 서쪽산책로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출처 : 고함20

출처 : 고함20



하루 최대 100만명이 찾는다는 해운대는 어떨까. 해운대 또한 쓰레기 문제로 해마다 몸살을 앓고 있다. 하지만, 올해 해운대는 지난해 보다 쓰레기통이 많이 생긴 덕택에 이전보다 훨씬 청결해진 모습이었다. 해운대 해수욕장의 해안선(총 1.6km)을 따라 걸으며 발견한 쓰레기통은 20개는 족히 넘었다. 쓰레기통은 평균적으로 80m간격으로 놓여져 있어 광안리보다 4배 더 조밀한 간격이었다, 오히려 굴러다니는 조그맣고 흔한 쓰레기조차 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해변가를 지나면 쓰레기통이 없어 상인들이 임시로 봉투를 만들거나, 주변 호텔직원이 쓰레기를 주우러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출처 : 고함20

출처 : 고함20



하지만, 관광지를 벗어나면, 쓰레기통 자체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부산 센텀시티역에서 내려서 누리마루로 가는 1시간동안 (해운대로 상행선·3.2km)에는 쓰레기통을 하나도 찾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거리의 쓰레기통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출처 : 고함20


 
 광안리
(2km) 
 동백섬
(1.6km) 
 해운대 해안로
(1.6km) 
 해운대로
(3.2km) 
 쓰레기통 개수  8개  8개  21개 0개 
 설치 평균간격  350m  200m  80m  3200m


쓰레기통 찾기는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


출처 : 경향신문

거리에서 쓰레기통 찾기가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만큼 어려워진 이유는 크게 두 가지를 찾을수 있었다. 먼저, 국가적 행사(G20, APEC)가 열렸을 때다.

최근 서울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가 그 예다. 지하철 1~4호선의 운영을 담당하는 서울 메트로가 테러방지를 목적으로 지하철 승강장의 모든 쓰레기통을 한시적으로 치웠다. 이로 인해 당시 많은 시민들은 불편을 겪어야 했고 몇몇 시민들은 담배꽁초나 음료수캔 등의 쓰레기를 정류소와 같은 장소에 무단 투기하여 거리를 지저분하게 하기도 했다.

두 번째 이유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불법 쓰레기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꾸준히 쓰레기통을 줄여왔다는 것이다. 1995년 쓰레기 종량제 시행 이후, 종량제 봉투 사용에 부담을 느끼고 집안의 쓰레기까지 거리의 쓰레기통에 함부로 버리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지자체는 쓰레기통을 줄이기 시작했다. 시민들의 무단투기로 인해 발생하는 불법쓰레기 투기 비용은 고스란히 지자체가 떠안아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산시청에 문의한 결과, 1995년 종량제봉투 시행이후 2천400여개였던 거리의 쓰레기통이 현재 750개 수준으로 급격하게 줄었고 관련민원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했다. 하지만, 부산시의 각 구청에서는 "쓰레기통 지원은 시에서 해주지만, 불법투기에 관한 비용은 우리가 떠않기 때문에 쓰레기통 확충은 어렵다" 라며 민원에 대한 무수용 입장을 일관하고 있다.


내 손의 쓰레기 ··· “과연 시민의식으로 인내하고 계속 쓰레기를 들고 다녀야하나?”


“주변에 음료수 캔을 버릴 곳이 없어요. 손에 계속 들고 다니자니 불편하고, 가방에 넣자니 혹시나 남은 음료수 몇 방울이 쏟아질 것 같아서 불편하네요.” 동백섬에 가족들과 함께 산책하러 왔다는 김희원(45)씨는 손에 있는 빈 음료수 캔이 무척이나 불편하게 느껴진다며 이렇게 말했다.
 

출처 : 오마이뉴스


현재 해운대구에서는 쾌적한 거리환경을 위해 개인 쓰레기는 각자가 해결하는 시민의식을 강조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쓰레기투기를 잡기위해 단속반을 운영하거나 CCTV를 설치하는 방법으로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정책에 대해 해운대에서 만난 환경 미화원 임진호(63·가명) 씨는 “거리를 보면, 편의점 쓰레기통이나 종량제 봉투 하나라도 있으면 주변은 상당히 깨끗한 편이다. 거리에 쓰레기통을 치우고 단속만 하면서 더러운 거리를 시민의식을 탓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라는 말로 현재 정책을 비판했다.
 
도시에서 쓰레기 무단투기를 줄이고 쾌적한 도시을 만드는데 1차적으로 시민들의 노력이 가장 필요하다. 하지만 쓰레기통과 같은 기반시설조차 없는 환경에서 지자체가 마냥 시민의식을 탓하며 단속만을 강화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처럼 각 지자체가 진정으로 쾌적한 도시를 만들기 원한다면 마냥 시민의식을 탓하면서 단속을 강화하고, 시민의식에 호소하는 정책 이전에, 시민의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어떤방법으로 거리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을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한다. 나아가 구체적인 정책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