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 오후 11시 20분. 김영식 소방위가 숨을 거뒀다. 부산 감전동 모 안전화 제조 공장에서 내부 인명 수색을 하던 중 추락했다.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숨진 김 소방위는 혹시나 있을지 모를 인명 구조를 위해 10시 20분 경 투입됐다. 4시 19분 시작된 화재는 9시쯤 어느 정도 진화가 끝난 뒤였다. 그는 인명 수색을 위해 5층까지 진입했고 수색 도중 균형을 잃고 2층으로 추락했다. 
 
김 소방위는 지난 85년 10월 소방공무원에 입문했다. 26년 경력의 베테랑이었고 팀장의 직책도 겸하고 있었다. 슬하에는 2남 1녀를 두고 있으며 80대 노모를 포함해 여섯 식구의 가장이다. 김 소방위가 숨을 거두고 10분이 지나 김장미 선수가 금메달을 딴 여자 25m 권총 결승이 열렸다. 대한민국은 환호성으로 뒤덮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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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국민일보가 보도한 ‘온나라가 “금메달!” 외치던 그날 밤…한 소방관의 죽음’의 재구성이다. 국민일보의 보도는 두 가지 면에서 소중했다.

첫 번째, 중앙일간지 중에서 단신기사로도 이 소식을 보도한 매체는 많지 않았다. 흔히들 알고 있는 중요매체들은 올림픽 소식을 전하기 바빴는지 한 줄의 보도도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요즘은 온 나라가 ‘올림픽, 올림픽’이다. 그러나 올림픽이 열리고 있어도 세상은 똑같고 사건 사고도 계속 발생한다. 올림픽 열풍 속에서 묻힐 수 있는 소식을 보도했다는 그 자체로서, 이 보도는 이미 가치가 있었다.

두 번째, 이 소식을 보도한 매체들 중에서도 단신으로 처리하지 않고 자세히 서술한 매체는 국민일보가 유일했다. 어떤 과정을 통해서 그가 목숨을 잃었는지를 세세하게 보도했고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해서도 간략하게나마 취재했다. 그저 지나가는 사건사고 기사가 아니었다. 물론, 대한민국에서는 하루에도 수백건의 사건 사고가 벌어진다. 그들의 이야기를 모두 담을 수는 없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서 숭고하다. 

물론, 올림픽은 중요하다. 모든 국민의 관심사다. 그래서 모든 언론이 올림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영식 소방위의 사망 소식도 중요했다. 이 기사가 올림픽 소식보다 덜 중요하다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보도조차 되지 못하고 그나마도 단신으로 처리되는 현 상황은 매우 개탄스럽다. 국민일보의 보도는 그래서 더욱 소중하고 빛이 난다. 

이제, 올림픽이 끝나기 전까지 2주 정도 남았다. 얼마나 많은 소식이 김 소방위 소식처럼 그저 묻혀지나갈지 모른다. 재미와 인기에 매몰되지 않는 보도 자세가 모든 언론사에게 필요한 시점이다.김영식 소방위의 영결식은 오늘 오전 10시 부산시 북부소방서 청사에서 소방서 장(葬)으로 거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