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계 국토대장정이 마무리 된지 이제 한 달 조금 넘었을 뿐인데, 벌써 동계 국토대장정 대원 모집 글을 인터넷 카페 등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매 방학마다 연례행사처럼 빠지지 않는 국토대장정! 국토대장정의 '원조'격이라 불리는 동아제약의 98년도 '박카스 국토대장정 1회'를 근간으로 비영리 단체, 학교 등에서도 청소년과 20대를 위한 국토순례 루트를 계획해 왔다. 많은 젊은이들의 '도전 정신'과 함께 커온 '국토대장정'이라는 프로그램에 참가자들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을까.

“국토대장정이요? 사서 고생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대다수죠. 그래도 멋진 도전이지 않나요? 제 안의 한계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한 단체의 국토대장정 사전 워크샵에서 만난 한 여학생의 말에 다른 참가자들 대다수가 동조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대개 50만원에 육박하는 참가비를 내고, 방학의 절반을 오롯이 바칠지언정 ‘국토대장정’이라는 활동에 더 큰 기대를 안고 온 사람들이다. 그중에는 막연히 국토대장정이 버킷리스트였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이력서에 기록할 스펙을 위해 대장정에 참여한 사람도 있다. 또는 체력단련이나 다이어트를 생각한 사람도 있고, 부수적으로 연애를 목표로 한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참가 의도는 제각각이지만, 대장정이 대원들에게 남긴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국토대장정, 이래서 좋다!

“눈에 띄게 남는 것은 ‘사람’ 뿐이에요. 힘든 시간에 동고동락하면서 의지했던 사람들이라 가족같이 편해요.” 올 여름 YGK 국토대장정에 참여했던 윤길상(24)씨는 함께했던 조원들을 국토대장정 끝에 남은 가장 큰 보람으로 꼽았다. 하계 대장정이 끝난 지금도 전국을 돌며 조원들을 만나고 있는 그는 “나이와 지역에 관계없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사귈 수 있다는 점이 국토대장정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국토대장정을 꿈꾸는 예비 지원자들 중에도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며 참가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 동계 국토대장정에 지원할 예정이라는 송진희(22)씨는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해서 국토대장정을 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녀는 “행군도 기대되지만 목적이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도전할 수 있다는 장점이 국토대장정을 더 빛나게 하는 것 같다”며 다가올 대장정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물론 보람도 있었어요. 완주 후에 느꼈던 그 짜릿함을 잊지 못해요.” 2년 전에 국토대장정을 마친 남지은(23)씨는 “지나고 보니 힘들었던 과정보다는 뿌듯했던 결과가 더 기억에 남았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블로그나 카페 등 온라인 상에는 국토대장정을 추천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행군이나 단체생활 자체가 힘들어도, 도전의 가치를 높이 산 덕이다. 그러나 대장정 중에 중도포기를 원하는 참가자나, 특정 단체에 대해 불만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다. ‘친구에게 속았다’고 말하던 김태윤(21)씨는 “친구가 13kg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이렇게 열악한 환경일 줄은 몰랐다”며 중도포기를 시도했지만 조원들이 그리워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떠나기 전에 고려해야 할 것은?

“국토대장정의 장점만 보고 지원했는데, 단점도 만만치 않아 스트레스였어요. 당시엔 단체생활이니 감수해야만 했죠.” 올해 육군병장으로 전역한 정제운(25)씨는 “국토대장정이 군대보다 더하다”고 말했다. 군대도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은 쉬는데, 국토대장정엔 휴일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더욱이 대장정 초반에는 진행 요원들의 강압적인 통제가 육체뿐 아니라 정신까지 힘들게 한다고 했다. 그는 “참가자 대부분이 대학생이고 좋게 말해도 알아들을 나이인데 굳이 군기를 잡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스태프들의 태도가 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래들과 어울려 노는 캠프를 생각하며 왔는데 해병대 캠프같은 분위기에 실망한 참가자들도 많았다. 참가자 김유미(22)씨는 “하루에도 몇 번 씩 귀가를 고민했는지 모른다. 걷는 것보다 더 힘들었던 건 빗물이 고여 텐트에 물이 차던 숙영지나 앞뒤 자르고 고함부터 치던 스태프들이었다”고 덧붙였다.

“열악한 환경도 낙오자 발생에 일조했어요. 낙오되지 않으려면 본인 몸은 본인이 챙길 수밖에 없어요.” 최가은(20)씨는 특히 몸이 행군에 단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처음 일주일이 고비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시기에 가장 많은 중도 포기자가 발생하고, 많은 참가자들이 물집과 무릎 부상, 두드러기 등으로 고생한다. 하지만 너무 흔한 질병인 탓에 소리 내어 아파할 수도 없다. 김도연(23)씨는 “물집 때문에 고생이 많았는데, 더 심한 사람이 훨씬 많아서 자가 치료 하는 편이 마음 편했다”고 했다. 더불어 숙영지나 휴식지를 제때 잡지 못한 운영상의 미숙함이나 탈수증 예방차원에서 생수를 적게 지급하는 지침 등은 도전자의 발목을 잡는 또 하나의 요인이었다. 학교 주최의 국토대장정에 참여했던 조건(26)씨는 “인솔이나 섭외 측면에서 미숙함만 없었으면 더 나은 국토대장정이 됐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도전은 인생을 흥미롭게 만들며, 도전의 극복이 인생을 의미있게 한다’는 말처럼 예상치 못했던 국토대장정의 경험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기에 앞서 국토대장정의 장점과 단점 고루 알 수 있다면, 젊은이들이 시간의 투자처를 결정하는데 용이할 것이다. 중도포기를 결정했던 강별(21)씨는 “좋은 얘기만 듣고 왔더니 열악한 환경에 적응하기가 더 힘들었다. 미리 알았다면 마음의 준비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고, 서준교(27)씨는 “이 시간에 다른 일을 했으면 더 보람있지 않았을까 후회했다”고 했다. ‘성공을 거두기 위하여 필요한 것은 계산된 모험이다’라는 말이 있다. 후회 없는 선택을 위해서는 국토대장정의 두 얼굴에 고루 주목해야 한다. 나아가 선배 참가 대원들의 사정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여러 시행착오를 거친 운영진들의 개선 노력’과 ‘여러 입장의 후기를 남기고 찾아보는 참가 대원들의 노력’이 더 나은 국토대장정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