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대안 되지 못하고 있는 MB의 일자리 정책, '공공' 차원의 대책 필요해...

일자리 문제, 역시 명실상부 한국의 제1과제다. 각 정부 부처들의 2012년 추진 정책을 담은 청와대 정책소식지 112호를 보면 그것이 여실히 드러난다. 표지를 넘기자마자 “고용부 업무보고를 가장 먼저 받는 것은 정부와 국민 모두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절박함 때문이다. ...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만든다는 각오로 더 열심히 하면 이것이 사회를 따뜻하게 하는 것”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 인용되어 있다. 

부처별 추진 정책을 보면 부서를 가리지 않고 일자리 문제가 어떻게든 등장하고 있어, ‘고용 촉진’에 대한 의지는 확실히 드러냈다. 그런데 정부의 ‘의지’는 성공한 의지가 되었을까.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고함20은 하반기 채용 동향에 정부 시책이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는지를 탐색해보았다.

사진출처: http://hong-c.tistory.com/



하반기 채용 동향, 대기업-중소기업 온도 차 커

하반기 채용 시즌을 맞이해, 언론에서는 채용 규모 등에 대한 정보성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정부 정책에 따라 고졸 채용 인원이 늘어나는 가운데 대기업 채용 규모는 늘어나고 있지만 중소기업 채용 규모는 오히려 줄어드는 형국이다.

올해 하반기 30대 대기업의 채용 규모는 총 6만 6백여 명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8.2% 증가했다. 이 중 고졸 채용의 비중은 30.9%에 해당하는 1만 8천 7백여 명으로 전년 동기의 1만 7천 명(30.4%)에 비해 소폭 늘었다. 전경련의 발표에 따르면, 10대 그룹의 올 하반기 채용 규모는 총 4만여 명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7% 이상 증가했으며, 대졸 신입사원 채용 규모 역시 3천여 명이 늘어났다.

중소기업의 상황은 이와 정반대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1800여 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하반기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하반기 중소기업 채용 규모는 전년 동기에 비해 45.4%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인크루트는 중견기업과 대기업 역시 각각 26.6%와 8.9%씩 채용 규모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의 고용 창출 의지가 중소기업까지는 미치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대기업 고용이 증가하고, 중소기업의 고용은 감소하는 양극화 현상은 2011년에도 동일하게 나타난 바 있다. 2011년 인크루트에서 조사해 발표한 하반기 채용 규모의 경우, 대기업은 4.4% 증가했으나 중소기업은 20.6% 감소했다. 국내 일자리의 80% 이상이 중소기업에서 나온다는 점을 고려해봤을 때, 국내의 총 채용 규모가 지속적인 감소 추세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정부의 고용 창출 정책이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채용 시즌마다 대기업이 ‘일자리 창출’ 의지를 밝히며 신규 채용을 늘렸다는 내용이 언론에 대서특필되지만 실제로 이는 착시 현상을 낳을 뿐 실질적인 고용 경기 호전과는 관련이 없었다.


시장에 맡겨서는 한계가 명확하다

12일 발표된 통계청의 8월 취업자 수를 보면 ‘안 먹히는’ MB 고용대책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다. 취업자 수 증가폭이 13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특히 20대 취업자 수는 10만 명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정부의 온 부처가 나서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데 상황은 왜 나아지지 않는 것일까.

정부의 일자리 정책의 기조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일자리의 ‘수’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행정안전부는 일자리 2만 개를, 지식경제부는 2만 5천 개를, 고용노동부는 7만 1천 개를, 여성가족부는 13만 개를 약속하는 방식이다. 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핵심에는 재정 지원이 있다. 2012년 확충된 4대 핵심 일자리 예산 6천억 원은 청년 재정지원 일자리를 2만 개 확대하는 데 쓰인다. 정부 재정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2011년까지 54만 개였으나 예산 확대를 통해 56만 개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 정책은 경기를 부양시켜서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고용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거나, 산업 구조면의 발전을 통해 새로운 분야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제 성장 및 발전’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오히려 단기적인 재정 지원을 통해 일단은 고용 창출 숫자를 맞추는 데 초점이 가 있는 셈이다. 이는 ‘재정 투입’이라는 점에서 지극히 비시장적인 것으로, 신자유주의를 기본 정책 기조로 삼고 있는 MB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라고 하기에는 아이러니한 측면이 있다. 

ⓒ SBS CNBC

둘째, 정부의 고용 창출 전략은 인센티브를 통해 시장의 반응을 유도하는 식이다. 즉, 일자리를 창출하는 실제의 액션은 정부가 아닌 민간에서 이루어진다. 기획재정부는 고용 창출기업이 우대받을 수 있도록 세제․예산․금융제도를 개편하기로 했다. 이 지점에서 보면, 왜 대기업과 중소기업 채용 시장의 분위기가 양극단을 달리게 되는지 짐작할 만하다. 이미 충분한 이익을 내고 있는 대기업들은 경기 상황에 관계없이 고용을 창출할 능력이 있기 때문에 정부의 유인책에 반응할 수 있는 것이지만, 중소기업은 정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를 만들 여력이 없는 상황인 것이다. 대기업은 ‘대한민국 고용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이미지까지 얻을 수 있으며, 정부와의 상생을 통해 ‘고용 창출기업’으로써 우대를 받고 추가 이익의 기회를 얻게 되는 선순환 구조 속에 들어간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대기업과는 정반대로 악순환의 바퀴에 들어서는 것이다. 이는 그렇지 않아도 대기업 위주의 성장이 문제로 지적되어 왔던 우리나라 경제에도, 중소기업의 고용 창출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채용 시장에도 독이다.


그렇다면 중소기업도 ‘의무적으로’ 고용을 창출하도록 더 강력하게 강제하면 되는 일인가 하면 그건 더더욱 아니다. 정규직 창출을 하면 매월 꼬박꼬박 추가적인 비용이 나가게 되는 셈인데, 이런 형편이 안 되는 기업들은 비정규직과 같은 불안정한 일자리들을 양산해낼 것이다. 이는 중소기업에게도 또 취업을 원하는 청년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정부는 시장에 인센티브를 던져 반응을 유도하는 식으로 시장에 고용 창출의 의무를 떠넘기는 정책 기조를 변화시켜야 한다. 국가가 아닌 시장은 서민들이 원하는 ‘경제 안정’을 만들어내기에는 기본적으로 리스크가 큰 단위다.


정부 고용 대책, 공공성을 회복하라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에 놓겠다던 정부는 과연 얼마나 많은 청년들을 ‘직접’ 고용했을까. 공공의 영역, 즉 공공부문에서의 일자리는 당초 정부 계획상 올해 1만 명에서 1만 4천 명으로 늘어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하반기에 공고된 공기업 채용 인원은 전년 동기에 비해 30%나 감소한 수준에 그쳤다. 2011년에도 공공기관 및 공기업의 청년 고용 성적은 매우 저조했다. 평균적으로 간신히 의무 비율인 3%를 넘겨 구색을 갖추었으나, 70개 공공기관은 의무고용비율도 채우지 못했고 41개 공공기관의 경우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된 청년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자리 아무거나’가 아니라 ‘충분한 소득’인 바, 취업자 수 증가폭에만 집착하는 정책은 청년들에게 아무런 소용이 없다. 심지어 시장에 맡기는 일자리 정책은 그 목적을 달성하는 데도 실패하고 있다. MB정부가 진정으로 청년 일자리 정책이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다면 시장에서 맴돌고 있는 정책의 방향을 ‘공공’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와야 할 것이다. 일자리 창출이 아닌 소득 창출, 다시 말해 진정한 경제 안정은 공공성의 회복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