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광진구의 옥탑방에 살던 여성 이 모씨는 아들과 딸을 유치원 버스에 태우고 집으로 돌아왔다. 전자발찌를 찬 서씨는 이씨 몰래 집에 들어와 있다가 이씨가 들어오자 성폭행을 시도했다. 이씨가 반항하자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끔찍한 일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서씨는 전과 12범이다. 성폭행 전과만 3번이다. 2004년에는 20대 여성을 성폭행했다. 지난해 11월 출소했고 전자발찌를 7년간 부착하라는 명령을 받은 상태다. 하지만 전자발찌는 그에게 아무런 구속력이 없었다. 밖으로 나가 성폭행 대상을 물색했고, 실제로 성폭행을 하려다 살인까지 했다.

전자발찌는 지난 2008년 도입돼 현재 1030명이 차고 있다. 하지만 전자발찌를 부착하고도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10명이나 생기며 그 효율성이 의심받고 있다. 이들에게 전자발찌는 ‘장식품’일 뿐이다. 전자발찌를 차고도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나타난다는 것은 전자발찌의 효율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2008년부터 시행된 전자발찌 제도
 
전자발찌는 재범의 위험성이 높은 성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발목에 착용시켜 위치를 추적하는 장치로 전 세계 11개 국가에서 시행중이며,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부터 시행했다. 성범죄자는 스스로 24시간 감시받는다는 사실을 항상 의식하게 되어 재범 의지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 전자발찌의 도입 목적이다.

전자발찌는 발목에 차는 부착장치와 휴대용 위치추적장치, 재택감독장치 등 3개로 구성돼 있으며, 전자발찌 부착자는 외출 시 휴대용 추적장치를 함께 가지고 다녀야 한다. 전국의 성범죄자의 위치는 GPS 발신기를 통해 이들의 위치와 이동경로 등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24시간 법무부 중앙관제센터에 전달, 기록된다. 
 

전자발찌, 뭐가 문제일까?

 
이번 사건에서 서씨는 자신의 주거지에서 1km 떨어진 곳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하지만 전자발찌의 경고음이 울리지 않았다. 게다가 전자발찌의 부착자에게는 야간시간 외출제한, 주거 제한 등의 특별준수사항이 부과돼야 하는데도 서씨에게는 아무런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법원의 특별준수사항 부과에는 특별한 법적 기준이 없어 사안에 따라 자의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자발찌의 오작동 문제, 그리고 행정상의 문제가 얽히며 전자발찌의 효율성이 의심받고 있다.

전자발찌는 충전 후 30시간 동안 작동한다. 성범죄자가 의도적으로 충전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전자발찌를 분실했을 경우는 추적이 어렵다. 막상 위치를 추적했다고 하더라도 현장까지 가려면 시간이 걸린다.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은 성범죄자의 수는 2008년 151명에서 2012년 1030명으로 크게 증가하였다. 하지만 전담인력은 2009년 63명이 배치된 이후 2011년 104명으로 1.7배 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전자발찌 부착자에 대한 정보는 경찰과 공유되지 않고, 법무부가 가지고 있다. 이런 비효율적인 시스템으로는 전자발찌에 대해 크게 기대할 게 없다.

성범죄, 어떻게 예방해야 하나

 이처럼 전자발찌 제도를 시행했지만 재범의 위험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전자 발찌는 범죄 후 100% 검거된다는 불안감 때문에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지 범행의 동기 자체를 예방 시켜주지는 못한다.
 

 무엇보다 전자발찌의 부족한 전담인력이 문제다. 전자발찌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범죄자의 적극적인 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전담인력의 확충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전자발찌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전자발찌가 범행 후 100% 검거라는 불안감 때문에 범죄율을 낮춘다면, 범행의 동기자체를 없앨 필요가 있다. 화학적 거세를 통해 성충동이나 지나친 성욕을 억제시키자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법 개정을 통해 성 범죄자에 대한 형량을 대폭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어떤 형식으로든 전자발찌의 문제점은 빨리 보완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