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가 압도적인만큼 안타깝고 부끄러운 소식이다. 지난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20대 사망자 가운데 47.2%가 자살로 목숨을 끊었다. 질병이나 사고사 같은 다른 사망원인을 합쳐도 비슷할 만큼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10대와 30대도 자살이 사망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30대가 36.7%로 20대와 큰 차이를 보인다. 전체 연령대와 비교했을 때 삶을 비관적으로 여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상대적으로 더 잦다는 얘기다. 전체 자살을 줄이려는 데 힘을 기울이는 동시에 왜 20대가 자살의 비중이 높은지를 고민해보고 대책을 강구해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에밀 뒤르켐의 연구는 자살률의 차이를 밝히는 데 적용할 수 있는 좋은 예다. 뒤르켐은 자신의 저서 <자살론>을 통해 ‘왜 사회의 성질에 따라 자살률에 차이가 있을까’를 밝혔다. 그가 <자살론>을 쓰던 당시 유럽에서는 프로테스탄트교도가 많은 국가가 가톨릭교도가 많은 국가보다 자살률이 높았다. 뒤르켐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에 처해있던 가톨릭교 국가가 있었다는 점, 당시 유럽의 사회문화적인 면면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어느 종교를 믿느냐가 자살률의 차이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던 것이다. 가톨릭이 프로테스탄트보다 교도들이 모여 치르는 종교적 의식이 더 많았고 사회적 유대를 더 많이 느낀 덕분에 자살률이 낮았다는 게 그가 내린 결론이다.

 

통계청 2011년 사망원인통계


마찬가지다. 한국 20대의 자살 비중이 높은 것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사회에서 유대를 느낄 수 있는 요소가 적기 때문이다. 독거노인의 자살률이 높은 것도 같은 이유다. 보통 10대는 부모의 슬하에서 학창시절을 보내 불안정성이 여느 세대보다 적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지금보다 취업이 쉬워 직장이라는 보호막을 어렵지 않게 얻었던 30대 이상은 결혼을 통해 가정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높은 청년실업률이 증명하듯 지금 20대들은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독립과 결혼이 늦어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비정규직의 불안정성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설명은 더 이상 필요 없을 것이다. 한국 사회의 구조적 불안정성이 의지할 곳이 없다는 인식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자살이 절반을 차지하는 사망원인 통계가 이를 극명하게 드러내준다.

결국 한국이 부족한 사회안전망으로 20대에서 흔히 겪는 한 번의 실패에도 영원히 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사회인 탓이다. 그럼에도 자살에 대한 대책들은 그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려 하는 경향이 크며 전체에 대응하는 애매한 수단일 뿐 구체적이지 못하다. 당국에서 내놓고 있는 자살을 예방하는 문구 설치나 상담전화 운영 등의 방법은 한 번의 자살을 막고 한 명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지 모르지만 구조적인 원인에 대해 해답을 내놓지는 못한다. 일방적이고 임시방편에 불과한 대책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적용 가능하면서도 자살원인을 근본적으로 없앨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하는 까닭이다. 특히 현재뿐 아니라 미래의 삶에 희망을 느끼지 못할 20대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