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논의된 투표 시간 연장 건이 새누리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논의된 안건은 현행 오후 6시까지의 투표마감시간을 오후 8시까지 2시간 연장하려던 것이었다. 야당과 누리꾼들은 여당 측이 자기 당의 유불리를 따져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지 않으려한다며 질타하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투표일이 공휴일이라 아무 때나 투표를 하면 된다”, “국민들이 밤새 개표를 지켜보는 사회적인 비용도 감안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고 있으나, 이는 논리적으로 궁색하다.

현재 선거일은 임시공휴일로 지정되어 있으나 휴일도 없이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수백만이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투표하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64%가 포기 사유로 ‘근무 시간 중 외출 불가’, ‘자리를 비울 시 임금 삭감’ 등을 들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민주통합당이 투표 시간 연장과 함께 선거일을 휴일 수당을 받을 수 있는 ‘법정공휴일’로 지정하려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투표시간 연장으로 비용이 발생하지만, 우리 경제 수준에서 감당할 수 없는 정도는 아니며 또한 참정권 보장에 대항하는 논리로 보기엔 부족하다. 출구조사 기술과 개표 시스템 발달로 개표 결과 역시 단시간 내에 확인이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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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은 뚜렷한 반대 이유를 내놓지 않은 채, “민감한 사안은 연말이나 되어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여당 측이 투표 시간 연장이 스스로에게 불리한 일임을 우려하고 있다는 추측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부분이다. 실제로 투표시간이 연장되었을 때 새롭게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계층은 비정규직 노동자, 청년 세대 등으로 이들은 전통적으로 새누리당보다는 야권 성향에 가깝다. 투표시간이 길었던 재보선에서 6시 이후에 젊은 노동자들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면서 손해를 본 적 있는 입장에서는 충분히 꺼려할 만한 이유는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보수나 일부 국민들을 위한 정당이 아니다. 스스로가 국민을 ‘대통합’하고자 하는 대중 정당임을 천명하고 있다. 대중 정당이 자기 당의 이익을 위해 특정한 국민 계층의 참정권이 제한받는 상황을 용인한다면 이는 어불성설이다. 새누리당은 투표 시간 연장을 수용해 정치에서 소외된 계층에게 참정권을 보장해줘야 한다. 불리함을 이유로 두려워하지 말고, 정치에서 소외된 계층이 자신들을 지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당당하게 개발해야 한다. 그게 여당이 보여줘야 할 옳은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