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난 19일 18대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안 원장이 "국가경영의 막중한 책임을 지는 결심에 이르기까지 정말 많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직접 밝혔듯 1년에 걸친 장고 끝에 내린 결정이다. 그동안 안 원장은 각계각층의 유명 인사들과 재야의 원로들이 그의 출마를 공개적으로 요구했으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왔다. 오히려 "지금까지 국민은 저를 통해 정치쇄신에 대한 열망을 표현해줬다"며 자신의 출마 선언이 과반수에 근접한 지지율에 화답하는 것임을 드러냈다. 그는 방송에서도 대선 출마를 “국민의 뜻”이라고 말했던 바 있다.

한 가지 눈여겨 볼 사실은 안 원장의 출마선언이 있었던 구세군 아트홀에 있던 자원봉사자 상당수가 페이스북을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젊은 연령층이었다는 점이다. 같은 장소에 온 팬클럽의 구성원들 역시 상대적으로 어린 연령대가 많았다. 안 원장의 지지층의 얼굴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안 원장의 대중적 인기는 20대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지난해 꾸준하게 참여해왔던 청춘콘서트들의 대상이 바로 20대들이었던 덕분이다. 정치인이 아닌 CEO에 불과했던 그를 유력한 대선 후보로 격상 시킨 이들이 그에게 위로를 받고 감동을 느꼈던 20대들이라는 것에는 이의의 여지가 없다. 어떻게 그가 지난해 10.27 재보선 당시 서울 시장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는지를 살펴보면 답이 보일 것이다.

대선 출마 선언하는 안철수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구세군빌딩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중요한 것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상 안철수 원장은 20대들에게 더 이상 멘토가 아니라는 점이다. 20대들이 다시 위로와 공감을 원한다 해도 대선 후보는 그래서는 안 된다. 정치인의 단순한 위로는 직무유기에 가깝기 때문이다. 위로가 아닌 대통령의 실질적 해답으로 그들을 맞이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청춘콘서트에서 전해주었던 자신의 노하우가 아닌 대통령의 구체적인 정책으로 20대들의 불안을 해소하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사실 안 원장의 강연은 20대들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빠져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것도 사실이다. 대선후보 안철수가 기억해야 할 것은 대선후보로서 적절한 정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이런 비판이 그의 발목을 잡으리라는 점, 그리고 지지기반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유시민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안 원장의 출마 선언에 대해 “그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안되더라도, 영혼을 구원하기를 바라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국가권력으로는 사람을 바꾸지 못한다”는 뜻이다. 멘토 안철수가 바꿔야 했던 건 20대의 병든 영혼이었지만 정치인 안철수가 변화시켜야 하는 건 20대의 비참한 현실이다. 뛰어난 스펙에도 어려운 취업, 대출을 받아야만 하는 높은 등록금, 과도한 주거비와 교육비로 인해 결혼과 출산마저도 꺼려지는 현실이 눈앞에 있다는 얘기다. 안 원장의 출마 선언문에는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와 “선의의 정책 경쟁을 선언하는 자리를 갖자”는 내용이 있었다. 아무쪼록 안 원장이 20대를 위한 정책을 만들고 주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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