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우스울 정도로,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손에 꼽힐 정도다. 그렇다보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까지 교육에 대한 시선이 넓어져, 요새는 해외에서 공부를 하고 오는 것이 예전처럼 신기한 일은 아니게 되었다. '안 다녀오면 이상'하다는 어학연수까지 포함하면 공부하러 해외로 가는 이들은 어느새 우리 주변 곳곳에 있다.

그렇듯 예전보다 비교적 대중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래도 유학이라 하면 먼저 '공부를 잘하는'학생의 이미지가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 이미지는 다시 '경쟁에서 제일 앞에 있는 사람'으로 연결된다. 유학을 준비했고, 이제 곧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소훈(20) 씨에게 '유학'과 '경쟁'이라는 두 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Q.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미국 유학을 준비했고 이제는 가게된, 소훈이라고 한다. 스무살이다.

Q. 어릴 때를 한 번 되짚어보자. 어릴 때부터 유학을 준비했었나?

어릴 때부터 유학을 생각한 건 아니다. 다만 제주도에서 자랐기에 섬-육지라는 세계관이 있었다. 늘 '바깥'이라는 곳에 나가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중학교 때 민족사관고등학교를 가려고 준비했던 것도 그 영향이 컸다. 바깥의 학교, 그것도 정말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고등학교에 가고 싶었었다. 어릴 때부터 유학을 생각한 건 아니지만 유학을 결심한 것도 섬-육지-해외에 이르는, '조금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픈 마음에서 나온 건 맞다.

Q. 민사고가 말은 쉽지만 사실 민사고에 입학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원래부터 공부를 잘했던건가.

초등학교나 이런 시절에는 대부분 그렇듯 특출나게 공부를 잘하거나, 엄청 열심히 하지도 않았다. 단지 중학교 1학년 때 민사고에 가겠다고 결심한 이후 공부를 열심히 했다. 그런데 나중에 그 때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그닥?'이라고 하더라. 나는 열심히 공부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친구들이 보기엔 아니었나 보다(웃음). 아마 학교에서 다른 거 없이 공부만 하는 모습이 아니어서 그렇게들 생각하는 것 같다.


Q. 민사고에 들어가고 나서 느낀 것은 무엇이었나.


다들 공부를 정말 잘한다는 거였다(웃음). 난 나름대로 공부를 열심히 했고 잘하는 편에 속한다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민사고에서 나는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다 같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각자 살아온 환경이 천차만별이다 보니 24시간 친구들에게 배울 수 있었다. 

Q. 요새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게 흔해졌다고 하지만, 준비 과정까지 다 아는 건 아니다. 유학 준비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일단 미국은 고등학교가 4년제다. 결국 그 말은 3년간의 고등학교 생활동안 정말 많은 걸 해야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다양한 요소를 준비하는 데, AP(Advanced Placement)가 있다. 대학과목 선이수제다. 말 그대로 대학 과목을 듣고 학점을 인정받는 것인데, 필수요소는 아니지만 있으면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서의 내신도 당연히 필요하다. SAT(Scholastic Assessment Test)점수도 중요한데 우리나라의 수능인 셈이다. 우리나라 대학교에서 수능 점수로 학생을 평가하듯이 미국 대학에서는 SAT점수로 평가한다. 그 외에는 에세이나, Extracurricular Activity가 있는데 에세이는 요구하는 대학도 있고 아닌 곳도 있다. Extracurricular Activity는 우리나라의 스펙과 비슷하다. 동아리 활동, 대외활동과 같은 활동들이다.

Q.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힘든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미국 유학도 결국엔 입시기 때문에 어렵다. 그래도 그런 것들은 우리나라 학생들이면 누구나 치르는 것이기에 '나만 힘든 게 아니다'고 하지만, 유학은 준비하는 데 드는 돈이 참 비싼 것 같다. 난 유학을 준비하는 학원을 다니지 않았지만 유학 준비하는 학원들이 꽤나 많은데, 가격이 등록금 수준이다(웃음).


Q. 돈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우리나라도 등록금 비싸다 비싸다 하지만 미국은 더 비쌀 것 같다.

 진짜 비싸다. 주립대학처럼 비교적 저렴한 게 아니라면 등록금만 1년에 3~4만 달러 정도다. 즉 1년에 3~4000만원인 셈이다. 1년에 1000만원도 비싼데 말이다. 게다가 거기서 사는데 드는 비용까지 생각하면 답이 안 나온다. 안 그래도 걱정이 크다.


Q. 긴 시간 유학 준비를 했고, 지금은 유학이 확정된 상태다. 어디로 가나.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 엔젤레스 캠퍼스, UCLA다. 사회학과다.



Q. 유학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졸업 후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학교다 보니까 지식도 얻어야겠지만, 다양한 경험도 정말 많이 하고 싶다. 졸업 후에는 자세
하게 생각해 본적은 없지만 학교에서는 환경학도 전공해보고 싶다. 정책 대학원도 염두에 두고는 있다.




Q. 그렇다면 장래희망은 정한 바 있는가.

 직업을 딱 정한 것은 아니다. 다만 해보고 싶은 것은 있다. 쌍용차 문제를 보고 참 많은 생각을 했다. 그래서 쌍용차 문제에 대한 청문회를 열고 싶다. 또 환경운동도 해보고 싶다.




Q. 이번에는 경쟁에 대해서 좀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그동안 치열한 경쟁을 하며 살아오지 않았나. 그것을 강하게 느낀 적 있나.

  엄청 의식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높은 점수를 얻고 싶었기에 경쟁을 느끼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특이한 건 민사고에 와서 오히려 경쟁을 덜 느꼈다. 늘 함께 하다보니 경쟁상대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각자 배우는 과목도 조금씩 다르고 목표도 다르니 현실적으로도 나와 똑같은 경쟁상대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아 저 친구를 이겨야지'라는 생각보다는 '아 내가 이 과목에서 최고가 되야지'라는 마음이었다.



Q. 가장 치열한 경쟁을 해왔다는 건 어찌보면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어떻게 생각하나.

 엘리트란 말이 각자 다를 수 있기에 정확하게 말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내가 이 때까지 '좋은 학교'의 혜택을 받아왔던 건 분명한 사실이다. 또 주변의 친구들이 생각하는 것과 말하는 것을 보고 놀란 적도 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집안이 정말 잘 살고 대대로 공부를 잘하는 집안 친구들 중 몇몇은 다른 친구들을 무시하는 성향을 일부 보인 적 있으니까. 그런 점들이 내가 느낀 엘리트적 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Q. 많은 학생들이 수능을 치고 나면 '이제 경쟁이 끝났다'고 생각하곤 한다. 그런데 사실은 안 그렇지 않나. 대학을 가서도, 직장에 가서도 경쟁은 있다. 자신의 경우는 어떤 것 같나. 미국 대학이라 더 치열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건 각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물론 경쟁이 아예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누구든 간에 경쟁은 있을 것이다. 다만 미국에 있는 대학교라고 혹은 외국 대학교라고해서 무조건 경쟁이 심하다는 건 아닌 것 같다. 학교마다 성격이 있으니까. 어떤 대학교는 경쟁이 무척 심하지만 그렇지 않은 학교도 있다. 또 개인적으로 경쟁하면서 살 수도 있고 좀 쉬어갈 수도 있으니 각자 다를 거라 생각한다.



Q. 사회 얘기로 넘어가 보자. 우리나라의 경쟁 수준은 어떤 것 같나.

 무척 심하다(웃음). 많이 알고 있는 건 아니지만 그건 대부분 동감할 거라 생각한다.



Q. 그러면 그렇게 심화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급격한 발전이 이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급격하게 발전하다 보니 무조건 능력만을 보는 사회가 된 것 같다. 결국 사람을 판단하는 데 도덕적 잣대보다는 능력 위주로 돌아가다 보니 흔히 말하는 성공의 조건도 능력우선이 되버린 거다. 그래서 누구를 밟고 올라가든 잘못된 일을 하든 공부만 잘하면 그만이고 최고가 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퍼져서 경쟁이 심화된 것 같다.



 Q. 해결방안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은 있나. 무엇이 있을까.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다. 다만 안전망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웃음). 그러면 하나의 길을 두고 다 같이 경쟁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길이 생기고 인정받을 것 같다.



 Q. 경쟁이란 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경쟁이란 거 자체는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대신 경쟁이 가져오는 효과는 긍정적이기도 하고 부정적이기도 하다. 다만 부정적 효과를 줄일 수 있게 다양한 규칙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Q. 미국에 가면, 투표할 생각인가.

 당연하다(웃음). 바로 재외국민 등록할 생각이다.



 Q. 그렇다면 이번 대선을 맞아 정치권에 제안하고 싶은 정책이 있을까.

 가장 크게는 쌍용자동차로 대표되는 다양한 문제들, 그리고 역사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이 나오면 좋겠다. 



Q. 차기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소외된 사람을 신경써줬으면 한다. '그들이 무능력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이 무척이나 많을 뿐더러, 정말 열심히 사는 데 소외된 사람들이 있다. 또 부도덕한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