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잡대’라는 단어를 아는가? ‘지방의 잡스러운 대학’을 줄여 말한 단어로, 바늘구멍 같은 취업전선 앞에서 좌절하는 수많은 지방대생들이 스스로 자신을 ‘지잡대’로 표현하는 안타까운 오늘날의 현실을 대변하는 말이다. 하지만 모두가 이런 생각으로 자신의 처지를 폄하며 살진 않는다.
 
여기, 지방대생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긍정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젊은이가 있다. 바로 대학생 최대현(27)씨다. 대학에 가기 위해 했던 노력에 합당한 대가가 있어야 하지만, 고등학교 때의 성적으로 대학 졸업 이후가 결정되는 현 채용 실태에 의문을 품고 있었다. 학벌보다는 개인만의 스토리가 중요하다는 그는 무엇보다도 취업 준비에 있어서 긍정적인 자세를 가질 것을 강조했다. 다음은 최대현씨와의 일문일답.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해요.


올해 27살 4학년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휴학 중인 최대현입니다.


Q. 졸업할 나이가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휴학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나이가 나이인 만큼 쉬운 결정은 아니였지만, 사실 취업을 준비하면서 어떤 걸 준비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일단은 공기업 지원시 인센티브가 있는 자격증을 따기 위해 휴학을 했어요.


Q. 어떤 공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어떤 자격증을 준비하시나요?

역무원을 생각하고 있고, 당장 내년 상반기에 있을 코레일 인턴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리고 자격증은 대부분 취직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따는 정보처리기능사나 컴퓨터 활용능력 시험을 준비하고 있죠.


Q. 코레일이라면 본인의 전공과 무관한데, 특별히 지원하는 계기가 있었나요?

공익근무요원으로 지하철에서 근무할 때, 관심이 생겼어요. 대합실에서 할머니의 짐을 들어주고 목적지를 찾아주는 일부터 예상치 못하게 일어나는 각종 사고를 처리하면서 근무하고 있는 역을 잘 운영한다는 것에 보람을 느꼈죠. 또, 소집해제가 다가올 쯤 대구도시철도공사에서 인턴을 뽑을 때, 지원을 했고, 그렇게 1년간 인턴생활을 하면서 더 많은 애정을 가지게 되었어요.



Q. 진로에 대한 생각이 확실한데, 취업을 준비하면서 어려운 점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가장 힘든 것은 학벌이죠. 기업에서 지방대생을 보는 인식이 부정적인 건 누구나 다 아는 것이니까요. 예전에 한 기업 서포터즈에 지원해서 최종면접까지 올라갔더니 면접관이 하는 말이 “지방대생이네요”라는 걸 들었을 때, 어이가 없더군요. 그 한마디에 모든 것이 담겨있었죠. 그것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관련된 직종에 선배나 도움을 받을 사람이 없다는 것에 힘든 점이 있어요. 있다면 취업에 많은 조언을 받을 수 있을텐데 말이죠.


Q. 지방사립대생 입장에서 지방사립대를 바라본다면 어떤가요?

사실 제가 면접관이라도 좋은 대학을 나온 학생을 뽑을 것 같아요. 똑같은 대입시험을 쳤고, 개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결정된 성적으로 대학을 들어가는 것인데, 누굴 탓하겠어요. 또 그 노력에 대가는 있어야죠. 그 노력은 평가를 받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지방대생 차별 철폐를 위해 (고용 절차를) 과도하게 조정한다면 오히려 서울권 대학에 간 학생들이 역차별을 받지 않을까요?


Q. 그 말은 취업에서 서울권에 비해 지방대가 경쟁력이 없다는 뜻인가요? 

단순히 학벌을 본다면 불리하다는 입장이라는 거죠. 하지만 고등학교의 성적으로 대학졸업이후를 결정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어요. 그 동안에 함부로 평가할 수 없는 개개인의 많은 가치관의 변화가 있기 때문이죠. 저는 취업에서 서울권의 대학생과 경쟁할 때, 이런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것이 자신만의 스토리고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스펙이라고 생각해요.


Q. 본인은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나요?

대학교 2학년 때, 친구와 함께 한 달간 일본여행을 간적이 있어요. 40만원으로 서일본 대부분을 여행했죠. 일상에서 벗어나 재충전과 휴식을 위한 관광이 아닌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느끼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어요. 돈을 아끼기 위해 바나나 한 송이로 며칠을 버티고 겨울임에도 숙박비를 아끼기 위해 몰래 건물에서 잠을 자기도 했고, 레일패스를 끊어서 하루에 10곳 이상을 이동하기도 했어요. 정말 추한 몰골로 다녔지만, 그 속에서 얻은 건 말 할 수 없을 만큼 컸죠.


Q. 그런데 지금 한 말과 본인의 휴학사유는 상충되는 부분이 있는데, 이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공기업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자격증을 준비하는 것은 업무를 시작할 때, 행정적인 일을 하기에 컴퓨터를 쓰는 일이 많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상 학생의 입장에서 직장생활을 경험하지 못했기에 취직을 위해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지는 막막한 건 사실이죠. 하지만 스펙을 위한 과도한 스펙경쟁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많은 지방사립대생이 있는데 이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나요?

세상과 자신의 처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해요. 부정적으로 바라본다는 건 불만은 있지만 그 상황 속에서 주저 앉아있는 거잖아요. 그러면서 바뀌길 바라는 건 과한 욕심이 아닐까요? 기회는 항상 오는 것도 아니고 공평한 것도 아니지만 그걸 잡기 위해선 준비는 되어있어야죠.

Q. 자신의 경험과 상황에 비추어 대선주자나 정치권에 하고픈 말이나 공약이 있나요? 

지방사립대를 떠나서 대학생들에게 직장생활의 경험을 많이 줬으면 해요. 실업률 수치 줄이기 위한 행정인턴 말고, 잡일이나 시키고 내보내는 인턴이 아닌 정직원과 같은 실질적인 업무를 하는 인턴경험을 대학생들에게 주는 거죠. 그렇게 일을 시키고 일을 잘한다면 최소한의 요건으로 조기졸업까지 시켜 채용을 도와주죠. 황당하긴 하지만 사실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 대부분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회사의 이름과 연봉을 먼저 보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생각해요. 자기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을 우선하는 사회가 왔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