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독립은 대한독립만세다?

20대는 분명 ‘다 자란 사람’ 혹은 ‘완성된 사람‘의 뜻의 성인에 속한다. 분명 부모님 세대만 하더라도 20대가 되면 대학진학에 상관없이 ’취직, 결혼, 출산‘이라는 전통적인 ’20대 코스‘를 밟아 ’완성된 독립‘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요즘 사회에서 ’20대‘와 ’독립‘이라는 키워드는 점점 ’딴 나라 딴 세상‘ 이야기가 되고 있는 것 같다.

 2010년 서울시가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가구주인 부모와 동거하는 30대, 40대 자녀가 10년 전에 비해서 2배가 높아졌고 높은 집값, 빚 그리고 취업 문제으로 인해 경제적 독립이 불가능해졌다는 것이 주요 원인이 되었다. 비교적 안정된 직장과 환경을 가진 3040세대가 저런 문제를 겪고 있는데 대한민국 대표 무산자계급 ‘20대’는 오죽하랴. 저임금, 청년실업, 높은 등록금의 덫에 걸린 20대들에게 독립은 '대한독립만세'만큼이나 어려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언제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독립투사는 있는 법, 여기 세입자, 대학생, 알바생이라는 무산자 3종 세트를 달고 대한독립이 아닌 자신의 인생의 ‘독립’을 위해서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20대 독립남 백노성(21·동아대 사회학과 2)씨가 있다. 오늘 그의 독립 스토리를 한 번 들어보자.




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이름은 백노성이구요. 대학교에서 사회학 전공하고 있습니다. 현재 휴학생 겸, 세입자 겸, 알바생 입니다.



Q.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평일에는 컴퓨터 자격증이나 학과공부를 하다가 최근에 사귄 외국인 친구와 종종 이야기하고 놀구요. 최근 대학교에서 정부에서 발주하는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연구조교로 일하면서 돈을 벌고 있습니다.



Q. 부모님하고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자취를 하세요. 학교에서 가까운 곳도 아니구요. 보통 자취생과는 다른 이유가 있을 텐데, 자취하는 이유를 들을 수 있을까요?

 앞에서 자취라고 이야기 했지만 사실상 독립이라는 표현이 맞겠네요. 저희 집안이 대대로 분위기가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이였던 것이 가장 큰 이유에요. 그렇다보니 제가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 제약도 많이 받았어요. 이제 20대가 되어 대학생도 되었고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기 위해 부모님의 제약을 피할 생각을 하다 보니 독립을 결심하게 되었죠.



Q. 지금 사는 집은 어떤가요?

 부산 변두리에 방 하나에 부엌 하나해서 보증금 500에 월세 13에 살고 있어요. 학교 주변을 알아봤지만 학교 주변은 가격이 보증금 1000에 월세 35~40만원 정도해서 선택하기가 쉽지는 않더라구요. 그 돈이면 차라리 조금 일찍 일어나 학교를 가는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했어요.





Q. 생활을 위해 일을 하신다고 알고 있어요. 생활비는 어떻게 충당하시나요?

 예전에는 야간에 편의점 알바를 했었어요. 하지만 야간수당은 커녕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면서 일했어요. 억울하기도 했고 그 돈 가지고는 도저히 생활을 꾸릴 수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올해부터 학교에서 교수님 연구조교로 일을 하고 있어요. 일하면서 배우는 것도 있고 봉급이 50만원이라 시간에 비해 괜찮은 보수라고 생각해서 하고 있어요.
 하지만 더러는 교수님 필요하실 때, 새벽까지 논문자료를 찾거나 논문 편집 작업을 해야 해서 잠도 못잘 때도 있고 괴롭기도 해요. 그리고 아까 말한 ‘더러는’는 ‘자주’로 읽어주시면 제 현실에 가깝겠네요. (웃음)
 그리고 집 주변에 자취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버지 일을 종종 돕기도 해요. 한 달에 3~4번해서 한번에 4만원를 받아요. 보통 한 달 생활비는 70~80만원이 되네요.



Q. 한달에 70~80만원이면, 살고있는 집세가 싸다고 해도 넉넉하다는 느낌은 아니에요. 돈에 대한 부족함을 자주 느끼시는 편인가요?

 제가 워낙 짠돌이라 평소에는 부족함을 느끼진 않아요. 그런데 등록금 때문에 쑥쑥 빠져나가는 돈 때문에 저축하는 돈이 무색하네요. 가끔은 서럽기도 해요. 최근에 장학금이다 뭐다 많지만, 지원도 시원찮네요. 아무래도 이런 금전적인 문제가 모여서 휴학을 하게 된 것 같아요.



Q. 또 다른 어려움은 없나요?

 독립하고 나서 자꾸 아침을 걸러요. 잘 챙겨먹으려고 하지만 잘 안되네요. 처음 독립생활을 시작할 땐 아침을 컵라면으로 때울 때도 많았어요. 그런데 얼마 전에 혈압을 측정해봤더니 상당히 높게 나와서 되도록이면 밥을 먹으려고 노력을 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여전히 잘 안되긴 마찬가지구요.



Q. 독립하면서 얻은 것과 잃은 게 있다면??

 혼자 살게 되면, 하나부터 열까지 자기 삶은 자기가 책임져야해요. 빨래를 미루면 입을 옷이 없어지고, 밥과 반찬을 만들어놓지 않으면 먹을 게 없죠. 직접 이 모든 것을 해보니 가사노동을 거의 평생 동안 하신 어머니께 새삼 감사함을 느끼네요. 또 여성 혼자 집안일을 책임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구요. 그리고 스스로 내 삶의 주인이 되었다는 느낌 때문에 자신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잃은 것이라고 하면,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했던가요? 가족과 지금은 잠시 떨어져서 사니깐 가족관계가 소원해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구요. 그리고 약간의 건강도 잃었죠.



Q.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과 갖고 싶은 게 있나요?

 최근에 갑자기 조부모님이 쓰러지셔서 병간호 하느라고 이번 여름에 휴가를 못 갔어요. 나름 휴학도 하고 알차게 보내려고 하는데,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제 스스로 여유를 가지지 못했던 것 같아요. 언제 국내 배낭여행 한번 갔으면 좋겠어요. 갖고 싶은 건 최근에 운전면허도 땄으니 자동차 그리고 깨끗한 주방정도가 있겠네요.



Q. 자취생활이 외롭기도 할텐데, 혹시 노성씨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인가요?

 완전히 부정할 수 없네요. 외톨이는 맞는데 근데 은둔형 외톨이는 아니에요. 집에서는 귀여운 고양이도 키우구요. 심심할 땐 산책이나 웨이트 트레이닝도 하고 쓸쓸함을 달래려고 의식적으로 활동적으로 다녀요. 하지만 그래도 외톨이라는 사실은 안 변하죠. 저랑 놀아주실래요?



Q. 아무래도 혼자 사는 집만의 에피소드가 있었을 것 같아요.

 조금 오싹한 경험이였는데요. 이번 여름의 어느 날, 퇴근하고 더워서 불을 끄고 창문을 열어놓고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쉬고 있는데 순간 창문에서 덜컹하면서 인기척이 느껴지더라구요. 천천히 고개를 돌렸는데 어떤 남자가 절 처다보고 있었어요. 저는 오싹해서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죠. 그리고 그 남자는 유유히 사라졌어요. 제가 1층에 살고 옆에 주차장이 있다보니 그런 경험도 하네요. 여하튼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걸 다시 한 번 알았지요.



Q. 노성 씨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저는 어떤 직업을 가지던 지금의 기성세대들처럼 되지 않으려고 노력할래요. 기성세대라는 표현이 너무 광범위하면 시쳇말로 ‘꼰대’랄까요? 각각의 사람이 살아온 경험이 다르고 지향하는 바가 다를 수 있는데, 우리 사회의 기성세대들은 ‘별나다.’ ‘철이 덜 들었다.’ ‘세상을 잘 몰라.’라는 말로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틀에 젊은이들의 생각과 의지를 깎아내고 끼워 놓으려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나이를 앞세워 자신들이 현재 이끌어 가는 사회에 맞추기 위해 다름을 ‘차별’로 ‘치기’로 치부하는 그런 세대들이 너무 싫어요. 제가 독립한 이유도 이런 세대들에게서 ‘독립’하기 위해서이죠. 여하튼 다름의 가치를 인정할 줄 알고 존중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Q. 노성 씨가 독립을 하면서 겪었던 느꼈던 부분이나 정치권에 제안하고 싶은 정책들이 있나요?

 최근에 주변에 지하철이 생기면서 동네 월세나 전세들이 오르고 있고 저 또한 그런 압박을 많이 받고 있어요. 남들이 보면 5만원, 10만원 오르는 게 대수롭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갑자기 오르면 제 생활은 너무 팍팍해지거든요, 월세와 전세 가격상승에 대해서 좀 적극적인 대처방안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집은 사람 사는 곳이 되어야지, 돈 버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세입자로서 ‘월세 상한제’가 절실하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그리고 등록금 문제가 있겠죠? 너무 비싸요. 도저히 저축을 못하겠어요. 국가장학금이라는 제도로는 확실히 부족함을 많이 느끼네요.



Q. 차기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집은 사람이 사는 곳이 되어야하고 대학은 열린 배움의 공간이 되어야하고 알바현장은 열심히 일한만큼 받는 그런 기본적인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세입자, 대학생, 비정규노동자라는 이유로 빈곤이 당연시되는 사회, 그리고 그걸 방치하는 사회는 저는 반대해요. 이런 문제들은 반드시 꼭 해결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선 후보들께서 ‘내 꿈이 이루어지는 사회’, ‘사람이 먼저인 사회’ ‘국민이 선택하는 새로운 변화의 사회’를 추구한다면, 청년 문제 반드시 해결하도록 노력해주셔야 합니다. 저희 진짜 열심히 하고 있거든요. 노력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