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키우기 겁난다”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뉴스에서 쏟아지는 범죄보도로 인해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는 사람이 날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여성들은 나이를 막론하고 성범죄의 위협에서 완벽하게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에, 항상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특정 지역에서 흉악범죄가 일어나기라도 하면, 그 지역에 퍼진 불안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실제로도 성범죄나 살인 등의 중범죄는 도무지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욕구가 더욱 강화되는 시기일 수밖에 없다. 이쯤되면 다들 개인 경호원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마침 오늘 고함20에서 만난 사람은, 경호원의 꿈을 키우고 있는 차영훈(25·경기대 경호보안학과 4)씨다. 그는 앞으로 사회에서 경호원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운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호 경험을 쌓으면서 착실하게 경호원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
 

차영훈씨

 

Q. 경호원을 꿈꾸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청와대 근방에서 전경으로 군 생활을 했는데, 촛불시위 한창 하던 때에 입대를 했기 때문에 당시 맡고 있던 경호·경비 업무의 중요성에 대해 자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마침 학교에서도 1학년때는 학부 생활을 하다가, 2학년때부터 경호보안학과를 선택하게 되면서, 경호원이라는 직업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어렸을때 했던 태권도나 제가 가지고 있는 운동 능력도 업무에 필요한 능력이었기 때문에 더욱 끌렸어요. 또 하나부터 열까지 섬세하게 준비하는 경호원들이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죠.
 
 

Q. 학부생인데도 이번에 월드스타 싸이를 경호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가요?

매년 열리는 경기대학교 축제마다 연예인이 오면 저희학과에서 경호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요. 마침 올해 학교 축제에서 싸이씨를 초청 하게 됐는데, 제가 과 학생회장으로서 경호를 총괄해야 됐거든요. 그래서 정말 우연히도 '월드스타 싸이'의 경호를 맡게 된거예요.

경호는 아무 일이 안 일어나는게 성공이거든요. 학교 돌계단이 무너질정도로 엄청난 인파가 모이고 ‘경기대첩’이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화제가 된 행사였는데, 아무 인명피해 없이 잘 마무리 되어서 정말 다행이죠.

싸이 왼쪽이 차영훈씨


Q. 싸이가 아닌 다른 연예인, 또는 유명인사를 경호해 본 경험은 있으세요?

경기대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축제에서 수많은 연예인들의 경호를 담당한 적이 있어요. 또 인천 유나이티드 축구팀이랑 저희 학과랑 협약이 맺어져있어서 홈경기가 있는 날이면 시설 내 안전경호를 해요. 그밖에도 교수님이나, 석사나 박사 선배님들이 학생들에게 필요한 경비업무에 연결시켜주는 경우가 있고요. 그래서 국가시험 시험지, 또는 중요한 물품이 오고갈 때 보안 호송을 맡기도 했어요.



Q. 혹시 경호업무를 하다가 위험했던 적은 없었나요?

인천유나이티드와 FC서울과의 경기였어요. 인천은 파란색. FC서울은 빨간색 옷을 입었는데, 30대 취객하나가  "빨갱이가 우리 편에 앉았다"면서 고함을 쳤어요. 처음에 저희가 자제를 시켰는데도, 저희 말을 안 듣고 쇠파이프를 들고 FC서울 서포터즈에게 달려들려고 하는 거예요. 저한테도 '손 대면 가만 안두겠다' 이랬죠.

그래서 학교에서 배운대로, 일단 제 안전을 확보하고, 경호팀 실장님한테 보고해서 상황을 전파하고, 실장님이 도착한 후, 여럿이 모여서 그 사람을 진정시켜서 집으로 돌려보냈어요. 실질적으로 제 앞에서 흉기를 든 사람도 처음이었고, 취객이라 감정 조절이 힘들어보였거든요. 조금 무서웠지만, 상황을 잘 해결한 이후에는 보람이 있었죠.
 
 

Q. 경호원에 대해서 일반적인 사람들은 힘으로 제압하는 걸 상상합니다. 그런데 진정을 시켜서 돌려보냈네요?

경호원이 갖춰야할 가장 중요한 자질은 유연한 대처 능력이에요. 위해 상황이 생길 경우에, 그 상황을 제압하는 게 아니라 더 추가적인 피해를 방지하고, 오너(경호 대상자)를 추가적인 피해로부터 대피시키는 게 먼저거든요. 그러기 위해선 유연한 대처 능력이 필요하고, 힘 이외에 인내심, 섬세함 등이 요구돼요. 단순히 위해요소 차단뿐만 아니라, 오너의 개인적인 특징도 충분히 고려해야 하고, 오너가 가는 경로에 대해서 정확히 파악해서 준비를 해야하죠.


Q. 요즘에는 외국어도 잘해야 된다고 들었는데요.

오너가 외국에 가거나, 또는 외국인의 위해를 받을 때, 거기에 대처할 수 있는 제2외국어가 요구돼요. 제가 영어공부를 한다고 말하면, 경호보안학과인데 그걸 왜 하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아요. 그러나 경호원이 되려면 외국어 구사 능력은 꼭 필요한 것 같아요.
 
 

Q. 요즘 취업난이라고 말이 많은데, 경호업계는 구체적으로 어디로 취직을 하나요?  일자리 구하기는 어렵지 않나요?

법원이나 국정원등 공적 경호를 필요로 하는 곳이나, 에스원이나 ADT캡스, 카지노 보안등의 기업등이 있어요. 최근 흉악범죄가 지속적으로 일어남으로 인해  안전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일자리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에요.

그렇지만 경호원을 뽑는 기준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도 그것에 발맞춰 가려고 하니 힘든 점이 있죠.  예전에는 전국체전 메달과 같은, 운동에서의 성과가 우선시 됐어요. 그런데 요즘은 영어나 일반 상식등이 갖추는 것이더 중요해요. 단순히 운동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지적인 면을 갖춰야 된다는 이야기죠. 무도기술이나 신체 건강한 것은 기본이고, 외국어 점수도 많이 봐요.
 
 

Q. 열심히만 하면 취직이 어렵지 않다 이 말이죠?

제가 다니는 경호보안학과가 다른 과보다는 취업에 더 유리한 것 같아요.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는 체대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으니까요.


Q. 그래도 경호학과는 힘들 것 같아요. 경호원이라는게 철두철미한 직업이니만큼, 학과 분위기도 보통이 아닐 것 같은데요. 위계질서도 굉장히 강할 것 같고.

일반적으로 체육대학, 그리고 경호보안학과 하면, 갑갑하고 무섭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을거예요. 그러나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폭행과 폭언은 학생회장인 제가 나서서 막고 있어요. 또 선배 역할을 하고 있는 예비역들에게도 주의하라고 당부하고 있고요. 교수님들 또한 그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일러주고 계세요. 화목하게 지내기 위해 소모임도 만들고 있고, 개인적으로도 애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도 1학년 때는 선배들한테 첫인상이 안 좋게 보이는 바람에 찍혔고, 그 이후에는 학교를 기피하다가 결국 아웃사이더가 되었어요. 그러다가 운좋게 복학해서 좋은 선배들을 만났고, 그 선배들과 잘 지내다 보니 학생회장까지 하게 된 거예요. 그래서 아웃사이더들의 마음도 이해하고, 그들이 최대한 과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Q. 학생회장으로서 바쁠 것 같은데, 경호원이 될 준비는 충분히 하고 계시나요.

경호를 하면서 높으신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그런 분들에게 많은 걸 배우고 있어요. 그리고 제 스스로 부족한 점을 느끼고 고쳐나가고 있죠. 학과 공부와 영어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아요. 신체조건이나, 지적으로나 준비된 사람이 되고 싶으니까요.

 

Q. 앞으로 '어떤' 경호원이 되고 싶나요?

어느 위치에 가든지 신뢰받을 수 있는 경호원이죠. 그러기 위해선 경호에 대해서 배웠던 학문적 지식도 잘 활용하고, 항상 준비된 상태에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섬세하고 철두철미하게 행동해야겠죠. 성실하고 책임감을 갖추는 것은 필수이고요.
 
 

Q. 대선 D-100부터 시작된 릴레이 인터뷰잖아요. 마지막으로 차기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성범죄나 각종 흉악범죄 때문에 시민들이 많이 불안해하고 있는 것 같아요.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고 기댈 수 있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저도 믿음직스러운 경호원이 되어서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