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길을 걷고 나 혼자 TV를 보고
나 혼자 취해 보고 이렇게 매일 울고 불고

-씨스타의 ‘나혼자’ 중


어느덧 우리 사회에도 ‘나혼자’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 언론에서도 독신 가구를 위한 상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며 조명한다. 이미 서울의 대학가에서는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을 위한 자리가 생겨나고 있다. 단체생활보다는 혼자 하는 생활에 익숙한 20대를 가리키는 신조어 ‘나홀로족’은 이제 20대를 설명할 때 빠질 수 없는 단어가 됐다. ‘나홀로족’은 무엇이며 나홀로족의 사회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나홀로족은 북유럽 등지의 국가에서부터 기원됐다고 한다. 주로 집단보다 혼자 하는 생활을 향유하는 대학생들은 일컫는 신조어이다. 집단중심의 문화에서 개인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사회로의 변모가 이들의 주요 발생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정보통신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놀이가 많아진 점,' '취업을 준비하면서 시간의 효율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 등이 배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홀로족과 은둔형 외톨이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은든형 외톨이가 인간관계의 단절 속에 생활을 하는 것이라면 나홀로족은 인간관계가 단절된 경우가 아닌 자발적인 선택에 의해 많은 시간을 혼자 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나홀로족 대학생 스스로는 자신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얼마 전 인크루트가 대학생 4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74.9%가 자신이 나홀로족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평소 혼자서하는 활동 1위는 ‘도서관에서 공부하기’였고 이어 ‘수강신청 및 수업듣기’, 혼자 밥 먹기 등의 순위였다. 나홀로족이 혼자 다니는 이유로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고 혼자 다니는 것이 편해서가 그 다음의 순위를 차지했다.


                                              <한 유명 치킨집이 나홀로족을 겨냥해 내놓은 '싱글메뉴'이다>

평소 스스로를 나홀로족이라고 생각하는 A씨는 취업 때문에 혼자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A씨는 “주변의 친구들도 취업준비 때문에 다 휴학을 하고 각자 준비를 하고 있다. 나도 하루 종일 학원에 있다시피 하면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고, 취업을 해야 하는 압박감에 사람을 만나는 것도 부담이 된다. 밥을 먹는 것도 그렇고 대부분 혼자 하는 것이 편하다”라고 말했다. B씨는 A씨와 경우와는 좀 다르다. B씨는 “스터디와 대외활동으로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니 힘에 부치기도 하고 상처도 많이 받게 된다. 차라리 혼자서 생활하는 것이 편하다”라고 했다.

나홀로족으로 생활하면서 불편한 점은 없을까? A와 B씨는 가장 불편한 점으로 '밥을 먹을 때'를 꼽았다. 카페에서는 혼자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보면 되고 혼자서 온 사람도 꽤 되지만, 식당은 다르다고 했다. 들어가면 몇 명이서 왔냐고 물어보는 주인의 말부터 신경쓰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 많은 곳에서 들어가기 망설여져 밥시간이 지나 사람이 뜸한 2시나 3시에 식당에 간다고 답했다. 그때 식당을 가면 자신처럼 혼자 먹는 사람들도 꽤 돼서 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나홀로족의 출현으로 새롭게 등장한 것이 ‘생활스터디’ 혹은 ‘밥터디’라는 것이다. 대학교의 게시판에 들어가면 생활스터디를  구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면서 같이 밥을 먹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부는 각자 하지만 혼자 밥을 먹기가 마땅치 않기에 밥만 같이 먹고 다시 자기 혼자의 생활을 하는 것이다. 생활스터디를 구하는 D씨는 "도서관에서 공부를 해야하는데 혼자 밥을 먹기가 마땅치 않다. 친구들을 만나면 밥만먹고 헤어지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얘기도 해야되고 불필요한 지출과 시간의 낭비도 심하다. 그래서 자신과 같은 상황의 사람들을 모아서 이러한 불편함을 해결하고 서로 도서관에 왔는지 안 왔는지 검사도 해서 공부의 효율을 높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혼자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혼자=왕따 라는 등식은 언젠가부터 우리의 뇌리에 존재하지 않게 됐다. 그들은 혼자라는 것을 즐기고 만족감을 느낀다. 나홀로족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집단’문화에 익숙한 기성세대와 ‘개인’문화에 익숙해져가는 세대와의 가치갈등은 필연적이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 이제 ‘나홀로족’의 증가는 피할 수 없다. 나홀로족이든 아니든 그들에 대한 성찰과 사회변화의 인지는 미래를 살아갈 우리들에게 당면할 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