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예인들은 방송이나 다른 매체들을 통해 심심찮게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정치인들의 실태를 패러디하곤 한다. 연예인들이 끊임없이 정치와 정치인들을 안주거리로 삼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그들에 대한 풍자와 조롱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보수언론 등 일부에서는 정치적 행위가 너무 과도하다며 이들의 행위나 발언을 비판한다. 이들은 ‘이슈 선택과 언행에서 연예인들이 절제력을 보일수록 대중의 사랑을 잃지 않을 것이다’라는 식으로 정치적인 이야기와 행동을 하는 연예인들을 향한 훈계를 한다. 유명 소셜테이너(socialtainer)의 경우 방송 출연 및 캐스팅에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 MBC는 작년 7월 소셜테이너 금지법을 정했는데, 이로 인해 탤런트 김여진 씨의 라디오 프로그램 출연이 취소된 적이 있었다. 한편 KBS에서도, 김제동 씨가 <스타골든벨>에서 하차하는 과정에서 사내의 외압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9일, 동국대학교 중강당에서 토크콘서트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가 열렸다. 방송인 김제동 씨와 재단법인 평화재단 산하 ‘희망세상 만들기 청춘본부’의 주도로 진행되는 이번 토크콘서트는 지난 9월부터 전국 40여개 대학교를 돌며 진행되고 있다. 9월 17일 단국대에서 시작된 이번 콘서트는 11월 27일 인하대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강연을 통해 김제동 씨는 대학생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개인의 행복과 사회적 주제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학교 수업이 한창인 오후 2시임에도 불구하고 동국대 강연에는 천여 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찾아, 김제동 씨의 대중적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날 동국대 강연에서 그가 가장 집중해 얘기한 것은 ‘웃음’이었다. 특히 웃긴 상황에서 마음껏 웃을 수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사람은 예기치 않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주로 웃는다”라며 “사장님, 총장님, 이런 분들이 무대에 올라오시다가 걸려 넘어질 뻔하면 웃기다. 그런데 웃으면 안 되기 때문에 더 웃기다. 웃기는 데 웃으면 안 될 때, 이것이 부조리하고도 연결이 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무엇인가 이상한 게 있으면 아, 이상한 건 이상하다! 웃긴 건 아, 웃기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 그럴 수 없다면 그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라며 “그것은 좌, 우,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고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이들의 틀지어지지 않은 사고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와 관련한 에피소드를 말하며 강당을 웃음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자신이 정치적으로 사람들을 선동한다고 주장하는 세력에 대한 비판을 우회적으로 하기도 했다. 이미 몇 차례 방송국 등으로부터 출연 취소 및 하차 통보를 받은 바 있는 그는, 지난 9월에는 서강대로부터 학내 토크콘서트 개최 불허 통보를 받기도 했다. 그는 다소 강한 어투로 비판을 이어 나갔다. “사회적으로 규정을 지으려는 움직임이 있다. 등록금이 비싸다, 라고 하니까 빨갱이다! 라고 하고, 부잣집 아이 가난한 집 아이 가리지 말고 밥 좀 주자, 국가가 돕자, 하니까 빨갱이, 종북좌파로 규정짓는다”라며 “요즘은 대학 다니면서 강연한다 하니까 대학생들 선동한다고 그러는데, 설사 내가 선동을 한다고 해도 여러분들이 선동이 되겠나?”면서 자신에 대한 비판이 터무니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을 포함한 요즘 코미디언들이 정치 얘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얘기하며 “요즘은 정치가 제일 웃기다. 정치가 안 웃기면 코미디언도 정치 얘기를 그만둘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자신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사회에 관한 발언을 하는 게 아니라, 어떠한 상식적인 생각이 있기 때문에 소신 있게 사안에 대해 발언하고 행동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는 또한 20대들은 연애를 꼭 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른아홉 살 남자가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이십 대를 살고 있는 여러분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라며 “우선 고백을 해라. 우리는 누구나 고백을 하고 받아들일 자유가 있고, 고백을 거절할 자유가 있다. 그건 상대방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말 그대로 ‘자유연애’이고 나와 상대방에게 모두 자유가 있기 때문에 고백을 해도 좋고, 고백을 받아주지 않더라도 편하게 생각하라는 거였다. 그러면서 절대로 집착하지 말고, 끈덕지게 들러붙지도 말라고 충고했다.


이후 강연은 학생들과의 문답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여러 가지 질문이 나왔고 김제동 씨는 모든 질문에 자신의 경험을 덧붙여 가며 성의껏 대답해 주었다. 맨 처음으로 한 학생이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른 사람과 다른 것 같은데, 특유의 위트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라고 묻자 “작게 보면 된다. 너무 멀리 볼 필요가 없다. 어차피 자기 인생을 살아가는 건 자기가 결정하기에 남들의 시선에 얽매일 필요 없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자신이 세상과 사람에 대한 애정이 크다며 “사람을 웃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거다. 그 사람을 싫어하면 절대로 웃길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을 좋아하는 게 사람들을 웃길 수 있는 비결이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한 여학생이 자기가 원하는 학과에 가지 못했다는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자, 그는 “지금 그만두고 다시 원하는 학과로 가기 위해 공부를 하라. 하지만 그럴 용기가 없다면, 그냥 다니던 데 다니면 된다”라며 과감하게 한쪽을 선택하고, 둘 다 취하느라 욕심을 부리지 말라고 강조했다. 대학생으로 돌아간다면 무슨 일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는 “연애를 보다 활발히 해 보고 싶었다는 생각이다. 집착하는 사랑 말고, 진짜 사랑을 하고 싶다. 그리고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 어디든 많이 다니고 싶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 여학생은 자신의 곤란한 처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과 오랫동안 사귀고 있는데, 그 사람이 나이가 들었음에도 취업을 하지 못해 집안에서도 계속 사귀는 것에 대한 반대가 심하고 자기도 앞으로 관계를 이어갈지 망설여진다는 것. 김제동 씨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우선 말없이 큰 박수를 보내 주었다. 그리고 “많이 서운할 것이다. 주위에서 다들 받쳐주지 않으니까. 하지만 정말 사랑한다면, 헤쳐 나갔으면 한다. 정말 남자친구가 좋다면 부모님과 안 볼 생각도 할 수 있다”라며 소신대로 할 것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점도 동시에 지적했고, 항상 응원을 하겠다며 여학생에게 힘을 불어 넣어 주었다.

학생들의 질문이 끝난 뒤 김제동 씨는 마지막으로 일화 하나를 들려주며 학생들에게 너무 무겁게 살지 말 것을 강조했다. 철조망 위에 잠자리 일곱 마리가 앉아 있었는데, 문득 잠자리들이 가볍기 때문에 철조망에 앉았음에도 찔리지 않는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는 것. 그러면서  “사람들은 친구가 입사시험에 떨어졌으면 '힘내라! 다음에 잘 될 거다' 그러면서, 내가 떨어지면 '나 같은 인간이 뭘 잘 하겠냐' 이런다. 나 스스로에게 지켜야 할 예의가 있고, 거기에 민감해졌으면 한다”라며 자기 자신을 소중히 다루자고 말했다. 그렇게 두 시간여의 강연을 마친 김제동 씨는 학생들에게 한 번 꾸벅 절을 하며 인사를 한 뒤 강연을 마무리했다. 학생들은 큰 박수로 여기에 화답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된 강연은 4시경에 마무리되었다. 김제동 씨는 이날 오후 7시에 광운대에서도 강연을 했고, 다음 주에는 경남대, 울산대, 창원대, 대구대 등 주로 지방 소재 대학교들을 순회할 예정이다. 김제동의 이번 토크콘서트는 11월 27일까지 매주 월요일, 화요일, 하루에 두 학교에서 진행된다.



 

소셜테이너 금지법이란?

△보도, 토론, 대담, 교양 등 시사 정보 프로그램의 고정 출연자로서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 까지 특정한 후보자나 정당 또는 정파에 대한 지지나 격려, 반대를 공표하거나 정당 또는 정치단체의 집회에 참석하는 행위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에 대하여 특정인이나 특정단체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지지 또는 반대하거나 유리 또는 불리하게 하거나 사실을 오인하게 하는 발언이나 행위

△고정 출연자 또는 그 관계자가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가 되는 사안에 대하여 방송 프로그램에서 일방의 주장을 전달함으로써 시청취가 오도하는 발언이나 행위 및 그 이해관계 사안에 대하여 프로그램 책임자에게 사전에 고지하지 않는 행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