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솔로 남녀들의 대규모 미팅, 일명 ‘솔로대첩'이 24일 오후 3시 여의도 공원에서 약 3천500명(경찰추산)의 사람들이 모여 진행되었다. 솔로대첩은 페이스북 아이디 ‘님이 연애를 시작하셨습니다’를 사용하고 있는 대학생 유태형(24)씨가 "솔로들이 크리스마스에 모여 대규모 미팅 한번 할까"라고 올린 글에 수십만 명이 호응을 보내면서 기획됐다. 솔로대첩은 SNS를 타고 급속도로 퍼져 인터넷 포털 사이트 인기검색어에 오르며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여러 연예인들도 트위터나 방송을 통해 참석한다 밝히고, 식전행사로 연예인들의 공연이 기획되기도 했다.

하지만 여의도 공원 측이 안전상의 이유로 장소 사용 허가가 떨어지지 않아 행사 전날까지도 ‘한다, 안한다’ 개최여부에 논란이 많았다. 그로인해 참석을 약속한 연예인 대부분이 참석을 취소했고, 식전행사도 없던 일이 되었다. 장애물은 끝이 아니었다. 인터넷에서 소매치기나 성추행이 발생할 곳이란 걱정이 담긴 글이 퍼지면서 솔로대첩 참가자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이에 주최측은 감시인력 100여 명을 투입하고, 경찰들도 경찰 인력을 대규모 배치시켰다.


솔로대첩 시작 전의 풍경



참가자들, 흰색 목도리만 보여 걱정이에요!




솔로대첩이 열리는 오후 3시가 되기 전인 2시부터 많은 사람들이 여의도 공원에 모이기 시작했다.

솔로대첩에 참가하는 남자는 흰색, 여자는 빨간색 의상을 입는 것이 규칙이다. 하지만 하얀색 목도리를 맨 남자는 많은 반면 빨간색 옷을 입은여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수원에서 온 강지용(남·23)씨는 “친구를 통해서 솔로대첩을 알게 되어 왔는데 남녀성비가 안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도 좋은 연인을 만들어 내일을 즐겁게 보내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기대를 내비쳤다.

호주에서 온 케빈 리(Kevin Lee·남·20)씨는 한국으로 놀러왔다가 솔로대첩이 열리는 소식을 듣고 참여했다. “솔로대첩에서 여자를 만나지 않더라도 그냥 재밌을 것 같아서 왔어요”고 말했다. 덧붙여 “오늘 호주 시드니 하이드 파크(Hyde Park)에서도 한인들끼리 500명 정도로 솔로대첩이 열린다고 하더라고요”라고 전했다. 걱정되는 점이 없냐는 말에는 역시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없어요”라고 말했다.


3시가 다가올 수록 모이는 사람들



3시가 가까워지자 빨간색 옷을 입은 여자들도 하나 둘 눈에 띄기 시작했다. 경기도 광주에서 온 류진주(여·18)씨는 “페이스북에서 보고나서 미팅도 할 수 있고, 볼거리도 많을 것 같아서 왔어요”라고 말했다. 안전에 대해 걱정이 되진 않았냐는 질문에는 “페이스북에 주최자가 감시 인력을 모집하고, 계속 상황을 알려주니까 걱정은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인산인해 솔로대첩의 시작

처음 솔로대첩은 여의도 공원 좌우에 남녀가 나뉘어 있다가 3시가 되면 주최자 ‘님연시’가 시작을 알리는 말인 “요이땅!”을 외치면 양쪽에서 뛰어와 맘에 드는 이성의 손을 잡는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모인가운데 뛰는 것은 사고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형식을 ‘달리기’에서 ‘산책’으로 바꾸었다. 시작도 다른 방법으로 대체했다.

남자 쪽 풍경

여자 쪽 풍경



솔로대첩의 바뀐 방식은 이러하다. 여의도공원의 국기게양대를 바라보고 왼쪽엔 여자, 오른쪽엔 남자가 모인다. 그리고 3시 24분에 휴대폰 알람을 맞춘다. 3시 24분이 되면 주최자는 “시작”을 외치고, 참가자들은 알람 소리에 맞춰 춤을 춘다. 그리고 반대편으로 건너가 산책을 한다. 산책 중 맘에 드는 이성에게 “산책하러 오셨어요?”라 묻고, “같이 하실래요?”라고 만남을 제안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알람을 맞춘 사람도 많지 않았고,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은 주최자의 말은 잘 들리지 않았다.

주최자 '님연시' 유태형 (24)




대망의 3시 24분, 주최자의 “시작”이란 말이 떨어지자마자 오른쪽에 있던 남자들이 일제히 왼쪽으로 뛰어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겹치며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했다. 산책은 불가능했다. 수많은 사람들에 떠밀려 걸음을 옮길 수 밖에 없었다.


경기도 남양주에서 온 이신(남·20)씨는 “통제인원이 많다고 들었는데 다 어디다가 쓴 건지 모르겠어요. 주최자가 방송국 기자들하고만 있어요. 자발적으로 나서서 통제에 더 적극적이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 말했다. 남자가 훨씬 많은 점에 대해선 “불미스러운 소문이 많아서 여자들은 불안하니까 덜 온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수능을 끝낸 예비 대학생 서예정(가명·여·용인)씨는 “시작이라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고, 행사 진행이 미숙했던 점이 아쉬워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보기도 힘들어요. 솔로대첩 참가 안한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인산인해 '솔로대첩'



이런 점에 대해 서울 솔로대첩 행정팀 스태프 현지은(여·24), 이지은(여·22)씨는 “여의도 공원 측에서 스태프를 알아보기 위한 스티커를 몸에 부착하는 것도, 어떠한 유인물을 나눠주는 것도 못하게 했어요. 허가를 내주지 않아 마이크도 사용하지 않았죠. 그러니 아무래도 진행이 미숙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솔로대첩의 부족한 점에 대해 묻자 “장소 섭외가 힘들었어요. 그래서 계획도 바뀌게 되고요. 며칠 전까지도 계속 바뀌니 스태프들도 혼란스러웠어요. 그래도 이제 첫 번째로 열린 행사인 만큼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셨으니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있지 않나요?”라고 말했다.


솔로들만 모이는 게 아니다. 많은 사람과 이벤트, 볼거리

솔로대첩은 크리스마스의 외로운 솔로들만 모이지 않았다.


그들을 사로잡으려는 목적으로 많은 업체에서도 여러 이벤트나 홍보활동을 진행했다. 소셜 데이팅 업체 ‘벌컥’에서는 자사 이름이 적힌 분홍색 옷을 입고, 돌아다니며 홍보를 했다. 업체 관계자는 “20대 젊은층이 우리의 주고객이다. 솔로대첩에 많은 젊은이들이 모여 홍보를 하러 나왔다”고 말했다.



즉석에서 공연이 열리기도 했다. 기타를 가지고 온 사람들이 언 손을 녹여가며 음악을 연주했다. 현장에서 만난 기타연주자와 카혼연주자는 합동공연을 열어 솔로대첩의 참가자들에게 감미로운 음악을 선사하기도했다.



주최측에서는 행사 진행 말고는 다른 이벤트를 진행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벤트와 소소한 공연들이 즐길거리를 제공했다.




솔로대첩, 크리스마스 솔로들의 축제로 거듭날 수 있을까?

언제부터인가 크리스마스 거리에서 솔로들은 볼 수가 없다. 다정한 커플들 뿐이다. 솔로들은 올해도 나홀로 집에서 케빈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낸다. 솔로대첩은 이런 솔로들에게 크리스마스를 즐겁게 즐길 기회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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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몇몇 사람은 솔로대첩에 대해 ‘경찰 > 비둘기 > 남자 >>>>>>>>> 여자’순이었다고 희화화하며 솔로대첩은 실패라고 말한다. 하지만 대학생의 말 한마디에서 시작해 천명이 넘게 모인 행사였다. 갈 곳 없던 솔로들은 크리스마스를 즐기러 나왔다. 걱정했던 범죄나 안전상의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다.


서울 솔로대첩 종합상황실장 한길우(남·40)씨




서울 솔로대첩 종합상황실장 한길우(남·40)씨는 “지금 솔로대첩이 2002년 붉은악마 거리응원과 똑같은 상황이다. 거리응원은 스포츠가 대상이라는 점이 다르지만, 양상은 비슷하다. 그 때 당시 민원도 많고, 반대도 심했다. 하지만 결국 국민 문화가 되었다. 솔로대첩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솔로대첩의 계획에 대해 묻자 “솔로대첩은 이제 1회이다. 내년 12월 24일에는 세계솔로대첩을 할 계획이다. 올해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뉴욕, 호주 시드니, 독일 베를린에서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더불어, 내년 5월 4일에는 커플대첩, 8월 2일에는 솔로대첩의 여름버전을 진행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아직 정확하게 결정된 건 없지만 운영위가 꾸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솔로대첩, 부산, 광주 등 전국 곳곳에서 솔로대첩이 열렸고, 많은 솔로들이 짝을 찾아 나섰다. 큰 주목을 받았던만큼, 기대도 아쉬움도 컸다. 남녀성비차가 크다는 점과 주최측의 미숙한 진행이 아쉬운 점으로 지적받았다. 솔로대첩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솔로들의 크리스마스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내년 크리스마스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