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문제로 말이 많다. 몇 년간 이어온 두 자리 수에 가까운 인상률도 그렇고, 최근 불거진 학자금 대출 제도에 대한 논란도 그렇다. 그래서, 학생은 서럽다. 등록금을 인상하는 학교 측도 아니고, 학생들 정책을 갖고 정치 놀음하는 여의도 사람들도 아니다. 배워야 할 의무와 권리가 있는 학생들이 서럽다. 그래서, 문제다. 이렇게 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이었던 사람들이 나섰다. 지금은 학교 측 사람이 되고 여의도 사람이 된 사람들도 있지만, 30년 전, 40년 전 학생이었던 사람들이 지금 학생인 사람들을 위해 나섰다. 연세대학교 상경대학, 경영대학 동문회다.

연세대학교 상경대학, 경영대학 동문회는 ‘블루버터플라이’라는 장학 시스템을 만들었다. 졸업한 선배들이 하루 천 원씩 매일 모금하여 학생들에게 지원하는 것이다. 열 명의 선배가 신청하면 한명의 후배가 4년 동안의 등록금 전액과 교환학생 지원금을 받는다. 열 명의 선배가 신청하면 한 마리의 ‘푸른 나비’가 돼서 후배에게 날아가는 것이다. 이 시스템을 정착시켜 다른 단과대학, 다른 학교까지 전파하는 것이 목표라는 블루버터플라이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자. 


블루버터플라이 장학 제도의 취지가 무엇인가? 

연세대학교 상경 경영대 선배들이 후배들의 장학금을 모금함으로써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없애고, 사회와 국가에 봉사할 줄 아는 연세대학교 상경. 경영인을 배출하고자 하는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가?

기본적으로 선배 1인이 하루 천원, 한 달 3만원을 4년간 유지하는 것이다. 이런 선배 30명이 모이면 신입생 1명의 졸업 때까지의 등록금 전액과 교환학생 지원금 등 4천만 원을 지급할 수 있다.

모든 동창 선배들은 1구좌 이상(30구좌, 60구좌씩 가입하는 선배들도 있다.)을 가입하여 모든 재학생 후배들이 장학혜택을 받게 하는 것이 목표이며, 가입 및 추진과정은 블루버터플라이 홈페이지 온라인 운영으로 하고 있다.(www.bluebutterfly.co,kr). 홈페이지와 더불어 블로그와 트위터도 함께 운영 중이다.


[블루버터플라이 홈페이지 캡쳐] 이미 많은 나비가 탄생되어 수혜 학생에게 날아가고 있다.


사업 추진에 있어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가?
 

연세대학교 상경. 경영대 김정수 동문회 회장이 세계 최고의 모교 상경경영대학을 만들기 위해 방법을 구상하던 중 기존의 거액의 소수 기부자만으로는 전학생의 장학생화를 실현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실제 가정 형편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재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고자 기존의 장학제도를 변경하여 지난해 말 출범하였다.
 

블루버터플라이 장학 제도의 수혜 학생을 선발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등록금 문제가 심각한 학생을 우선 선발하였다. 2010년도에는 경제적으로 연세대학교 상경, 경영대에 지원하기 힘든 지방 학생에게도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
 

블루버터플라이 장학 제도를 통한 수혜 학생이 몇 명이나 존재하는지, 또 그들이 받은 장학금이 어느 정도 되는가?

2010년도 신입 및 재학생 기준 70명이다. 약정 장학금은 매일 변하는데, 앞서 말한 블루버터플라이 홈페이지에서 약정 모금액을 매일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0년 2월 현재 23억 5천만원정도 약정되어 있다.)
 

블루버터플라이 장학 제도를 통해 최종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가?

전 재학생을 등록금 걱정 없이 학교를 다니게 하고, 졸업하면 사회와 국가, 인류에 봉사할 수 있는 인재가 되도록 돕는 것이다. 아울러 이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진행하여 연세의 다른 단과 대학, 타 대학 및 단체도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연세대학교 상경대학, 경영대학 뿐만 아니라 다른 단과대학까지 확대 운영하실 생각이 있는가?

앞서 말한 대로 캠페인이 성공하면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언제든지 협조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블루 버터플라이 외에도 새로운 방식의 학자금 후원제도를 운영하는 기관이 있어 화제다. 일명 ‘팝펀딩 무이자 학자금 후원’이라는 것이다. 수혜를 원하는 학생이 자신의 사연과 필요한 금액, 그리고 상환 계획을 인터넷에 올리면 다른 사람들이 그 학생에게 일정 금액을 출자해주는 체제이다.

특히 이 시스템은 인적 네트워크 금융 서비스를 의미하는 P2P Finance와 마이크로 크레딧 시스템, 그리고 수혜자의 우선순위를 대중이 판단한다는 점에서 집단지성을 활용했다는 것이 큰 의미를 갖는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생긴 새로운 문제점을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생긴 새로운 개념들을 활용하여 극복하는 동시에, 십시일반 · 상부상조라는 우리의 전통적 미덕도 훌륭하게 살린 것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학자금을 지원받는 학생을 통해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팝펀딩 무이자 학자금 후원 제도를 알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팝펀딩 무이자 학자금 후원 제도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인터넷, 언론 등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초기에 학자금후원제도를 신청하게 되어 두 번째 수혜자로서 학자금후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학자금을 수혜한 뒤 학업 혹은 미래계획이 잘 지켜지고 있나요? (현재 진행 상황이나 마음가짐에 대해 간략히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또한 학자금을 수혜한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팝펀딩을 통해 학자금대출을 이번 달에 받았기 때문에 ‘계획이 지켜지고 있다, 혹은 아니다’라고 확정지어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다른 학기와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학자금후원을 받기 전에도 정부에서 학자금대출을 받았고 현재 받은 학자금원금을 갚기 위해 학업과 일을 병행 할 것이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팝펀딩 무이자 학자금 후원 제도에 대한 평가를 하신다면? (이 제도의 장점과 아쉬운 점을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팝펀딩 무이자 학자금 후원 제도가 기존학자금대출 그리고 이번 정부에서 새로 생긴 취업 후 상환제 학자금 대출 제도보다 좋은 제도인 것은 확실합니다. 그 이유는 단연 무이자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금융기관과 정부에서 학자금을 대출 혹은 후원해주는 게 아니라 다수의 개인이 학자금을 후원해준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투자의 개념이 아닌 후원의 개념으로 다가간 점을 정부에서도 인식하고 배웠으면 합니다.

다만, 염려스러운 부분은 학자금후원제도 신청자가 진정으로 학비가 필요해서 신청한 것인지 그리고 갚을 의지가 있는지 정확히 판단하기 힘든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선의의 마음으로 투자하신 분들이 금전적 손해를 입어 그로 인해 다른 수혜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학교 측 혹은 금융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상환을 한다는 확신을 투자자에게 심어주어야 된다고 생각됩니다.


     [팝펀딩 홈페이지 캡쳐] 팝펀딩의 학자금 대출 요건중 가장 큰 것은 학생 본인의 성실함을 보이는 것이다.


등록금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대학교 진학을 포기하려고 생각한 적은 없었나요? 

대학은 어떻게 해서든지 다니려고 하지만 계속 학자금대출을 받으면 취업 후에 언제쯤 돈을 모을 수 있을지. 현재 힘든 것보다 나중에 더 힘들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듭니다. 

학자금을 수혜한 뒤 가족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가족들에게는 따로 알리지 않았습니다. 기존에 받았던 대출은 알고 계시지만 계속 대출을 받는다고 하면 걱정하시고 미안해하시기 때문에 장학금과 아르바이트를 통해 번 돈으로 등록금을 납부했다고 가족들에게 알렸습니다.
 

현재 가장 부담되거나 걱정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기존의 이자+원금과 앞으로 갚아야 될 대출금 그리고 남은 학기동안 다시 받을 수 있는 학자금상환의 문제입니다.
 

앞으로의 수혜자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자신이 무이자학자금후원을 받은 것은 자신의 노력도, 행운도 아닌 투자자 여러 분들의 관심과 큰 정성이라는 것을 생각하시고 행동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매달 상환을 하지 않는 것은 투자한 사람의 손해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학자금후원의 투자가 저조해질 것이라는 것을, 자신으로 인해 피해자가 수도 없이 많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합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20대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20대에게 바라는 점이나 아쉬운 점을 말씀해주셔도 됩니다.)

제가 다른 사람에게 충고 혹은 조언을 구할 입장은 아닌 듯하지만, 요새 대학생들을 보며 느끼는 것은 구체적인 목표, 꿈 없이 무조건적인 취업을 하는 것입니다. 어떤 업종 어느 계열인지 상관하지 않고 대기업이면 무조건 지원하고 취업 후 1년도 되지 않은 채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두는 풍토는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일이 하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하는 20대 대학생이 되었으면 합니다.

세상이 각박하고 힘들지만 그렇다고 세상에 찌들지 않는, 소신 있는 삶을 살았으면 합니다. 20대란 꿈을 꾸고 실현해가는 나이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등록금이 비싸다고 느껴진다면 단체로 모여서 시위를 하는 게 전부였다. 등록금 관련 현수막과 대자보를 붙이고, 총장실을 점거하는 등의 행동이 끝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무엇하나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다보니 위와 같은 독특한 장학제도가 생기기 시작했다. 단순히 반대만하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무언가 활로를 찾아 나선 것이다. 보다 투쟁적이었지만 실질적인 보상이 없었던 과거와는 달리, 조금은 덜 투쟁적이고 약간은 현실 타협적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당장 내일이 아쉬운 이들에게 조금의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분명 발전했다.

위와 같은 발전은 보다 더 나아진 내일을 꿈꾸게 한다. 투쟁을 하지 않아도, 좋은 생각이라며 무릎 치게 만들만큼 기발한 생각을 해내지 않더라도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냥 현실 구조 자체가 사람들을 힘들게 하지 않아서, 그냥 있는 대로 살아가도 행복할 수 있는 그런 내일도 오지 않을까. 그런 꿈같은 내일이 오길 바라고, 올 것만 같은 희망을 품으며 인터뷰 기사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