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어느 덧 3월, 개강을 한 후 대학교 캠퍼스에는 1년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넌지시 알려주는 조짐이 가득하다. 이 중 하나가 새내기들의 출현이다. 오랫동안 꿈꾸었던 대학 생활을 맛보게 된 새내기들의 얼굴은 설렘이 가득하고 이들 앞에는 화려한 나날만 펼쳐질 것 같아 보인다. 그런데 대학 입시를 끝으로, 한동안 마음고생을 하지 않을 것 같은 새내기들에게도 고민이 없는 게 아니었다.

바로 친구 사귀기. 이 고민은 새내기들에게 ‘수강 신청’이라는 고민보다 더 큰 고민이고, 새내기가 된 후 처음 주어지는 과제이기도 하다. 그동안 한 교실에서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 것에 익숙해진 새내기들에게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 것은 어렵기만 하다.

 



개강한 날 처음으로 학교에 갔어요.

집에서 학교까지의 거리가 멀어서 혹은 개인 사정이 겹쳐서 겨울 방학동안 있었던 학교별 모임, 오리엔테이션, 새터 등에 한 번도 가지 못한 새내기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개강한 후 처음으로 학교에 발을 내딛지만 이들의 눈에는 삼삼오오씩 모여 서로 웃고 떠드는 ‘이미 친해진’ 새내기들이 가득할 뿐이다. 이들은 용기내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려고 다짐하지만 ‘이미 친해진’ 무리들 사이에 자신들이 낄 자리는 없어 보인다.

가장 먼저 듣는 질문이 “91년생이세요?”

학번은 같지만 태어난 해가 다른 새내기들도 있다. 재수를 하거나 중고등학교 때 어학연수나 기타 개인사정으로 인해 여느 새내기들보다 다소 늦게 대학을 입학한 새내기들도 보인다. 반면, 생일이 이르거나 혹은 조기졸업으로 인해 다소 일찍 대학을 입학한 새내기들도 있다. 이들은 같은 학번 새내기들과 동갑인 척하며 친해져보려고 해도 이들에게 피할 수 없는 관문이 있다. 새내기들이 처음 만난 어색한 자리에서 가장 먼저 묻는 말이 “91년생이세요?”이기 때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에 따라 새내기들은 존댓말을 할 것인지 반말을 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서로 존댓말을 쓰는 순간부터 어색해지는 분위기를 겪고 난 후 태어난 해가 다른 새내기들은 자신들과 동갑인 새내기들을 찾기 시작한다.

우린 선배도, 친구도 없나요?

친구를 사귀는 것에 대한 고민이 심한 새내기들의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이들이 있다. 학부로 입학해서 전공이 정해지지 않은 새내기들이다. 이들은 학부 소속으로 입학하지만 전공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전공 주임 교수님이나 직속 선배님이 누구인지 모를 뿐더러 누가 같은 과에 가게 될 지도 모른다. 이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새내기들은 바로 ‘전공예약제’로 입학한 새내기들이다. 입학하기 전에 미리 전공을 예약하고 들어온 새내기들은 무엇보다 ‘같은 과’라는 명분만으로 쉽게 친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공이 정해지지 않은 새내기들은 자신들끼리 소위 ‘방임’이라고 일컬으며 전공이 정해지기를 기다린다.

인터넷을 안 하면 친구를 못 사귀나요?

인터넷 모임이나 미니홈피 등의 온라인 커뮤니티와는 담을 쌓은 새내기들도 있다. 미니홈피나 블로그를 운영하지 않는 이들에게 갑작스럽게 일촌 신청이나 친구로 초대한다는 메일이 오면 ‘단지 ID만 가지고 있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관련된 활동은 하지 않는다’는 말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또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새내기들이 함께 수업을 듣는 친구를 찾거나 밥을 같이 먹는 친구를 찾기 위해 게시판에 자신의 시간표를 올리거나 미니홈피와 핸드폰 주소 등을 남기는 일로 분주하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본, 온라인 커뮤니티를 자주 하지 않는 새내기들은 ‘따로 미니홈피나 블로그를 만들어야 하나?’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요?

활발하고 외향적인 새내기들에게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은 그리 부담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친구들 옆에만 있으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소 성격이 내성적이어서 낯을 가리는 새내기들은 친구를 어떻게 사귀어야 할 것인지 고민을 떨쳐버릴 수 없다. 그리고 막상 이들이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다고 해도 새로운 친구와 대화를 하는 시간도 그리 길지 않다. 5분이 지나면 다시 어색한 분위기로 돌아가 버린다. 이들을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새 친구와 나눌 이야기 목록들을 제공하기도 한다. 넌센스 퀴즈나 허무한 개그와 관련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러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해지고 싶은 새내기들의 마음은 다급할 뿐이다.

     

라디오와 같이 친구를 끄고 켤 수 있다면

그런데 며칠 후 새내기들에게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이렇게 각종 고난을 겪으면서 사귄 친구들이 만족스럽지 않은 것이다. 한동안 새내기들의 게시판에 불었던 ‘아무나 친구 만들기’ 열풍은 ‘마음에 안 맞는 친구 처리하기’에 관한 글로 바뀌었다. 다급한 마음에 누군가와 시간표를 맞추어 짜고, 혼자 있는 누군가와 밥을 함께 먹는 것이 문제였을까. 이야기를 나눌수록 성격이 맞지 않고 관심분야도 전혀 다른 친구인 것을 알게 된 후, 새로운 친구를 만들기에 안달이 났던 새내기들이 새로 사귄 친구들을 피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친구를 사귀기 위해 게시판에 당당히 자신의 미니홈피 주소와 핸드폰 번호를 공개했지만 이제는 익명 게시판에 ‘우연히’ 사귀게 된 친구가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글을 살포시 올린다.





자신과 마음이 맞는 친구를 학기 초에 좀처럼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새내기일수록, 이제 대학생이 되었으니 조급한 마음보다 여유로운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친구를 사귀는 것에는 때가 없다. 오리엔테이션 때 처음 만나 우정을 이어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몇 년간 학교를 다니면서 얼굴을 한 번도 못 본 사람이 졸업하기 전에 ‘진정한 친구’가 되는 경우도 있다. 새내기일 때 친구를 많이 사귀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주눅이 들어 억지로 친구를 사귀려고 하기보다는 여유를 가지고 인간적으로 끌리는 친구를 사귀는 새내기들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다음 뷰(daum view)의 메인 이슈에 '대학 생활'이 올라왔습니다. 요즘 이 이슈가 올라오는 횟수가 높아지고 있어요!
보람이 느껴지네요 하핫. 해당 이슈의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나오는 저희 글들을 보면.. 이제 고함20도 어느덧 200일이 넘었죠.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따뜻한 댓글 하나, 방명록 하나 부탁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