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은 모두 '장학금'을 꿈꾼다. 그로인해 성적이 발표될 때가 되면 학생들 사이에서 장학금에 대한 이야기로 한바탕 바람이 분다. 장학금에는 종류가 여러 가지가 있다. 대학과 학과별로 지급기준과 비율, 이름은 다르지만 공통적인 몇 가지 사항은 존재한다.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주는 장학금이다. 이것은 말 그대로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대상이 되며 학생들 간의 상대평가에 따른 점수를 지표로 순차적으로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그런데 성적우수자에게 장학금을 주는 '성적우수장학금'의 기준에 '성적'이 아닌 다른 기준이 더해질 때가 있다. 전공시험 점수뿐만 아니라 학과생활까지 점수화되어서 장학금 선정기준에 포함하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성적만으로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분배하기 위한 또 다른 기준이라고는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성적이 아닌 다른 기준이 첨가된다는 것은 '성적우수장학금'이라는 이름에도 걸맞지 않으며, 열심히 공부하여 좋은 성적을 거둔 학생들에게 배신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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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액장학금을 기대할 정도의 성적을 받은 학생 A. 그런데 정작 그는 4등에 해당하는 장학금을 받았다. 그리고 학생은 학과 사무실에 문의를 해보니 '과기여도'가 포함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학과기여도'라고 불리는 이 기준은 학과의 행사의 참여도에 따라 달라진다. 이를 점수로 환산하는 기준은 대체로 '출석'에 있다. 행사에 참석하여 출석을 했는지에 따라 점수가 환산되며, 이는 시험 전후에 학생들에게 공지된다. 공지된 학과기여도의 점수와 성적이 합산되어 장학금 수혜자가 결정되는 것이다. 이는 일부 학교의 학과의 제도에 따라 각각 다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성적이 좋은 학생이라 할지라도 과기여도에 따라 장학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B 대학의 일부 과에서는 '과기여도'를 무기로 학생들에게 행사에 참여할 것을 강제로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행사에 참여하여 1차, 2차의 출석체크 제도를 마련하여 출석을 체크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를 '과기여도'에 반영한다는 공지를 띄워 학생들에게 강제성 섞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다 같이 참여하여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의도는 알겠으나 '강제성'을 띈다는 것에서부터 이미 '행사'의 의미는 퇴색되었다고 볼 수 있다. 과기여도를 인터넷 학과 게시판에 게시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각 과의 과장이라 불리는 학생들이 주로 처리를 하며, 학기마다 과기여도를 파악해서 점수로 환산한다.


과기여도를 장학금 수혜자 선발시의 가산점으로 환산하는 학교들도 있다. C 대학의 예술관련 학과의 경우 학과기여도가 답사 및 학회 참여로 이에 해당하는 점수는 2점으로 명시되어 있다. 1회당 0.5점으로 2회의 답사가 진행되며, 학회 참여 및 활동은 출석을 고려하여 한 학기당 1점을 부여한다. D대학의 일본어학과에서는 성적우수장학금 대상자를 선정할 때 첫 번째로 성적을 고려하고, 자격증, 그리고 기여도와 집안사정 등을 고려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어진 조건으로는 공식행사에 출석을 하면 출석당 1점을 부여하고, 학과 교수회의를 통해서 가산점이 부여될 수 있다는 조건이 뒤이어 달려있다.


'성적우수장학금'이란 말에는 '성적'이 기준이 되어 장학금 수혜자를 결정하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런데 '학과기여도'라는 것은 '성적'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항목이다. 각 과의 특성에 맞게 각각의 기준을 설정하는 것은 온당한 일이나 '학과기여도'라는 것으로 학생들의 행동에까지 점수를 매길 필요까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이 점수로 환산되는 사회에서 행사에 참여하고, 즐기는 것마저 점수화된다는 것은 그나마 자유롭게 참여하고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시간들이 심각한 스트레스와 고민들로 변하게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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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학을 바라보며 공부하던 시절에는 대학과 자유를 같은 말로 인식하곤 한다. 그런데 학과에 기여한다는 말을 내세워, 혹은 원활한 학과의 운영이란 목적을 내세워서 학생들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 '학과생활'이라는 것에 대해 특별히 정해진 기준과 목표는 없지만 학과의 행사에 참여여부에 따라 점수를 매기는 것은 대학생 나름대로의 자유를 억압하는 움직임이 될 수도 있다.


학과의 행사에 참여하고, 대학생활을 즐기는 것을 '사회성'과 연결하여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성'이라는 것에 점수를 매길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뒤이어 떠오르면서 그것을 점수화하는 기준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는다. 사회가 대학생에게 요구하는 것이 점점 늘어만 간다. 높은 학점과 토익점수, 수많은 경험들과 실무적인 능력까지. 그것을 4년 안에 배우고, 채우기 위해서는 대학생들에게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로 인해 요즈음 학생들은 취업준비에 목이 마르고, 그 갈증을 채우기 위해 대학생활의 반 이상을 토익과 아르바이트에 매달리는 경우가 많다. 1학년 시절부터 학과의 행사에 참여하지 않고 취업을 위해서, 학점을 잘 받기 위해서 공부에만 매진하는 학생들도 상당수다. 그런 그들에게 '학과생활'까지 완벽하게 해내라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학점과 학과생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라고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과기여도'라는 단어는 말 그대로 '학과에 기여를 한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학생들에게 과에 기여해 주기를 바란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학생이 전공하는 학과를 나와서 좋은 곳에 취업을 하고, 훌륭한 인재로 성장하는 것이 바로 '과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열심히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학과기여도'는  다른 의미를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이 같은 기준이 '성적우수장학금'이라는 명칭의 장학금 수혜자 선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명백한 모순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과기여도'를 장학금 수혜의 기준으로 설정한 명확한 근거에 대해 밝히고, 학생들이 그 기준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