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홍지만 의원이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의도 텔레토비’에 대한 제재를 요청했다. ‘여의도 텔레토비’는 tvN의 성인코미디 프로그램 SNL코리아의 한 코너로, 주요 정치인들을 텔레토비 캐릭터화한 정치풍자 코미디다. 홍 의원이 제기한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대선후보들로 분한 출연자들이 심한 욕설을 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박근혜 후보로 출연한 출연자가 가장 욕을 많이 하고 안철수 후보는 순하게 나오며 욕도 안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새누리당에 불리한 방송으로 보이자 트집을 잡는 꼴이다.

홍 의원이 방통위에 심의강화를 요청한 것은 여러 모로 시대착오적이다. SNL코리아는 ‘19세 이상 관람가’를 붙이고 하는 ‘성인 코미디’다. 단순히 욕설이 나오거나 폭력적인 장면이 나온다고 해서 심의대상으로 삼으려는 것은 지나친 문화적 보수주의다. 심지어 문제가 된 ‘여의도 텔레토비’의 경우 욕설은 삐소리를 통해, ‘치고 받는’ 장면 역시 텔레토비 캐릭터와 효과음을 통해 매우 순화해 표현하고 있다.

만약 박근혜 후보의 이미지를 여의도 텔레토비의 ‘또’ 캐릭터로 오해할까 걱정하는 것이라면 지나친 기우다. 시청자들은 ‘또’ 캐릭터가 수첩을 꺼내거나, 시원하게 욕설을 내뱉을 때 카타르시스를 느낄 뿐이지 가상과 실제를 혼동할 만큼 바보가 아니다. 게다가 홍 의원이 비교대상으로 삼은 안철수 후보의 경우에도 그 ‘순하게 나오며 욕도 안하는 답답함’이 풍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공정성 면에서도 딱히 문제가 될 수준이 아니다. 즉, 심의 강화 요청 자체가 억지에 가깝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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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여당인 새누리당의 경우 표현의 자유 문제와 관련해 ‘억지’ 논란에 휩싸였던 전력이 있다. 대표적인 게 한 대학 강사가 G20 홍보 포스터에 청사초롱을 든 쥐 그림을 그려 넣었다가 200만원 벌금형에 처했던 ‘쥐 그림 사건’이다. 작년에는 시사풍자 팟캐스트 방송 ‘나는꼼수다’가 큰 인기를 얻자 여당 측에서 심의강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현재 나꼼수는 4.11 총선 기간에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최근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풍자하고 있는 영화 <자가당착>에 대해 제한상영가 판정이 내려져 국내에서 상영을 할 수 없게 되기도 했다. 새누리당에서 직접적으로 개입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다른 영화들과 형평성이 어긋난 판정이었다는 점에서 정치심의 논란이 일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안 난다’고 지속적으로 정치심의 논란,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일어나는 데도 이유가 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높아져있는데, 자꾸 말도 안 되는 포인트에서 딴죽을 걸려는 시대착오적인 문제제기를 새누리당 관계자들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럴수록 오히려 심의를 통해 새누리당의 이미지가 개선되기 보다는, ‘저런 걸 문제 삼았다’는 식으로 풍자할 거리만 늘려줄 뿐이다. 엉뚱하게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기 보다는 정치 풍자 코미디에는 유쾌하게 받아칠 줄 아는 새누리당의 ‘드립력’을 바라는 것은 무리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