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 롯데칠성음료 '핫식스(Hot6)' 광고


 

대학생들이 바쁘게 과제를 하다가 마지막 저장 순간에 저장 대신 취소를 눌러 과제를 날려버리고, 젊은 여성이 아르바이트에 늦지 않기 위해 허둥대며 버스에 타다가 돈 대신 휴대전화를 돈 통에 넣어 버린다. 이런 우스꽝스러운 상황 다음에는 “바쁘니까 청춘이다”, “청춘차렷! Hot six"라는 광고 카피가 뒤따른다.

국내 - 동아제약 '박카스' 광고


 


젊은 직장인 남성이 포장마차에서 동료와 함께 술을 마시며 사표를 낼지 말지 고민한다. 방 안에 누워 그 장면을 TV로 지켜보는 백수는 “취직을 해야 사표를 쓰지”라며 그들을 부러워한다. 내무반에서 정자세로 그 장면을 TV로 보는 군인 일병은 “부럽다. 누워서 TV도 보고….”라며 백수를 부러워하고, 다시 처음의 직장인 남성이 그 장면을 TV로 보고 “저땐 제대하면 끝이었는데….” 하며 군인을 부러워한다. 그 뒤에는 ‘세상 사는 게 피로하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풀려라 4천8백만, 풀려라 피로! 대한민국 피로회복제 박카스’라는 광고 카피가 나온다.

위의 롯데칠성음료 ‘핫식스(Hot six)', 동아제약 '박카스’ 두 광고는 재밌고 참신한 스토리로 많은 이들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위 두 광고는 모두 에너지 음료의 광고라는 점과,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바쁘고 지친 삶을 해학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닮아있다.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음료는 바쁘고 지친 일상에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는, ‘일을 하기 위한’ 에너지를 주는 음료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실제로, 언제부터인지 에너지 음료는 시험기간 필수품이 되었고, 졸린 눈을 비비며 에너지 음료를 마시는 광경은 시험기간 학교 도서관의 익숙한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편의점 업체 'CU(씨유)'에 따르면 대학 내 154개 점포의 매출을 분석해본 결과, 대학교 중간고사 기간인 10월의 에너지 음료 판매량이 지난 달 말에 비해 33.4%가 올랐다고 한다. 인터넷에는 시험기간에 더 높은 각성 효과를 내기 위해, 여러 에너지드링크와 피로회복제를 섞어서 만든 ‘붕붕드링크’ 제조법이 떠돌기도 한다.

그렇다면 국내보다 에너지 음료가 먼저 시판되었던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미국 버클리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고 있는 오보람(22세)씨는 이렇게 한국과는 상이한 에너지 음료 이미지 때문에 무척이나 놀랐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핫식스 같은 에너지 음료를 주로 시험기간이나 과제할 때 많이 마시잖아요? 그런데 미국에서는 주로 파티에서 밤새 미친 듯이 놀기 위해 마시더라구요.”


국외 - '몬스터(Monster)' 광고 (위), 코카콜라 '번 인텐스(Burn intense)' 광고 (아래)

 

몬스터 광고 링크 - http://youtu.be/Ln8_AUCIkAw
번인텐스 광고(1) 링크-  http://youtu.be/ZSfIdBjWxCs
번인텐스 광고(2) 링크 - http://youtu.be/Z-uQ4kyfMYw

이런 국내외의 에너지 음료 이미지 차이는 해외 에너지 음료 광고에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에너지 음료 판매량 세계 2위인 ‘몬스터(Monster)'의 광고에는 에너지 음료를 마신 후, 클럽에서 광적으로 락 공연을 즐기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나온다. 코카콜라의 에너지 음료 브랜드 ‘번인텐스(Burn intense)’ 광고에는 두 남녀가 정열적으로 입 맞추는 모습, 젊은이들이 빠른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 등이 등장한다. 번인텐스의 또 다른 광고에서는 한 젊은 남성이 여성들이 자고 있는 각 방을 돌아다니며 옷가지를 하나씩 찾아오는 영상이 등장한다. 이는 그 남성이 한 번에 여러 여성과 잠자리를 할 수 있었던 에너지를 ‘번인텐스’가 주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한국에서는 ‘정신 차리고 일을 하기 위한’ 에너지 음료가, 해외에서는 ‘정신없이 즐기기 위한’ 에너지 음료인 것이다.

마케팅의 핵심은 소비자분석이다. 한국의 에너지 음료 광고에서 ‘정줄 놓은’ 젊은이 ·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남을 부러워하는 젊은이들을 등장시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청년들이 바쁘고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클럽에서 밤새 놀기 위해서, 이성과의 화끈한 잠자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르바이트 하고, 밤새 공부하고 스펙을 쌓기 위해서 에너지가 필요하다. 잔디밭 위에 둘러앉아 통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캠퍼스의 풍경은, 도서관 쓰레기통에 수북히 쌓인 빈 에너지 음료 캔들로 바뀐 지 오래인 듯 하다. 핫식스, 박카스의 광고가 한국 젊은이들로부터 많은 공감과 호평을 얻었던 것은, 그 속에서 각박한 무한 경쟁에 지칠 대로 지쳐버린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