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워진 날씨만큼 겨울방학도 성큼 다가왔다. 중간고사를 보낸 많은 대학생들은 벌써부터 겨울방학 계획을 짜는데 분주하다. 저학년들은 해외여행을 꿈꾸고 고학년들은 인턴이나 취업준비를 꿈꾸는 겨울방학이지만 최근 몇 년새에 대학생들이 꿈꾸는 방학만의 로망스가 추가되었다. 바로 해외봉사다. 최근 대기업 H에서 주최하는 해외봉사활동의 지원서 접수가 시작되면서 일명 스펙을 관리하는 많은 커뮤니티에서는 지원서 작성을 묻는 글들이 많아졌다.





기업에서 지원하는 해외 봉사활동을 꿈꾸는 이들은 국내에서 접할 수 없는 경험을 무료 혹은 절반 이하의 저렴한 가격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거기다가 기업의 다양한 지원을 받으면서 동시에 넓은 인맥을 꾸릴 수 있다는 것을 지원의 이유로 꼽는다. 드물게는 해당 기업에 입사를 위해서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해외봉사를 다녀온 이들의 입소문이 더해지면서 매년 해외봉사 경쟁률은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인터넷에는 합격 자소서와 면접 팁들이 넘쳐나고 다녀온 사람들을 일명 멘토로 모시고 합격 비법을 전수받는 설명회도 드물지 않게 열리게 되었다.
기업을 지원을 받지 않더라도 자기 부담금을 내고 워크캠프를 떠나는 이들도 많아졌다. 최근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겨울에도 워크캠프가 상당수 열리면서 방학을 이용해 여행과 봉사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는 이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말하는 화려한 성공담 못지 않게 실패담도 적지 않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아름답게 피운 꽃만 보려고 하다보니 정작 해외 봉사를 떠나서 고생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 작년 베트남으로 해외봉사를 다녀온 정주연(성균관대, 22세)씨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떠나기 전에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적응을 잘할 것이라고 마음을 먹었지만 막상 가보니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었다. 기후도 맞지 않았고 특히 음식이 맞지 않아서 2주내내 거의 물만 먹고 지냈다. 마지막에는 장염에 걸리는 바람에 봉사활동을 커녕 하루종일 누워만 있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해외 여행을 많이 다녀봤기 때문에 적응을 잘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지만 여행과 봉사는 확실히 달랐단다.


박상길(가명, 23세)씨는 사람들 때문에 마음고생을 한 경우다. 많은 사람들이 단체생활을 하다보니 적지 않은 오해도 자주 생겼다고. 봉사를 한다는 기쁨 마음으로 떠났지만 힘든 여건 속에서 같은 팀원과의 몇번의 사소한 트러블이 쌓이면서 결국 원치않게 사람들과 등을 지고 말았다. "많은 사람들은 다양한 사람들을 사귈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하지만 나처럼 소심한 사람들에게는 버거운 점도 있었다"면서 "함께 봉사를 하는 한 달 내내 아웃사이더로 지내면서 스트레스로 탈모까지 왔다"고 당시를 말했다.






외국인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워크캠프의 경우 고충을 털어놓는 이들이 더 많다. 가장 많은 수는 '언어'와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해외 참가자들과의 문제였다. 몇명의 여자 참가자들은 상대적으로 성적으로 개방된 국가에서 온 이들에 의한 성추행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로 지난 여름 워크캠프를 다녀온 이지영(25세, 가명)은 프랑스 남성이 밤에 자신을 불러내서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원치않은 스킨십을 당해야 했다. 또한 소통에 자유롭지 않아서 함께 섞이기가 어려웠다며 "비록 영어를 서로 쓴다 할지라도 유럽권의 경우 영어보다는 프랑스어나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이 많을 경우 그들끼리 대화를 영어로 하지 않기 때문에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단점이 상당수 존재함에도 홍보 책자나 설명회에서는 이와 같은 이야기를 전혀 들을 수 없다. 인터넷 게시판을 통한 봉사수기를 통해서도 성공담은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실패담은 그 특성상 밝히기를 꺼려하기 때문에 거의 알려지지 않는다. 따라서 많은 이들이 해외 봉사의 장점만 보기 때문에 현장에 도착해서 생각지도 못한 고충을 겪게 된다. 해외 봉사활동은 단기간의 국내 해외봉사활동과 달리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생활하면서도 현지 적응을 해나가야 하므로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그러한 점들에 대해 고민을 하기도 전에 우선 원서를 지원하기 바쁘다. 해외 봉사활동을 떠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도전'이라는 이름앞에 서서 손을 뻗는 20대의 특권을 누려보자. 단,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