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와 '커피'는 뗄 수 없는 관계다. 학생 들은 도서관에서 쏟아지는 잠을 이기기 위해 커피를 달고 살고, 도서관 매점의 200원짜리 스틱커피는 가장 저렴한 안도감을 주었다. 취업 후에도 큰 변화는 없다. 탕비실의 스틱커피는 이른 출근의 잠을 떨쳐주고 잠시 휴식을 취하게 해준다. 짐을 들고 이곳 저곳을 떠돌아다녀야 하는 20대들은 머그컵 대신 텀블러를 들고 다니며 '조금 더 싼 음료'를 마시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런 20대에게 1년 전 '인스턴트 원두커피' 시장이 열린 것은 가히 혁명이다. 프림과 설탕 없는 커피는 카페에서만 마실 수 있던 게 불과 1년 전이지만 이제 '텀블러족'에게도 오피스 ' 머그족'에게도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맥모골'(맥심모카골드)이 평정한 인스턴트 커피 시장을 강타한 '원두 스틱커피'는 시장의 판도를 바꾸었다. 맥심의 '카누'의 선두 진출을 비롯하여 남양 프렌치카페의 '루카', 롯데의 '칸타타'도 시장에 뛰어 들었고, '이디야'와 '스타벅스'같은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도 각각 '25', 'via'라는 스틱커피를 내놓았다. 현재까지는'카누'의 선전이 돋보이지만 아직 성장기에 있는 상품인 만큼 제품의 만족도에 따라 얼마든지 시장의 최강자는 바뀔 수 있다.


고함20 '사회문화팀'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접한다는 인스턴트 원두 커피 다섯 종을 시음하고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중에 많은 블로거들이 비교글을 올리기도 했지만 요즘 블로그 글을 믿기 어려운 것이 사실. 게다가 나와 같은 '입맛'을 가졌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여기에 다섯 명의 각기 다른 입맛을 지닌 '고함 평가단'이 있다. 자신과 취향이 맞는 영화 평론가의 평에 더 귀를 기울이는 것처럼, 취향 맞는 이들의 평에 더 관심을 기울여보자.

박정훈:  많이 먹지만 양이 많다고 후한 평을 내리지는 않는 미식가. 확실히 '맛있는 것'에 대한 기준이 까다롭지만 먹을 것을 가리지는 않는다. 하루에 2~3잔의 커피를 마실 정도로 커피 없이는 못 사는 카페인 중독자. '진한 커피'를 더 좋아하는 편이다.

조주영 : 커피의 가성비를 중시하기에 맥카페를 먹는 보통남자. '보통남자'라는 단어가 너무나 잘 대변하는 그의 아이덴티티는 '버블티'에 대한 무한한 거부감과 '데자와'를 모르는 무심함에서 잘 드러난다. 커피를 사랑하지는 않지만 다른 음료보다는 좋아하는, 과테말라 안티구아 3kg을 쟁여놓고 마시는 남자이기도 하다.

황은하 : "전 너무 쓴 것도... 너무 단 것도 싫어요." 커피를 즐겨 마시지는 않고, 적당히 단 커피. 우유가 들어간 라떼류를 주로 마신다. '블랙'으로 사와야 할 커피를 '스위트'로 사 들고 온 그녀. 블랙이 없었다고 말은 하나, 단 것을 선호하는 그녀의 무의식은 아니었을까...

이주은 : HOT보다는 ICE, 진한 맛보다는 깔끔하게 넘어가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 '커피' 자체 보다는 커피를 마시는 것을 즐기는 듯. 프랜차이즈 중에서는 '커피빈'을 좋아한다.

김선기 : 마포구의 카페를 30개 알고 있는 마포구 카페 죽돌이. 최근 재정상황의 악화로 '금카페'를 선언한 지 벌써 세 달. 하지만 이번 주에 벌써 다섯 브런치를 먹은 걸 보면, 그의 '금카페'도 서서히 약발이 다한 것 같다. '선배..... 나 열나는 것 같아...' 라고 말해야 할 듯한 '선배 포스'에 걸맞는 선배 입맛을 기대하지만.. 그는 독통령을 꿈꾸며 오늘도 독일어로 중얼거린다... 





※카누는 마일드 로스트 아메리카노, 루카는 다크 아메리카노, 칸타타는 아메리카노 블랙, 이디아는 아메리카노 오리지널, 비아는 하우스 블렌드 제품을 기준으로 평가했다.
 


카누 (325원/스틱, 용량 16g, 미세원두 5% 함유)

박정훈 : ★★ 무게감이 있다. 시중 아메리카노와 흡사해 보인다.
조주영:   스틱 원두커피의 기준이 될만하다. 나쁘게 말하면 특징 없음.
황은하 : ★☆ 신맛이 강하다
이주은 : 
★☆ 공유가 CF에 나오면 부드러우면서 바디감이 무어군 맛이 날 줄 알았는데... 공유긴 공윤데 엄청 어색하게 닮은 공유 느낌..?
김선기 : ★☆ 음... 그냥그냥... na ya es geht so so 


무난한 맛이다. 맛의 조합도 좋은 편이나, 끝맛이 깔끔하지는 않다.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적인 '블랙 커피'의 맛에 잘 어울리는 편. 하지만 미세원두 함유량이 낮아서일까, 인스턴트 고유의 맛이 상대적으로 많이 나는 편이다. 기존 맥심 커피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도. 동서식품 측에서는 인스턴트 95와 미세원두 5가 황금의 비율이라는 실험결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원가 절감인지 맛을 위한 것인지 우리는 알 길이 없다. 



루카 (330원/스틱, 용량 15g, 미세원두 7%함유)

박정훈 : ★★ 신맛이 살짝 난다. 하지만 기분좋은 신맛이 아니고, 전체적인 맛이 어정쩡하다.
조주영 :  커피맛을 따라하다만 느낌. 이도저도 아니다.
황은하 : ★ 살짝 텁텁
이주은 : 
★☆ 포장지에서부터 느껴지는 마초적인 맛 ㅋㅋㅋ 보리차를 심하게 볶은듯한 원두가 입과 혀 전체로 굴러가는 느낌. '심하게'라는 어감에서도 느껴지지만 맛이 없다. 
김선기 : ☆ 지금 이 감정은 뭐죠?↗ 난 처음인데... 

평야의 흙냄새가 나를 깨운.... ㄷ.. 평야에 나를 생매장 해서 코와 입으로 흙이 마구 들어오는 느낌. 쓰고 텁텁하면서 시어서 전체적인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 싸이가 식기도 전에 원샷 때리는 커피는 아마 이 커피일지도... '카제인나트륨'을 강조하며 믹스커피 시장에서도 맥모골의 자리를 위협하는 '프렌치 카페'이기에 이 아쉬움은 더 크다. 
 


칸타타 (320원/스틱, 용량 20g, 미세원두 10%함유) 

박정훈 :   깔끔하다. 군더더기 없는 느낌이라 후식으로 먹기 좋은 듯.
조주영 :  산뜻하고 깔끔하지만 누군가에겐 가벼울지도.
황은하 :  깔끔하다. 그러나, 너무 맹물같다. 
이주은 : ★☆ 무게감이 낮고 청량감도 낮지만 전체적인 맛은 부드럽다. 아메리카노 초보자들도 무리없이 마실 수 있는 맛
김선기 : ★☆ 안성시 보개면 남풍리에서 느꼈던 향? 

고소한 커피 볶는 향, 그에 어울리는 커피 본연의 맛에 상큼함이 더해졌다. 산도와 무게감의 밸런스가 잘 맞추어진 편이다. 고운 입자 덕분에 숟가락이 없는 도서관의 20대들도 물만 부어 마실 수 있지만, 다 마시고 난 후에 고운 찌꺼기들이 남아 추운 겨울, 텀블러를 제대로 세척하기 어려울 수 있다. 깔끔한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추천. 

 
 
이디야 (500원/스틱, 용량 15g)

박정훈 : ★ 너무 시다. 밸런스가 떨어진다. 시중에서 파는 맛없는 아메리카노 같다.
조주영 :  이디야 아메리카노의 스틱버전, 다르게 좀 만들지...
황은하 : ★ 이디야 커피와 다를 바 없다
이주은 : ★☆ 임팩트 없고 가벼운데 톡 쏘는 맛 하나밖에 없다.
김선기 : ★☆ 맹맛보다는 신맛이 나은 것 같아요. 

시다. 매우 시다. 이디야는 저렴한 가격에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좋은 국산 프랜차이즈다. 하지만 좋은 커피맛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소수의견으로 가장 원두의 맛을 보여주려 했다는 평도 있었으므로 참고할 것.



비야 (1160원/스틱)

이주은 : ★☆ 적당한 바디감이 있고 목넘김이 깔끔하다. 가장 스탠더드 커피맛.
황은하 :  스벅매장보다 강하다.
조주영 : ★☆ 집에서 스벅 50%의 맛을 즐기고 싶다면 맛보길.
박정훈 : ★☆ 정말 스타벅스 스러운 맛. 익숙하긴 하지만 더 맛있었으면 좋겠다. 가격을 봐라.
김선기 : ★☆ 50%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다른 커피들과 가격차이가 매우 난다. 마노핀의 990원 아메리카노보다 비싸다. 그렇다면 그정도 값어치는 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아무리 스타벅스라고 해도 갓 뽑은 원두커피와 스틱커피에는 넘을 수 없는 간극이 있다. 커피스러운 향과 맛을 강하게 전달 하지만 동시에 '사약'처럼 쓰다는 점도 문제. 비야를 '커피스럽다'고 느끼는 이유가 혹시 '스타벅스'에 길들여진 혀 탓은 아닐까? '스타벅스'를 통해 커피의 맛을 정의했던 건 아닌지 돌이켜 본다. 



종합적으로 스타벅스의 VIA는 좋은 평가를 받기는 했지만, 가격만큼 만족스럽지는 않다는 평이 일반적이었다. 또한 지나치게 쓰기만 하다는 평도 많았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두 스틱커피로 눈을 돌린다면, 카누와 칸타타가 경쟁할만 하다. 카누는 상대적으로 무게감 있는 전통적인 커피맛을 자랑하고, 칸타타는 깊은 향과 깔끔하고 상큼한 맛이 돋보인다. 언급하지 않는 루카나 이디야는 맛의 밸런스 면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이 종합척인 평가였다. 아래의 요소별 평가를 참고해 더 자신과 잘 맞는 커피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카누  루카  칸타타  이디야  비아 
 향 ★★★ ★★★ ★★★★ ★★ ★★★★
 청량감(산도) ★★★ ★★★ ★★★★  ★★★ ★★★ 
 무게감(바디)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