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31일), 한국외대 이문캠퍼스 애경홀에서 열린 전국대학언론인 초청 공동인터뷰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참가했다. 이날 인터뷰는 전국의 대학생들이 대선 때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돕기 위해 전국 대학언론인들이 공동으로 취재하는 자리로서, 지난달 13일 문재인 후보 공동인터뷰에 이은 두 번째 대학언론인 공동인터뷰였다. 박근혜 후보는 이날 인터뷰에서 총 14가지의 질문에 대답하며, 반값등록금 문제, 국가장학금 논란, 국립대 법인화, 대학생 주거 문제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러나 1시간 동안의 질의응답 시간 동안 이날 인터뷰에 참여한 학생들은 대체로 불만족스런 모습이었다. 촉박한 시간을 의식했는지 박근혜 후보는 말을 길게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고, 학생들의 추가 질문도 허용되지 않았다. 


예정 시간을 2분 넘겨 도착한 박근혜 후보는 붉은 재킷을 입고 환한 미소를 띠며 무대 중앙에 앉았다. 이어 “여러분들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 창의성 및 뜨거운 열정이 마음껏 펼쳐지는 게 우리나라 미래를 이끌 성장 동력이라 믿고 있다”라며 “청년들이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우리 모두의 미래에 대한 문제다. 그래서 많은 정책들을 완벽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리 선정된 14가지의 질문에 박근혜 후보가 차례로 대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20대들에게 말하는 박근혜의 생각……전반적으로 구체성 부족



사진=박대연 한국외대 학생기자





다른 후보와 반값등록금 공약의 차이점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박 후보는 “소득분위와 연계해서 등록금을 차등적으로 줄이는 방식으로 등록금 부담을 실질적으로 절반 이하로 낮추겠다”며 “최근 우리 당에서 학자금 대출 이자에 대한 비율을 3.9%로 내렸는데, 앞으로도 그 비율을 내려서 실질적인 금리가 제로(0)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불명확한 소득 기준과 개별 대학의 장학금 축소 등 여러 문제가 나타났던 국가장학금 정책 개선 방식에 대해서는 “소득분위가 불명확하다는 것은 결국 신뢰의 문제다. 이를 바탕으로 보다 명확한 소득 기준을 세우기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라며 “학내 장학금을 줄이는 것은 학내 정책이기에 이래라 저래라 할 순 없지만 그게 줄어든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교육부에 대책을 물어본 적이 있고, 앞으로 보완이 될 수 있는 방법을 강구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진 지방대 활성화 대책, 전문대 특성화 방안 등에 대한 질문들에서 박 후보는 학교의 지역별 특성화와 직무능력평가제도의 도입을 통한 ‘능력 위주의 사회’로의 이행을 주장했다. “각 지역에 많은 학교들이 있는데 그 학교들이 특성화될 필요가 있다. 지역의 거점 대학들을 지역별, 학문별로 특화해서 집중적으로 정부가 지원하고, 그 분야에 있어선 이 대학이 최고가 되도록 육성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박 후보는 “직무능력별로 개발된 290여개 외에도 남은 500여개의 직무능력들을 개발해 학생들이 보다 어떤 일에 대한 역량을 잘 쌓을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직무능력평가제도에 대해 언급했다. 또한 “더불어 스펙초월 취업 시스템을 만들어, 학벌과 관계없이 청년이 가지고 있는 소질, 열정, 잠재력 등을 보고 여러 전문적 네트워크를 통해 이를 계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정보를 인재은행에 등록해서 기업에서 그 정보를 보고 인재를 찾을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러한 정책을 공공 부문에서부터 실시를 해야 민간 기업으로도 퍼지게 된다며,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면 능력 위주로 인재를 뽑는 경향이 보편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대학교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대학의 자율적 문제라며 선을 그으면서도, 보편적인 차원에서는 대학 측의 태도 변화 등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총장 직선제와 국립대 법인화에 대한 질문에서 박 후보는 “국립대 법인화를 학교 측에서 추진하겠다고 하면 그럴 수도 있겠으나, 그것을 강요를 한다면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사학비리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에 대해서도 “대학의 자율성은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지만, 사학비리에 대해선 눈을 감을 수 없다. 스스로 그것을 개혁할 의지가 없다면 국가적 차원의 획기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며 국가적 조치가 필요함을 인정하면서도 대학의 자율권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이는 대학언론의 편집권 독립 문제에 대한 질문과 대학 내 음주금지 정책에 대한 질문, 재정지원제한대학이 단순히 ‘줄 세우기’가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원칙적으로 ‘상식’을 강조하고, 학교와 학생이 잘 협의하여 좋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식이었다.


박 후보가 가장 목소리를 높여 얘기한 질문은 여성 대통령에 관한 질문과 영남 지역 발전을 위한 정책을 묻는 질문이었다. 여성 대통령의 의미에 관해 묻는 질문에서 박 후보는 메르켈 독일 총리,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예를 들며 여성 리더가 부드러움과 강력한 리더십을 이용하여 위기를 극복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한국 사회가 여성 대통령을 받아들일 수 있다, 라는 게 큰 변화의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다”라며 “부정부패와 밀실정치 등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민생에 보다 집중하는 리더십을 발휘해 재도약을 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한다”라고 말했다. 영남 관련 질문에 대해서는 기존 산업과 첨단 기술 산업의 융합을 강조하며 앞으로 첨단의료복합단지, 동해안 에너지 클러스터 사업 등을 잘 육성해서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워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인터뷰에서 학생들은 20대 및 대학교와 관련한 여러 가지 고민들에 대해 질문하며 박근혜 후보의 20대 문제에 대한 생각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이날 박근혜 후보의 대답은 전반적으로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렀고, 구체적인 정책을 얘기할 때도 ‘이것을 할 것이다’ 식의 대략적인 이야기를 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도 마무리는 '차후 협의를 통해 정하겠다'는 식이 대부분이었다. 논쟁이 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양측의 화합과 협의가 필요하다는 '모범 답안'만을 연이어 내놓았다. 한편 이전에 했던 말을 반복하기도 했다. 직무능력평가제도시스템 및 반값등록금 정책과 관련한 발언은 한 달 전 가천대학교 특강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었다. 이러다 보니 박근혜 후보가 과연 20대 관련 정책에 대해 제대로 고민하고 있나, 라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교환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단순히 제안을 한 것일 뿐



사진=박대연 한국외대 학생기자


 


공식적인 질문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을 마무리하기 직전, 한국외대 학보사 기자가 갑작스런 질문을 했다. 바로 얼마 전에 있었던 새누리당의 ‘말 바꾸기’ 논란에 대한 질문이었다. 새누리당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정치자금법을 수용하면 투표 시간 연장 법안을 함께 발의해 개정할 수 있다”라고 했지만, 막상 문 후보가 이를 수용하자 “일괄 처리는 이정현 공보단장의 개인 의견일 뿐”이라며 사태 수습에 나선 바 있다. 질문한 학생은 “새누리당이 공식 대변인의 말마저 제어하지 못하고 이틀 만에 말을 바꾸도록 한다면 국민들의 신뢰가 떨어질 것 같다” 라며 “박근혜 후보는 투표 시간 연장 법안을 처리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박근혜 후보는 “투표 시간 연장법은 법이기에 국회에서 여야 간에 논의를 하고 합의를 해야 한다, 개인이 법을 만들어라 말라 할 건 아니다”라며 직접적인 대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어떤 일에 대해 보도가 되는 과정에서 왜곡이 돼서 사실이 아닌 게 사실같이 보도되는 경우가 있다.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이런 법을 낼 테니 이런 법을 통과시켜 달라, 식으로 말한 게 아니라, 이런 법도 논의를 해 보자, 식으로 제안을 한 거다”라며 언론의 관련 보도가 정확한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직접적인 발언을 하진 않았지만, 이는 사실상 투표 시간 연장 법안 처리에 반대하는 기존 입장을 보다 굳건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후보는 지난 30일 "투표시간을 2시간 늘리는데 100억 원 정도가 들어가는데 그걸 공휴일로 정하고, 또 투표시간을 연장할 가치가 있느냐는 논란이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박 후보는 질문을 받는 순간 당황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지만, 직접적인 답변을 피하면서도 우회적으로 언론 보도와 투표 시간 연장 법안 처리 움직임을 비판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이미 여러 언론을 통해 이정현 공보단장과 문재인 후보 간의 ‘약속’이 확산된 상황에서, 박 후보의 이러한 발언이 얼마나 큰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진=박대연 한국외대 학생기자

 



강의가 끝나고 열린 대학 언론인들 간의 피드백 자리에서는 여러 아쉬움과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특히 박근혜 후보의 두루뭉술하고 천편일률적인 답변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한 학생은 “뭔가 세부적 답변을 이끌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잘 되지 않은 것 같다”라 밝혔고, 또 다른 학생은 “10여분 정도의 포토타임이 있었는데, 그 사이에 두세 가지 추가 질문을 더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라며 전반적으로 답변이 충분히 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이에 대해 공동인터뷰 주최측은 “원래는 시간을 넉넉하게 잡았고 재질문도 허용이 된다고 했는데, 행사 30분 전에 갑자기 시간이 촉박하다며 재질문을 하면 안 된다, 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대학 언론인 외에 다른 학생들이 참여하지 못한 것도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되었다. 본래 주최 측은 한국외대 일반 학우들도 자유롭게 공동인터뷰를 참관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었지만, 박 후보 측의 반대로 인해 대학 언론인들을 상대로만 이루어졌다. 이 때문에 대학 언론인들이 전국에서 많이 올라왔음에도 불구하고 250석 규모의 애경홀 곳곳에는 빈자리가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