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손님을 맞이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자신을 알리고 싶은 사람이 자신을 알고 싶은 사람에게 얼마나 친절하게 대하는지가 궁금했다. 신문은 제3자고 오프라인 캠프는 멀다.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그 사람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은 분명 그곳을 찾을 터였다. 
 
찾아가 보았다. 대선후보 캠프의 공식 홈페이지에. 대선후보는 주인이고 유권자는 손님이다. 유권자 대부분이 인터넷을 하는 시대, IT 사랑방에서 벌어지는 손님 대접을 체크해볼 필요가 있었다. 고함 20이 준비한 후보별 홈페이지 평가 기획이다. 

깔끔하지만 외로웠던 박근혜 후보의 홈페이지.

 전문적인 웹사이트 평가는 지양했다. 대선 후보를 알고 싶은 손님의 입장에서 느껴 보았다. 첫 만남 대상은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 홈페이지. 예상과 달리 매우 세련된 홈페이지였다.

 ‘지나간 날은 모두 뒤로’. 세련미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다.

 매번 과거사 문제로 홍역을 겪고 있는 박근혜 후보지만 홈페이지 메인에서 과거지향적인 분위기를 찾아보기란 힘들었다. 오히려 세련됐다는 느낌이 강했다. 빨간색과 검은색 그리고 흰색과 회색, 딱 4가지 색만을 사용했다. 홈페이지는 번잡하지 않고 깔끔했다. 

출처-박근혜의 국민행복캠프


 구체적인 카테고리는 왼쪽에 메인 콘텐츠는 오른쪽에 배치하는 구조는 새로울 것이 없었지만 카테고리와 메인 콘텐츠 사이에 서브 콘텐츠를 추가하는 구조가 신선했다. 그리고 메인 화면 밑에 배치된 서브 콘텐츠가 횡축으로 배침됨으로써, 메인 콘텐츠가 ‘통화면’으로 편집된 점이 메인을 더욱 깔끔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세련됨 속에서도 박근혜 후보의 색깔이 적절히 드러난 점에 눈이 갔다. 새누리당을 상징하는 빨간색이 분위기를 주도하고 하얀색 배경색에 하얀색 셔츠 차림의 박근혜 후보 사진이 배치됨으로써 누가 봐도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 홈페이지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보기 쉽게, 보기 좋게

 세련된 메인 화면도 좋지만, 유권자가 제일 알고 싶은 것은 공약이다. 공약을 쉽게 알 수가 없다면 대선 후보의 홈페이지는 존재의의를 상당 부분 상실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의 홈페이지는 공약 부분에서도 메인의 분위기를 잘 이어갔다.
 

공약 페이지

공약 설명 이미지


 정책을 분야별로 나눈 점에서 일단 보기가 쉬웠다. 그리고 분야별 공약의 글을 선택하면 이미지로 쉽게 정리한 부분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박근혜 후보의 정책이 어떤 모습을 지향하는 지를 보기 좋게 알려줬다. 물론, 아직 공약이 다 발표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 어쩔 수 없겠지만 공약 페이지가 조금 휑한 감은 있었다.

 불통의 이미지가 신경 쓰였나.

 깔끔한 메인페이지와 공약페이지만큼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박근혜 후보의 SNS 카테고리다. 보통 홈페이지를 보면 우측의 메인 화면을 보고 좌측의 카테고리로 시선이 이동하게 마련이다. 제일 눈에 잘 띄는 곳에 (그것도 빨간색으로) SNS 카테고리가 배치되어 있는 것. 박근혜 후보가 얼마나 소통하기 위해 힘쓰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의 홈페이지만큼은 불통 이미지를 벗기 위해 노력한 티가 보였다.

 이런 부분은 왜?

 그러나 황당한 부분도 많았다. 공식홍보물 부분의 홍보이미지에는 단 두 개의 홍보이미지만 존재했다. 휑함을 넘어 너무 신경을 안 썼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페이지였다. 

홍보이미지 페이지

 
 공감갤러리의 친근화, 씨앗 툰도 왜 존재하는지 알 수가 없는 부분이었다. ‘친근화’는 박근혜 후보의 친근한 이미지를 살리고 장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만드는 것으로 생각된다. 박근혜 후보의 열렬한 지지자라면 모르겠지만 박 후보를 단순히 알고 싶어 온 사람들에겐 낯 뜨거운 그림이 너무 많았다. ‘씨앗툰’ 부분은 더 했다. 당신의 꿈을 응원하는 희망메세지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도대체 이 페이지가 박근혜 후보와 어떤 점에서 연결되는지 감을 잡기 힘들었다. 

홈페이지에 소개된 친근화 中

홈페이지에 소개에 씨앗툰 中


 
 정책공약의 상상누리 정책제안 페이지도 아쉬웠다. 깔끔한 박근혜 후보 홈페이지의 느낌과 달리 네이버 블로그로 연결되는 정책제안 페이지는 분위기가 산만했다. 처음에는 글을 쓰는 게시판이 어디인지도 헷갈릴 정도였다. 무엇보다 운영진이 이 블로그를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블로그에 올라온 정책 제안 중 운영진은 답글은 매우 미미했으며 답글의 내용도 ‘정책 제안에 감사하며 반영하겠다‘는 상투적인 내용에 머물렀다.

상상누리 정책제안 페이지

 

 후원 참여 이외에 참여할 방법은 없나요?
 
 후원 참여와 SNS, 그리고 정책제안 페이지 이외에 박근혜 후보와 함께할 수 있는 방안도 전무했다. SNS와 상상누리 정책제안 페이지의 운영이 사실상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박근혜 후보와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선택할 방법은 후원 참여밖에 없어보였다.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일할 수 있는 방법조차도 찾아볼 수 없었다.  
   
 깔끔했다. 색깔도 분명했다. 분명한 박근혜 후보의 홈페이지였고 손님들은 부담 없이 둘러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게 끝이었다. 멋들어진 집에 들어왔지만 집 주인 자랑만 듣다 끝난 느낌이었다. 집주인과 함께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도, 집주인과 무언가를 함께할 수도 없었다. 손님은 외로웠다. 집 구석구석을 살펴보다가, 급기야 이 집의 운영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첫인상은 사라지고 집주인이 손님 초대보다는 자기 자랑을 위해 집을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다시 방문하고 싶은 집은 아니었다. 좋았던 첫인상을 생각하면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