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손님을 맞이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자신을 알리고 싶은 사람이 자신을 알고 싶은 사람에게 얼마나 친절하게 대하는지가 궁금했다. 신문은 제3자고 오프라인 캠프는 멀다.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그 사람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은 분명 그곳을 찾을 터였다. 
 
찾아가 보았다. 대선후보 캠프의 공식 홈페이지에. 대선후보는 주인이고 유권자는 손님이다. 유권자 대부분이 인터넷을 하는 시대, IT 사랑방에서 벌어지는 손님 대접을 체크해볼 필요가 있었다. 고함 20이 준비한 후보별 홈페이지 평가 기획이다. 



선거가 얼마나 남았다고 아직도 공사중?




2달도 안 남은 대선, 홈페이지는 아직도 공사 중
 
 문재인 후보는 정당을 기반으로 하는 대통령후보 치고 사뭇 다른 캠프 구성을 갖추고 있다. 문재인 대선캠프는 민주당내 인사로 구성된 민주캠프, 지지자들과 시민사회 세력으로 구성된 시민캠프, 정책 전문가들로 구성된 미래캠프 총 3개의 캠프가 연합하는 선거를 표방하는 중이다.
 
 3개의 각기 다른 캠프가 연합하여 선거를 이끌어나가는 전략은 문재인 대선캠프 측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신들만의 강점으로 내비쳐졌다. 상단 메뉴 제일 위에 제법 큰 글씨로 ‘민주캠프’, ‘시민캠프’, ‘미래캠프’로 연결되는 링크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대선이 48일 남은 지금까지도 ‘시민캠프’를 제외한 ‘민주캠프’와 ‘미래캠프’는 여전히 홈페이지 준비 중이다. 메뉴를 클릭하면 ‘준비중입니다.’라는 다섯 글자의 황망함을 느낄 수 있다. 민주당 내에선 어떤 사람이 문재인 캠프에 참여하는지, 정책 전문가 그룹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같은 제일 기초적인 사실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내용부족보다도 더 큰 문제는 홈페이지의 가장 눈에 잘 띄는 부분이 여전히 준비 중 이라는 바로 그 상황이다. 홈페이지를 방문한 많은 사람들이 직감적으로 ‘아직 준비가 덜 된 후보’라는 인상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는 상징성 보다도, 일단 재밌어 보인다.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

첫 인상은 다소 거칠었지만 문재인 대선캠프 홈페이지는 찬찬히 둘러보면 네티즌 입장에서 문재인 캠프와 함께할 수 있는 놀이 거리가 다양한 곳에 배치되어 있다. 홈페이지 메인 오른쪽에 위치한 ‘이벤트’배너에선 방문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4개의 이벤트가 있다. 무한도전을 벤치마킹한 흔적이 역력한 ‘말하는대로’코너(http://www.actionmoon.com)는 네티즌으로부터 추천을 제일 많이 받은 행동을 문재인 후보가 11월 5일에 무조건 실행에 옮기는 이벤트다. 
 
‘국민명령 1호’(http://rank.peopleorder.net/)는 국민들로부터 정책을 직접 제안 받아 그 중 네티즌 투표로 뽑힌 1개의 정책을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첫 국무회의 시간에 ‘행정명령 1호’로 공표하는 이벤트다. ‘EBS 교육 컨텐츠 무료화’나 ‘대통령 질문시간제 도입’과 같은 기발한 정책들이 눈에 띈다. 
이전까지의 정치인들이 홈페이지라는 공간을 단순히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홍보할 수 있는 통로로써 이해하였다면 문재인 후보는 인터넷을 통한 쌍방향 소통의 가능성에 주목하였다는 점이 눈에 띄는 인식변화로 보인다. 인터넷 공간이 기존의 연설, 종이매체, 영상매체와 극도로 차별화 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이러한 쌍방향 소통의 가능성이 아닐까. 인터넷을 인터넷 공간답게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은 높은 점수를 받을 만 하다. 


일단 눈이 아프다.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공약
 
 문재인 후보의 공약들은 나름 준수하게 채워진 편이다. 공약 그 자체에 대한 평가는 이번 기획에서 다루는 영역이 아닌 바, 넘어가고 공약이 홈페이지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평가하자면 한마디로 ‘읽기 싫다’로 요약할 수 있다. 

 문재인 후보의 공약들 중 ‘일자리혁명’를 클릭하자 본문 제일 첫 단락에 ‘Ⅰ. 현황’이라는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부하직원이 간부에게 올린 보고서를 들춰보는 느낌이다. 일자리 혁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굳이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현황을 구구절절히 알려줘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 다음에 정책 방향이 나오지만 여전히 모호한 단어로 채워져 있다. 그 다음 Ⅲ. 정책과제에 가야 이제 구체적인 공약의 모습이 나타난다. 여전히 문자로 빡빡하고 심지어 글씨 폰트조차 매우 작다 읽기 불편하다. 안과에 가서 하는 시력검사 테스트가 떠오른다. 노안인 분들은 어디서 돋보기 안경이라도 꺼내와야 읽을 수 있는 수준이다.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정책에서 문재인 후보가 가장 중요하게 내세우는 정책은 무엇인지, 다른 후보와는 어떤 차별성을 두겠다는 것인지 같은 방문자들이 가장 알고 싶어하는 내용들이 사용자 친화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문재인 후보의 일자리 공약을 조사해오라’라고 하자 한 학생이 준비해 온 숙제처럼 보인다. 선생님의 관점에선 90점 정도를 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네티즌 입장에선 50점도 후한 점수다. 


왠지 저 S펜이 달린 핸드폰을 사면 없던 아이디어도 샘솟을 것만 같은 모 회사의 광고. 이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다양한 읽을거리, 다만…

 이벤트는 많았지만 다소 번잡한 느낌을 주었고, 공약들은 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매거진 코너에선 문재인 뒷담화, 담쟁이 칼럼, 뉴스레터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심지어 매일 저녁 자체적으로 인터넷 방송을 꼬박꼬박 내보낸다. 그러나 문재인의 공약, 문재인의 현장행보와 전혀 융합이 되어있지 않다. 매일 방송도 보고 그의 활동을 꼼꼼하게 체크하는 사람들에겐 큰 문제가 아니겠지만, 어쩌다 문재인 홈페이지에 방문한 사람을 그의 지지자로 묶어두기엔 부족한 감이 많았다. 한마디로 읽을거리는 많았지만 아직 정리는 덜 되어있다. 문재인 후보가 ‘히트상품이 될 여지가 있다는 생각이라면 좀 더 깔끔하게 그를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