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고 했다. 노력의 중요성을 설명할 때 우리가 흔히 드는 경구다. 우리나라 사람의 대다수는 이 경구를 믿는다. 하지만 이 노력에 대한 기대는 무참히 짓밟혔다. 나로호의 열 번째 발사시도는 노력해도 안 되는 건 안 된다는 듯이 연기되어 버렸다. ‘노력’과 함께, 지난 10년간 쏟아 부은 8500억 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나로호의 실패 이유는 다양했다. 고무링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가스가 새거나 과전류 때문에 그리고 여러 크고 작은 문제가 나로호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부품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로호가 한 번 발사를 실패할 때마다 과학자들의 경험이 축적되며 성공을 위해 한발 한발 나아가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나로호는 발사실패 이후에도 발전이 없다. 부품 15만개 중 우리 손으로 만든 것은 3만여 개이며, 발사실패의 원인 규명도 러시아가 전적으로 담당한다. 하물며 제일 중요한 1단 로켓은 러시아에서 만든다. 1차, 2차 발사실패에도 배운게 없으니 ‘노력’은 기대를 배신할 수밖에 없다. 아니, 애초에 '노력'부터가 잘못되었다.

스페이스클럽 가입 국가 현황. 교육과학기술부 © News1



우리가 나로호의 성공을 기원하는 것은 나로호의 성공으로 한국이 '스페이스 클럽'에 가입하게 되기 때문이다. 스페이스 클럽은 독자기술로 개발한 인공위성을 자력으로 발사한 국가를 의미한다. 현재 스페이스 클럽에는 9개 국가가 있다. 이들의 면모를 보면 러시아,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부터 인도, 이란, 중국 같은 개발도상국까지 다양하게 포진되어있다. 선진국의 우주기술은 과학기술이 발달한 선진국만의 것이 아니다. 인도, 이란, 중국의 공통점은 미사일 강국이라는 것이다. 로켓 발사의 핵심인 미사일 기술의 발달이 결국 우주기술로 그대로 직결되는 것이다. 이란과 일본을 빼면 모두 공식적인 핵미사일 보유국이라는 점도 같다.

우리는 특수한 외교 상황 때문에 오랫동안 미사일 개발이 지연되어온 나라다. 그렇다보니 로켓 기술 개발의 기반이 전무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미사일 개발을 서두르자는 건 그야말로 극우적인 단순한 사고다. 미국도 반대하고, 중국도 반대하는 우리나라의 미사일 개발은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유일한 선택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로켓 발사 기술의 토양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러한 '노력' 없는 나로호 제작에만 집중하고 있다. 나로호에 돈을 아무리 들여 봤자 성공하기 힘들뿐더러 설사 성공한다 하더라도 순수 우리기술로 제작하고 실패하는 과정을 겪지 않으면 성공 후에 남는 것은 자존심 밖에 없을 것이다.

과학자가 되고 싶어 이공계를 가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취업이 잘되서 이공계를 갈 수밖에 없고, 이공계를 나라의 인재로 보기보다 공장의 생산 부품처럼 보는 이 나라는 근본적으로 로켓을 쏘아 올릴 자격이 없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듯이 노력하면 안 될 것 없다. 그러니 ‘노력’하지 않고, 과학자의 육성도 없이 나로호를 쏘겠다는 것은 너무 도둑놈 심보이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