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업계 간의 기싸움이 뜨겁다. 이 싸움에 ‘등이 터지는 건’ 시민들이다. 택시를 대중교통에 포함하는 대중교통법 개정안의 국회 상정이 예고되자 지난 22일 버스업계가 파업에 돌입했다. 출근시간 직전에 파업이 해제됐지만, 미처 이 사실을 알지 못한 사람들이 자동차를 끌고 나와 교통체증이 심화되는 등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번엔 대중교통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이 유보되자 택시업계가 실력을 발휘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요금 인상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3일 밝혔다. 이는 요금 인상을 반대하던 기존 입장을 뒤엎은 것이다. 현행 기본요금을 600원 가량 인상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또 다시 피해자는 시민이다.

이렇게 정부가 오락가락하는 것은 대중교통과 관련된 제반 문제들을 관통하는 비전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버스업계, 택시업계, 지자체, 시민들까지 모두의 입장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택시가 대중교통으로 지정돼 버스와 지하철에만 투입되던 정부예산을 나눠가게 되면, 버스회사들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진다. 회사에 분납금을 납부하면서, 어려운 직업생활을 꾸려나가고 있는 택시기사들의 사정도 측은하다. 대중교통의 적자를 지방세로 메우는 지자체의 어려운 주머니 사정도 문제지만, 교통요금이 오르면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하는 시민들의 가계부 사정도 문제다.



결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조정 능력이 필수라는 얘기다. 원활한 조정 작용을 위해서는 대중교통 체계, 회사-노동자의 문제, 서민 경제 문제 등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뚜렷한 주관이 필요하다. 바로 현재 정부에게 가장 부족한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택시가 앓는다니 택시를 위한 법안을 도입하고, 그러다 버스가 못살겠다니 이걸 취소했다가, 다시 택시가 반발하니 택시를 달래주려 하는 것 아닌가. 요금 인상안에도 시민의 반발이 예정되어 있는 건 당연할 테고, 자연스럽게 요금 인상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때 다시 나오는 반발은 어떤 미봉책으로 무마해야 할까.

단순히 ‘못 살겠다’는 이해 당사자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정책을 그때그때 도입해서는 안 된다. 대중교통 문제뿐만이 아니라, 이해 당사자 간의 대립으로 인해 논란이 되는 모든 문제가 그러하다. 한 표도 잃지 않기 위해 모든 요구를 들어주겠다고 하는 ‘정치’는 아무 것도 실현시킬 수 없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포퓰리즘’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흔드는 대로 흔들리는 한심한 행위를 그만두어야 한다. 가치 체계를 바로세우고, 누군가의 요구가 이 체계에 어긋난다면 ‘설득’을 통해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조정의 정치’를 하는 정부로 거듭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