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도 수능성적표가 28일 전국 고등학교에 일제히 배부됐다. 매년 그렇듯 고등학교 교실엔 환호와 탄식이 엇갈렸다고 한다. 가채점 결과와 다르게 예상 밖에 높은 등급이 나오거나 낮은 등급을 받은 학생들의 목소리다. 특히 언어영역에선 1개만 틀려도 2등급을 받는 등 이번 수능도 난의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 학생들의 혼란이 이만저만이 아닐 듯하다. 입시 지도를 맞은 각 학급 담임교사와 학부모들은 좋은 성적을 받은 학생에겐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겠지만 성적이 낮은 학생에게는 위로와 격려를 해야 할 것이다.

수능성적표를 받고 우리 사회가 먼저 고찰해야 하는 건 수능시험 방식이 학생들을 평가하는데 정당성을 지니고 있느냐다. 사실 1년에 한 번 치러지는 시험으로 학생들의 실력을 정확히 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당일 컨디션에 따라 성적이 뒤바뀌는 일도 비일비재할뿐더러 시험난이도에 따라 결과가 좌우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컨디션 관리와 운도 실력이라고 하기엔 기회가 너무 적다. 사법고시 행정고시 같은 국가고시 비슷하다는 반론이 나올 법하지만 어디까지나 수능은 고등학생들이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시험이다. 국가고시와 같은 기준으로 재단할 수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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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제도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가져야하는 또 다른 이유는 오로지 수험생들에 있다. 한 문제 아니 1점 차이로 대학 이름과 당락이 갈리는 팍팍함 속에 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가늠하기가 힘들 것이다. 같은 반 친구가 경쟁자가 되기도 하고 그 경쟁자와 자신을 비교하며 삶을 비관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정신적 고통을 이기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도 종종 있다. 우리가 매년 듣는 수험생 자살 소식이 그 대표적인 예다. 상시적 비극에 “얼마나 힘들었으면” 혹은 “그래도 자살은 안 돼”라며 말만 할 때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만든 제도의 허점을 되짚어보고 “괜찮아”라는 말로 학생들을 보듬어 줘야 한다.

여기엔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예년에도 올해에도 언론은 수능 만점을 받은 학생들만을 집중 조명했고 우리 사회는 거기에 관심을 쏟았다. 만점을 받은 학생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학생도 있지만 이들은 외면했던 게 사실이다. 수험만점자의 노력과 성과를 무시하자는 게 아니다. 시험 성적만으로 학생들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재수는 수험생에게 패자부활전 역할을 하며 다시 한 번 기회를 제공하지만 국가적 허비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내년부터는 수능이 두 번 치러진다 하지만 예전에 이미 실패를 맛 본 제도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