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라는 단어에서는 자동적으로 ‘청춘’의 이미지가 연상된다. 그만큼 벤처는 젊은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이것은 적어도 2000년대 초반까지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벤처와 청년을 직선으로 연결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26일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2012년 벤처정밀실태조사 결과, 20·30대 CEO 비중이 19.5%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이 수치가 54.5%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말 그대로 ‘추락’이다. 오히려 충분한 자금과 기술력, 노하우 등을 확보한 50·60대 벤처기업가가 증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창업 실태는 10년 만에 확연하게 변했지만, 정책 담당자들의 인식은 여전히 2000년대 초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중소기업청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보도자료를 통해 "20·30대 벤처 CEO가 크게 줄어든 만큼 향후 청년층의 기업가정신을 고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청년들의 창업 현황이 저조한 까닭을 ‘기업가정신’ 같은 비물질적인 요소에서 찾고, 그것을 고취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여기는 태도다.

ⓒ 서울시청

 

문제는 기업가정신이 아니다. 2011년 중소기업청에서 발표한 또 다른 조사 결과에 드러난 창업 실패율에 청년 창업 부진의 원인이 있다. 창업의 실패율은 3년 차에 34%, 5년 차에 54%, 10년 차에 74%로 드러났는데 결국 창업 10년 차에는 열 명 중 여덟 명이 회사를 접게 된다는 뜻이다. 경험, 기술, 노하우 등이 총체적으로 부족한 청년 창업의 실패율은 이보다 높으면 높았지, 이하는 아닐 것이다. 사회 안전망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열에 여덟은 실패하는 게임에 뛰어들 무모한 20대는 많지 않다. 국가가 리스크를 분담해주지 않는다면, 당연히 구직자들은 창업이 아닌 ‘안정적 정규직 일자리’에 매달리게 된다.

이러한 현실은 무시한 채, ‘창업을 하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 수 있지?’ 하는 태도가 어딘가 엇나간 창업정책들을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매번 선거 때마다 청년 일자리 대책으로 반복되어 온 창업지원책은 이번 대선에서도 주요 일자리 정책으로 이름을 올렸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창조경제’를 통해 ‘창업국가코리아’를 만들 것이라는 모호한 창업정책을 내놓았다. 소프트웨어산업 같은 과거에서 진전이 없는 창업 아이템을 매우 새로운 것처럼 포장하고 ‘국민행복기술’ 같은 그럴듯한 워딩을 내놓는 데만 급급해 보인다. 창업 안전망이나 실질적인 지원책은 ‘멘토링’ 선에서 해결한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의 창업정책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청년 벤처 1만개를 양성하고 모태펀드 2조원을 조성하겠다는 약속은 ‘숫자 놀음’으로 보일 뿐이다. 실패한 창업자의 재기를 위한 재도전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정책도 함께 내놓았지만, 구체성이 떨어지는 정책으로는 20대의 도전을 유도하기 어렵다.

창업정책을 정말 일자리 문제의 해결책, 국가 경제의 돌파구로 삼기 위해서는 단순히 창업, 기업가정신을 강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실패해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는 물질적 안전망은 물론 사회 분위기까지도 실패에 너그러운 형태로 변화해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답을 내놓기 이전에는 창업정책이라는 이름의 공약들은 '김성주의 진생쿠키'나 다름 없는 '웃기는 소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