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2에서 강철중 검사는 불의가 판치는 고달픈 세상 속에서 늘 이빨을 드러내고 웃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Aphex Twin은 이빨을 드러낸 앨범자켓을 통해 자신의 음악성을 표출하고 있다. 여기 또 이빨을 드러낸 이들이 있으니 이름하여 이빨을 드러낸 20대. 그들은 왜 이빨을 드러내고 있을까. 지역방송 마포 FM 의 프로그램인 ‘이빨을 드러낸 20대’. 매주 토,일 저녁 6~8시에 청취자와 만나는 그들을 만나보았다.
▲공공의 적2(2005) , I care because you- Aphex twin(1993)
Q. 먼저 ‘이빨을 드러낸 20대’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이빨을 드러낸 20대’ (이하 ‘이드이’)는 20대에게 필요한, 20대의 방송을 만들고자 하는 생각에서 출발한 라디오 프로그램이에요. ‘이드이’는 무엇보다 20대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부터 이야기하여 서로의 기쁜 일이나 어려운 일에 공감하며 20대 간의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는 방송이에요. 원래는 4개의 코너였지만 지금은 프로그램 코너가 개편되어서 2개의 코너를 콩트처럼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이빨을 드러낸 20대’라는 제목은 사람들이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이빨을 드러내면서 활짝 웃는 모습에서 착안한 제목이에요. 20대가 살기 힘들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활짝 웃는 20대라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의도도 있었고, 20대에 관한 편견에 대해 으르렁거리는 모습을 나타내고 싶은 생각에서 나온 제목이기도 해요.
Q. ‘이빨을 드러낸 20대’라는 라디오 방송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말씀해주세요.
처음에는 친구들끼리 막연하게 20대의 방송을 만들자는 생각만 하였어요. 먼저 프로그램 제목을 어떻게 지을 것인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여러 후보들이 물망에 올랐고 지인들에게 무작위로 문자를 보내서 어떤 제목이 가장 나은지 여쭈어 보았어요. 그렇게 해서 프로그램 제목을 ‘이빨을 드러낸 20대’, 줄여서 ‘이드이’로 짓게 되었어요. 그리고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서로의 생각을 얘기하면서 구체화되었고 이러한 저희의 생각을 마포FM 방송국에 제안하게 되었어요.
Q. ‘이드이’ 멤버 5명의 별명은 어떻게 짓게 되었나요?
멤버별 별명들인 ‘양큐’, ‘쩌리쪼’, ‘늘보’, ‘너구리’, ‘돼지’라는 별명들은 멤버들이 각자 지은 거에요. 먼저 저 같은 경우를 예로 들자면 ‘양큐’란 별명은 친구가 소개해준 한 영화에 나오는 등장인물인 ‘큐양’과 저의 본명인 ‘양우’로부터 비롯되었어요. 그리고 ‘쩌리쪼’는 실제로 겉절이 역할을 해서 그렇게 지어졌구요. ‘늘보’는 ‘늘 보고 싶은 사람’이라는 뜻에서 비롯되었기도 하지만 평소 행동이 느리기도 해요. ‘너구리’는 정말 너구리를 닮은 멤버예요.
▲왼쪽부터 쩌리쪼, 양큐, 늘보, 돼지, 너구리. 마포에프엠 제공
Q. ‘이드이’를 하면서 겪는 고민 혹은 어려운 점에 대하여 말씀해주세요.
새로운 활동을 하는 20대를 만났을 때, 게스트가 방송에서 자칫 잘못하면 자신의 스펙을 자랑하는 것처럼 들리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게스트의 표정이 보이지 않고 목소리로만 들으면서 방송을 하다 보니 내부에서 ‘이드이’를 모니터링했을 때 ‘게스트와 청취자가 제대로 소통을 하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최대한 청취자들한테 오해의 소지가 없는 방송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이드이’가 ‘마포FM'이라는 공동체 라디오에서 출발했지만 실제로 그 지역(마포)에 살고 있는 20대를 만나기가 어려웠어요. 20대의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취지를 실현하기가 힘들더라고요. 하지만 이러한 취지를 앞으로 실현해 나가야겠죠.
Q. 다섯 명이서 따로 역할을 분담하지 않고 함께 라디오를 진행하는 데, 힘들지는 않나요?
다섯 명이서 함께 라디오를 진행한 이유는 혼잡하고 어렵긴 하지만 이러한 방식이 더 의미 있을 것 같아서였어요. 다섯 명의 역할이 명시되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간혹 ‘너구리’와 ‘돼지’가 첫 코너를 담당하여 대본을 쓰듯이 멤버별로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기도 해요.
Q. 향후 다른 멤버들을 모집하실 생각은 없나요?
네, 물론 있죠. ‘늘보’는 학교를 졸업하였고, ‘너구리’와 ‘돼지’는 곧 ‘졸업’을 할 시기이고, 저는 군대를 가야 해서 올해 상반기가 지나가기 전에 ‘이드이’를 더욱 홍보할 생각이에요.
Q. 방송을 하면서 청취율이나 시간 제약 등에 마음이 쓰이지 않았나요?
청취율을 고려할만한 공중파 방송이 아니라서 청취율에 특별히 신경쓰지는 않았어요. 또 실시간 청취율 집계시스템이 없어서 얼마나 듣는지도 알 수 없어요. 꼭 지금 이 순간에 사람들이 방송을 들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나중에 많은 분들이 들어주실 거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해요.
시간 제약에 관한 것은 ‘이드이’가 토요일과 일요일 저녁 6시~8시에 마포 FM 100.7MHz에서 방송을 해요. 이 시간이 TV에서 하는 주말 예능 프로그램과 시간이 겹치기도 해서 라디오를 잘 안 듣는 시간이에요. 그래서 처음에는 방송 시간을 협의하려다가 방송을 진행하기 위해 자원봉사활동을 하시는 분들 외에도 상근하시는 분들이 더 늦은 시간까지 남아있어야 하는 문제 때문에 이 시간에 방송을 하게 되었어요. 또한 정해진 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는데 계속 이야기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어요. 그래서 다양한 형식을 모색하고 있어요.
Q. 홍보를 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는 않았나요?
처음에는 ‘이드이’ 카페에서 20명의 회원으로 출발해서 홍보하기가 어려운 면도 있었지만, 한겨레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카페 회원수가 100명이상이 되었고 이후 시사IN 및 고함20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홍보가 차차 되고 있는 것 같아요.
Q. ‘이드이’ 방송은 주말에 2시간동안 진행하기는 하지만 그 외의 시간에도 많은 투자를 하실 것 같은데 ‘이드이’를 위해 보통 어느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시나요? 이에 대한 압박감 혹은 부담감은 없었나요?
처음에는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프로그램 틀이 잡히기 시작하면서 지나치게 많은 시간에 매달리기 보다는 그때그때 생기는 취재거리에 몰입하는 편이에요. 일주일에 한 번씩 회의를 해서 아이템을 정하는 식이에요. 물론 저희도 압박감이 심하죠. 방송이 6시부터 시작하니까 5시 30분 전에는 대본이 나와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오프닝 멘트 없이 방송을 하게 되거든요.
▲ '이빨을 드러낸 20대' 방송 중인 제작진의 모습. 마포에프엠 제공
1회 오프닝을 제가 했었는데 거의 죽을 지경으로 긴장을 해서 말을 제대로 하기 힘들 정도였어요. ‘이드이’방송을 하기 전에 시사프로그램에 자원 활동을 한 경험이 있는 저와 ‘늘보’,‘너구리’는 그나마 긴장을 덜 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라디오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진행하는 나머지 둘인 ‘쩌리쪼’와 ‘돼지’는 더욱 긴장했죠. 그 후 대여섯 번 방송을 하면서 차차 익숙해졌어요.
Q. 게스트 섭외는 어떤 방법으로 하나요?
처음에는 지인들을 위주로 섭외를 하였어요. 이후 청년유니온이나 고함20과 같은 단체에 메일을 보내거나 연락을 해서 게스트를 섭외해요.
Q. 앞으로의 ‘이드이’에게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요?
‘이드이’라는 방송이 단기간에 그칠 게 아니라 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어요. 초심을 유지하면서 이러한 마음을 공유할 수 있는, 많은 친구들을 찾게 되기를 희망해요.
Q. ‘이드이’를 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이나 ‘20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혹은 진지하게 해본 적이 있나요?
우석훈 씨의 책을 읽고 처음으로 20대의 문제에 관해 생각을 해 보았어요. 그 후 방송을 하면서 20대의 문제에 관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이나 ‘내가 20대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관해 생각을 해보곤 하죠. 예를 들면 ‘G세대’에 관해 방송을 한 적이 있는데요. ‘88만원세대’는 부정적 뉘앙스가 담겨 있잖아요. 이에 반해 ‘G세대’는 밝고 명랑한 20대의 모습을 부각시키려고 만든 단어이긴 하지만 20대가 아닌 다른 세대가 만든 단어라서 20대에 대한 전체적인 생각이 담겨져 있지는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Q. ‘이드이’가 바라는 20대는 어떤 20대인가요? 20대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주세요.
20대가 ‘잉여’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이나 혹은 얼마간 무언가를 하다가 포기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이러한 모습을 보면 안타까워요.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 많은데 ‘잉여’스럽게 살아가는 20대가 되기보다는 열정적인 20대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독특한 별명인 ‘양큐’, ‘쩌리쪼’, ‘늘보’, ‘너구리’, ‘돼지’ 를 가진 다섯 명의 20대가 만드는 ‘이빨을 드러낸 20대’ 는 특유의 친근함으로 청취자를 사로잡고 있다. ‘이빨을 드러낸 20대’ 창립 초반 멤버인 이들의 바람은 ‘이드이’가 지속성 있는 프로그램이 되어 많은 이들과 소통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빨을 드러낸 20대’를 한 번 들어본 사람이라면, 이들의 매력에 푹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다. 이드이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이드이'와 소통하고 싶은 분들은 '이빨을 드러낸 20대' 카페(http://cafe.naver.com/mapo20 ) 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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