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와 이공계의 위기‘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라는 질문에 '아니요'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사태의 심각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인문계와 이공계에 있어서 위기라고 하는 이유는 순수 학문의 발전이 아닌, 도구적인 학문에만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도대체 왜 인문계에 위기가 왔으며 인문학이 중요한 이유 등을 중앙대학교 사회학과에 재임중인 신광영 교수님에게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님
Q. 교수님은 어떻게 인문학 공부를 시작하시게 되셨나요?
- 많은 사람들은 삶의 의미에 대해서 죽음의 실체에 대해서 인간의 유연성에 대해서 어느 순간에 고민하게 되죠. 결국은 자기 가족이 사망하고 많은 사건 사고 속에서 사람들이 죽게 되는 것을 보게 되면 죽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죽는 것이 무엇인가’ 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죠. 즉 표면을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에 대해 생각을 하다보면 근원적인 접근을 하게 되죠. 삶의 의미, 궁극적인 의미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면 그 자체가 철학을 하게 하는 거죠.
Q. 혹시 교수님께 계기가 있으시다면?
- 사춘기 되면 방황도 많이 하고 고민도 하게 되는데 그런 것들이 황당하지만 중요한 고민 가족이란, 부모, 나란 무엇인가?? 이런 것들이 한편으로 보면 인간의 관계성 즉 인간이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이죠.
이런 생각은 나만 해본 것이 아니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해보았고 이미 수천 년 전에도 이런 생각을 해보고 기록으로 남겨놓은 것들을 보면 굉장히 놀라운 일이죠. 자신에 대해 생각, 성찰해보고 이러한 것들이 성과를 이루게 되어서 보면 굉장히 재미있고, 자기 자신을 재인식하게 되는 것이죠. 인류가 만들어낸 지식이 중요한 것이구나. 박물관속의 지식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연결된 지식이 엄청난 가치를 지니게 되죠.
Q. 인문이 이공계의 기초라고 하는데 학생들이 생각하기엔 그 공유점을 찾기 까다롭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왜 그런지 교수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그리고 그 공유점을 찾기 위해선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가야 할까요?
- 인문학 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과 지혜, 전공을 떠나서 인간답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를 넓은 의미의 학문이라고 한다면 공학도, 자연과학도이기 이전에 사회구성원이고 가족의 구성원인데, 그런데 필요한 여러 가지 삶에 대한 지식이나 지혜, 이런 것이 인문학이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점이 흔히 우리 사회에서는 많이 강화 되고 있죠. 오직 지식이 기능적, 수단적인 지식만을 강조하다 보니까 당장 써먹을 수 있고 활용할 수 있는 지식. 주로 취업 이라 던지 경제활동에 관한 지식만 생각하다 보니깐 인간의 가치, 삶의 의미 이런 것들을 생각하고 고민해 보는 학문에 대해선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 세태가 되어 버린 것이죠. 이점에서 인문학이라는 것이 결국은 무엇을 획득, 소유하느냐. ‘그런 수단적인 지식이 아니라 소유를 왜 해야 하는가?‘ ‘소유를 하면 왜 행복해 지느냐?‘ ‘삶의 본질적인 내용이 무엇인가‘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그런 근원적인 지식이라는 것에 대해서 인문학적인 것이 필요한데 너무 우리사회에서는 부족한 입장이 되어 버렸죠.
나아가서 전공서적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면, 철학, 수학, 물리학이나 공통점이 있는데 본질적인 문제에 있어서 삶의 영역을 넘어서 우주, 생명 같은 것과 관련해서 사고력, 분석력 이런 것들이 인문학이 줄 수 있는 것이 인문학이 줄 수 있는 중요한 가치인데, 그런 것들의 중요성, 의미를 상당히 경시하는 것이 아닌가.. 학문을 너무 분리시켜서 무관한 것처럼 하는 것이 아닌가... 외국은 그러지 않지만 자연과학이나 공학이라고 하면 인문학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래서 요즘에 많이 얘기하는 것이 ‘통섭’ 인데 분과학문을 나누는 것이 아니고 여러 학문을 통합하고 초월해서 보다 큰 시각을 갖는 것. 파편화된 지식이 아니고, 전체를 볼 수 있는 지식.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학문들이 같이 어우러지면서 현상을 분석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새로운 흐름인데 아직까지는 우리나라 교육이 이과, 문과를 고등학교 때 나누고 대학에선 학과를 분과학문으로 나누고, 전체를 보고 근원적인 문제를 접근하는데 한계를 갖는 제도적 문제가 개선되어야 인문학이나 다른 학문들이 근원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이해 기초에서 사회도 발전하고 학문도 발전하는 틀이 마련될 수 있는 것이죠.
▲ 이 게시판 주인, 고함20 객원기자 곽영석 씨입니다 ^^
Q. 인문이라는 것이 음악, 미술, 종교 같은 우리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을 포함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인문학의 위기라고 하는데 이에 대한 교수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 인문학의 위기에 근원적인 속성은 사실은 두 가지의 위기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인문학을 공부하려는 학생들이 줄어드는 현상. 두 번째는 인문학 자체에 대한 학생, 사회들의 기피현상,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에 대해서 인문학의 위기라고 할 수 있겠죠.
첫 번째 내용에서는 인문학이 직접적으로 취업과 관련된 부분에서 도움을 주질 않으니까 학문에 대해서 기피를 하고, 경제적인 가치에 대해서만 중시를 하다 보니까 인문학 학과에 지원을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 버린 것이죠.
또 한 가지는 사회에서 기업, 여러 분야에서 인문학의 쓰임새, 가치에 대해서 별로 평가를 하지 않는 경향이죠. 이런 것들이 넓은 의미에서 보면 소위 말하는 신자유주의, 너무 경제적인 것만 강조하는 분위기가 더 좋은 가치(자기 자신에 대해서 성찰하고, 사회에 대해 성찰하고 비판할 수 있는 보다 근원적인 더 좋은 가치라고 볼 수 있는데)에 대해서 생각하기보다는 그냥 현실에 적응하고, 어떻게 돈 더 벌까.. 그런 식으로 생각하게 하는 사회의 변화. 이러한 사회분위기가 팽배하다 보니까 인문학 자체의 가치를 덜 평가하는 것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돈 중심으로 변해가는 사회변화의 징표를 그런 데에서 찾아 볼 수도 있겠죠.
Q.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이런 것만큼은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다. 또는 이런 점은 좀 아쉽다고 생각한다. 어떤 것이 있을까요?
- 인문학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이 자기에게 가치 있는 일인가. 자신을 성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다른 것을 무조건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해보고 ‘다른 사람이 가치 있다고 하지만 나에겐 의미가 없는 일이다.‘ 이런 판단을 가능케 해주는 생각의 힘을 주게 되죠. 부화뇌동하지 않고 자기가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것이 인문학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한국의 인문학의 경우, 인문학이라는 것이 일부 학자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을 해왔고 그래서 상아탑속의 인문학이라는 말을 가능하게 해주었다는 점이 좀 아쉽죠. 인문학이라는 것이 인간의 삶의 다루고, 인간 자체를 다루는 것이고 거기서 보다 인간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하는 것인데 상아탑 속에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죠. 일상 속에서 의미를 찾고 추구하고 우리가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수단적인 것만 생각해보지 않고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 현재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이런 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인문’을 글자 그대로 해석을 해보면 인간의 문화 , 즉 각자가 살아가는 세상에서의 삶 자체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교수님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 인문이라는 것이 humanities를 번역한 번역어죠. 인간, 인간성, 인간의 속성에 관한학문이죠.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단위가 인간이고 어떠한 것과도 대체, 공유할 수 있는 본질적인요소. 다른 한편으로는 더불어 살고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전자가 인간의 실전적인 속성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인간의 관계(주로 사회적인 관계)에 의한 속성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 것들을 생각하고 이것을 통해서 자신이 결국은 ‘정말로 행복하게 사는 것이 무엇인가’ ‘우리사회가 발전한 다는 것은 무엇인가’ ‘진보 했다는 것이 무엇인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인문학이 던질 수 있죠.
즉 좀 더 근원적인 것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생각해 볼 수 있고 HUMAN에 관한 생각을 가능하게 하는데 본질적이면서 중요한 속성들을 인문학이 지니고 있죠.
Q. 인문계에서 바라보는 이공계란?
- 이공계라는 것이 크게 두 가지의미 가 있죠. 하나는 자연을 대상으로 해서 인간에게 유용한 것을 만들고 이용하는 것을 배우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겠고 또 하나는 하나의 대상으로서 인간이 아닌 새로운 대상으로 보아서 그 속에 내재된 규칙, 법칙을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겠죠. 즉 이공계라는 것이 이학과 공학이 합쳐진 것이죠.
오늘날의 이공계는 지나치게 수단적인 의미로 보아서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속성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죠. 자연의 법칙이라는 것은 인간도 자연의 일부인데 자연에서 인간은 빠져있는 그러다보니까 자연이 대상화되고 물화되고 오직 이용하고 활용하고 그러다보니까 자연과 인간이 분리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고 환경파괴, 오염이 인간을 파괴고 인간 존재 자체를 부정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는데 그런 것을 인식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죠. 인문학적 관점에서 오늘날 이공계 문제라는 것은 지나치게 이공계 학문이라는 것이 수단화, 도구화되는 인간이 자연에서 소외되는 경향이죠.
그래서 자연과학, 공학들이 인문학과의 만남을 통해서 어떻게 자연과 인간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지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겠죠.
Q. 인문계의 위기라고 하는 것이 2%에만 중시하고 98%는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는 데에서 유래되었다 라는 말에 대한 교수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 사실은 98%가 문제인데 과거에는 이런 문제가 없었지만 왜 현재에만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냐? 이런 것을 설명하려면 새로운 논리가 필요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에서 우리사회의 엘리트가 강조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을 합니다. 명성, 돈 물질적인 성취와 관련해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폐해이자 원인이 될 수도 있겠죠. 예를 들면 경영학부를 만들어놓아서 학문체계가 흔들리게 되었죠. 이러한 흐름을 통해서 인문학이라는 것이 주변화 되고 무시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Q. 앞으로 인문학의 새로운 가치 발전을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 중에 하나가 책 읽는 것과 공부하는 것을 따로 생각하는 것이죠. 어릴 때부터 책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고 그것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전체적으로 지적인 능력이 향상되는 것이 필요한데 우리 사회는 그에 비해 너무 부족하죠. 초, 중, 고 교육에서 정말로 책을 읽고 그를 통해 지혜를 얻게 되고 사회에서 인간에 대한 이해를 얻게 되는 형태의 교육이 이루어 져야 하는데 그것이 안 되고 있죠. 그러한 부분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대학에서는 전공 필수로 해서 특정한 과목을 들으라고 할 것이 아니고 부족한 글을 읽고 생각하고 쓰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인문학을 하는 사람들은 사회,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인문학의 존재 이유는 인간과 사회인데 그런 것과 단절된 학문이 되어버리고 하는데, 대중과 소통하는 인문학이 될 필요가 있습니다. 책을 읽는 사람에게만 인문학에 대한 이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에게 이해를 주어 자신에 대한 성찰을 가능케 하는 소통하는 인문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적인 저술활동을 통해 사람들이 정말로 목말라하는 것에 대한 지혜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Q. 20대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 사실 20대가 한편으로는 희망의 세대, 다른 한편으로는 불안의 세대라고 생각을 합니다. 불안의 원인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어떤 조건에서도 스스로가 주인이 되어서 하는 일의 가치를 찾고 자신이 기준이 되어서 행복을 스스로 찾아가야 하는 한국에서는 유일한 세대가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중,고등학교 때는 타율적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세대로 접어드는 기간이 20대인데 이때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때 하지 못하면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수명이 길어질지는 몰라도 그 긴 기간이 불행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인생에 있어서 굉장히 순간이고 그런 순간을 자기에게 정말 도움이 될 수 있는 시간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20대 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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