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영국의 물리학자이자 문필가였던 스노우의 강연 중에서 '두 문화'의 개념을 알고 있는가? 인문학에 종사하는 지식인들은 열역학 제 2법칙과 같은 기본적인 개념을 모르고, 과학기술자 들은 인문학적인 지식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수학자 데카르트. 이들이 학문적으로 영향력을 떨칠 수 있던 이유는 다양한 학문의 융합을 통하여 앞서가는 생각들을 제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문계와 이공계의 위기도 어떻게 보면 이러한 문제 때문이 아닐까?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조성준 교수를 만나게 되었다.



Q. 이공계 기피현상이 일어나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 뭐, 이공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로 한데. 이공계의 ‘이’는 이학. 다시 말해 순수 학문이지요. 천문학, 물리학, 수학 등을 예로 들 수 있겠고요. 이공계의 ‘공’은 공학. 다시 말해서 실용 학문의 개념으로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일단, 이공계를 기피하는 현상에 대한 이유는 ‘대우’의 문제라고 봐요. 인문계의 사람들의 경우 높은 대우를 해주지만, 이공계를 나온 사람들의 경우 인문계를 나온 사람들보다 사회적으로 대우를 많이 못 받는 현실이죠.

이게 지금 말한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로는 문과와 이과의 분리라는 것입니다. 위의 내용은 학생들이이공계에 진출하기 싫어하는 이유라면, 지금 제가 말하려는 것은 인문계 학생들의 이공계 영역 기피를 말하고자 하는 겁니다. 현행 교육 제도에서 문과와 이과를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섞어서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인문학과 이공학을 함께 어우르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거죠. 이러한 교육을 위해서는 우수한 교수진과 선생님들을 많이 뽑아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 있겠죠.




Q. 이러한 기피현상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슨 방법이 있을까요?

- 기술 진보나 이러한 부분들을 배제하고 방법을 찾는다면 한 가지 있지요. 엔지니어 수를 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의아해할 수도 있는데, 현 시장경제사회에서 가장 원론적인 것을 건드리자는 것입니다. 취재하시는 분도 아시겠지만 ‘수요-공급 곡선’이라고 아시죠? 물론, 지금 이공계 기피현상이다 뭐다하지만 아직 한국 사회에는 엔지니어들이 많이 남아있어요. 만일, 엔지니어 수가 줄어든다면 그에 대한 수요는 높아질 것이고 엔지니어들을 위한 제도적 마련이 되겠지요. 그렇게 된다면 이공계 기피현상은 줄어들지 않을까요?

가장 쉬운 예를 들어보십시다. 호주에 있는 대학을 나왔다고 칩시다. 당신은 두 가지의 일자리가 있을 거예요. 하나는 시드니라는 도시에서 사무적인 보조를 하는 일이고 또 다른 하나는 바다에서 시추 작업을 하는 일이에요. 그런데 호주의 경우에는 바다에서 시추를 하는 사람이 육지에서 일하는 사람보다 월급을 3배로 받는 거죠. 그래서 호주 같은 경우에는 이공계 기피현상을 찾아보기는 힘들죠.

위와 같은 방법으로 물질적인 충족을 이뤄지게 해주니 사람들이 편한 사무 업무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죠. 이공계에 갈 경우 인문의 영역보다 월급이 높으니까 한번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기도 하고요.



Q. 이공계에서 바라보는 인문학이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 글쎄요. 이공계에서 바라보는 인문학이라... 일단 말하자면, 역사라든지 이러한 부분들을 우리 생활들과 밀접하게 연관을 시켰으면 좋겠어요. 과학자들도 인문의 영역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교양을 쌓고 있어야 되지 않을까요? 인문학이라고 해서 너무 어렵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친근감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죠.

인문학이라고 해서 어려운 학문을 생각하지 말고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인문을 찾아보는 것입니다. 가벼운 질문들로. 세상 사람들은 항상 고민합니다. 나의 행동 기준에 있어서 어긋난 행동을 할까 말까로 말입니다. 뭐, 무단횡단의 경우도 생각을 할 수 있겠고. 안전벨트를 매는 것도 생각할 수 있겠죠? 이런 식으로 일상생활과 자신의 영역을 좀 연관 지어 삶의 영역을 좀 풍부하게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인문학이라는 학문은 분명 필요한 학문임에는 틀림이 없고요.

 



Q. 20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열정이 있으셨으면 좋겠어요. passion.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compassion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품으셨으면 좋겠어요. 학생들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것 중에 하나는 현재 사회적인 제도들에 의해서 하고 싶은 것들을 못하고. 그러다가 보니 자신의 열정이 조금씩 사라져가는 것을 볼 수가 있어요. 너무 안타깝다는 거죠. 열정을 항상 가슴 속에 품고, ‘나중’이라는 단어보다는 ‘현재’에 충실해서 수동적인 삶보다는 능동적으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찾았으면 좋겠어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