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나 영화에서 대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크다. 무수히 많은 대사들 가운데 그 대사가 명대사로 인정받으면, 그 배우도 명배우가 된다. 가령, 파리의 연인에서 박신양의 “애기야, 하드 사 줄게. 같이 가자.” 가 그러하였고, 친구에서 장동건의 “내가 니 시다바리가.” 에서도 그러하였다. 그렇다면 대사 없는 이 영화. ‘위대한 침묵’ 에서의 명대사, 명배우는 누구일까.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는 자는 나의 제자가 될 수 없으니

  성경의 한 구절은 영화 중간 중간에 등장했다. 육성이 들리는 대사는 없지만 육성 못지않게 깊은 울림을 주는 대사들이 곳곳에 있다.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만난 공지영 작가 역시 이 구절이 인상적이었다고 말씀하셨다. 실제로 수도원기행을 한 적 있는 공지영 작가는 그녀의 책 ‘수도원 기행’의 서문에서 18년만에 다시 그리스도교에 귀의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공지영 작가는 그리스도교 재귀의 이전과 이후를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전에는 “내가 이렇게 교육받고, 이렇게 컸는데 대접을 이것밖에 받지 못하나..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후 ‘내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자존심이나 기준 이런 것이 산산이 부서졌다고 한다. 이때 깨달은 것 중의 하나가 ‘아무것도 내가 가진 것이 아니다.’ 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에서 모든 것을 놓아야 한다고 하셨다. 간디 역시 “무소유란 오늘 우리에게 필요 없는 것을 지니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곡의 차마설 역시 ‘그 빌린 바가 또한 깊고 많아서 대개는 자기 소유로 하고 끝내 반성할 줄 모르고 있으니 어찌 미혹(迷惑)한 일이 아니겠는가? ’ 라는 질문을 던진다. 영화가 우리에게 던지는 이 메시지는 종교, 문화를 막론하고 참된 진리 아닐까.


      출처 : http://blog.naver.com/fm971019/40101825621

 위대한 침묵이란 무엇인가

  영화의 제목인 동시에 162분의 러닝타임을 지배하고 있는 침묵은 무엇일까. 공지영 작가는 침묵이란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아니라 평화로운 것이라고 하셨다. 아직 작가님 역시 침묵을 해 본 적이 없다며, 영화 보는 도중 ‘내가 작가인데 나도 하품하면 안 되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하셨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공지영 작가의 소탈한 면을 많이 엿볼 수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공지영 작가님의 이미지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의 날카로움과 도가니의 거침이 섞인 다소 무거운 분이었다.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느낀 작가님은 상당히 위트 넘치시는 카멜레온 같은 분이라고 생각된다.

 소리 없는 아우성, 자연이 들려주는 속삭임

  침묵의 0070 게임에서 우리는 입을 다물고, 하얀 이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진행한다. 침묵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우리는 더욱 긴장하게 된다. 이 영화 역시 침묵 때문에 오히려 스릴러물보다 긴장하고 보았던 것 같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조차 내면 안 될 것 같은 무언의 압박이 영화 전반에 흐르고 있었다.

 영화의 전반을 지배하는 침묵이다 보니 다른 소리들이 상대적으로 아주 크게 느껴졌다. 톱질하는 소리, 머리를 미는 소리, 윙윙대는 파리소리, 도끼질하는 소리, 바람이 나뭇잎에 스치는 소리... 영화 속의 톱질 소리는 공장이나 공사장에서 들릴 법한 소리와는 달랐다. 고요한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쓰윽 쓰윽 하는 톱질소리는 마른하늘에 치는 날벼락과도 같은 울림이었다. 나무에서부터 숲까지 푸르른 신록을 훑는 클로즈업은 자연냄새를 잘 표현하고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연인들은 말하지 않아도 안다고들 한다. 이 영화는 내게 마치 오래된 연인처럼 지긋이 말한다. 말하지 않아도 당신을 알 수 있다고. 막스 피카르트는 ‘언어가 사라진 뒤에야, 우리는 비로소 보기 시작한다.’ 고 했다. 그의 명언은 영화를 본 관객들의 느낌을 대변해 주고 있다. 이 영화는 여태까지 내가 본 영화들 중 화면 구석구석을 제일 자세히 훑은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대사없는, 영화의 홍일점인 배경음악 하나 없는 자연 그대로의 영화는 말하지 않아도 위대한 침묵을 내게 선사해 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