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차례 입시철이 지나가고 대학 입학을 앞둔 새내기들은 고등학교 졸업식을 마친 뒤 정모, 오리엔테이션, 새터 등의 일정에 본격적으로 바빠질 시기가 다가왔다. 대학 입학을 앞두고 새내기들의 모습은 제각각이다. 한 쪽에서는 교복을 처음 사서 입던 시절이 생생한데 이제는 학교에서 교복을 기부하라는 공지를 보낸다는 얘기를 하며 고등학교 시절을 그리워하는 새내기들이 있는가하면 다른 쪽에서는 인터넷에서 이루어지는 대학교별 정모에 한 번도 참여하지 않다가 덜컥 마주하게 될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를 기대 반 걱정 반에 하루를 보내는 새내기들이 있다. 대학 입학 전 새내기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지 그들의 평범하고 일상적인 모습을 담기 위해 새내기들 중 한 명인 김지나 씨(경북대 독어교육과)를 만나보았다.
1. 대학교 입학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요즘 무엇을 하고 지내나요?
- 꿈같은 휴식을 하며 제 자신을 재충전하고 있어요. 그동안 자주 만나지 못했던 초·중학교 때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기도 하고, 평소 듣고 싶었던 음악 앨범들을 인터넷으로 듣는 대신 직접 사러 레코드점이나 음반판매장에 가기도 하고요. 또 집에서 TV를 보고 컴퓨터를 하거나 색다른 요리를 만들어 보기도 하고 한국 문학 전집을 읽기도 해요. 지금 이 시기는 다시는 없을 휴식기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면서 이러한 휴식기를 즐기려고 노력 중이에요.
2. 고등학교 생활을 하면서 꿈꿔왔던 대학생활은 무엇인가요?
-저에게 대학생활은 고등학교 때에는 누릴 수 없는 자유로운 생활이라고 생각했어요. 공부만을 강요하던 중·고등학교 시절과는 달리 제가 원하는 것들을 경험하면서 저에게 주어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러한 대학생활을 그려보았어요.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면서 공부 외에도 동아리에서 친목도 다지는 모습을 상상해보기도 했어요. 하지만 막상 대학생이 되어 제가 생활하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가게 된다고 생각하니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네요. 여태까지의 안일했던 제 생활들을 변화시킬 계기가 생긴 느낌이 들어요.
3. 대학교에 관한 첫인상과 OT 때 느꼈던 점은 무엇입니까?
-대학교에 대한 첫인상은 굉장히 좋았어요. 고등학교와는 차원이 다른 방대한 캠퍼스가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OT는 이틀 전에 다녀왔는데 OT에 가기 전에 저는 ‘간단한 자기소개만 하면 되겠구나.’란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근데 막상 가니까 하는 게 상당히 많더라고요. 처음 보는 선배들, 동기들과 함께 게임도 하고 난생처음 술도 마셔보았는데 시간이 금방 지나가 버렸어요. 과 동기들과 친목을 다질 수 있었고, 또 성격 좋으신 학과 교수님과 선배님들을 만나 뵙게 되어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4. 대학생이 되면서 어떤 점이 가장 걱정되고 기대되나요?
-이제 곧 타지 생활을 시작하게 되는데 지금까지 제가 살아왔던 환경과 매우 다를까봐 걱정이 되요. 다른 학생들이 사용하는 사투리나 출신 지역에 따라 다른 문화, 그리고 생소한 놀이문화를 접하게 되면서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에 제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 되요. 또한, 가족들을 매일 볼 수 없고 고등학교 때 매일 아침마다 얼굴을 보던 친구들도 이제 자주 만나지 못한다는 점이 왠지 쓸쓸하게 느껴져요.
하지만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 가장 긴장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대되네요. 예전에 친구네 집에 놀러가서 자거나 학교에서 단체로 친구들과 수련회에 가 본 적은 있어도 몇 개월 동안이나 처음 만나게 되는 사람과 지낸다는 것이 어떨지 궁금하네요.
-학과 공부, 과 생활에 충실하면서 국내 팔도 일주 여행이나 맛집 기행도 훌쩍 떠나는 팔방미인 대학생이 되고 싶어요. 아, 방학 때는 친구들과 함께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거나 놀이공원에 가서 신나게 노는 대학생이 되고 싶어요. 장기적으로는 저에게 주어진 자유를 누리고 지키되 이를 남용하지 않아서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성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또 될 수만 있다면,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여 이후 사회운동가가 된 헬렌 켈러나 유년시절 외로움을 극복하여 과학에 발전을 가져온 뉴턴을 본받아 저도 사회에 보탬이 되는 대학생이 되고 싶어요.
6. 사범대에 입학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 초등학교 교사이신 어머니의 영향으로 선생님이란 직업이 제게 친근감 있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유년 시절부터 제 장래희망이 선생님이었어요. 하지만 그 때 당시에는 제게 선생님이란 꿈은 너무 막연했어요. 결정적인 계기가 된 건 고등학교 때에요. 고등학교 때 걸스카우트 활동을 하면서 초등학교 걸스카우트 대원들과 대마도에 해양 훈련을 하러 2박 3일로 캠프를 간 적이 있어요. 그 곳에서 저는 걸스카우트 임원으로서 초등학생들을 통솔하는 임무도 함께 맡게 되었어요. 저는 저보다 어린 친구들이 대마도에서 하는 훈련을 잘 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정에서 그 친구들과 스카우트 활동 외에도 미래의 중·고등학교 생활 등에 관한 많은 조언을 해주었어요. 그 친구들이 저의 조언을 귀담아 듣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하는 임무에 대한 보람을 느꼈어요. 그러한 경험이 계기가 되어 선생님이 되어서 제가 가진 지식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주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어요. 그래서 사범대를 졸업한 뒤에는 선생님이 되어서 학생들의 입장에서 학생들을 보듬어 주고 싶어요.
7. 평소 지니고 있던 좌우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제 좌우명은 ‘역지사지의 정신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자’에요. 개인주의화 되어가는 사회일수록 다른 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TV에서 ‘불만제로’라는 프로그램을 자주 보고 고등학교 때 걸스카우트 활동을 해서 그런지 사회에 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인간은 사회적 인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회적인 활동을 많이 하고 싶어요.
8. 대학교에서 가장 배우고 싶은 과목은 무엇입니까?
-저희 학교에서는 1학년 1학기 학생들에게 시간표를 직접 배정해 주기 때문에 학교에 어떠한 강의들이 있는지 아직 자세히 알고 있지는 않아요. 그래서 모르는 게 많지만 개인적으로 배우고 싶은 교양 과목이 있다면 ‘철학과 사상’이에요. 제가 인간, 저 자신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하기 위해 선대의 수많은 학자의 사상을 배워보고 싶어요. 또 제가 저만의 철학을 가지고 이를 완성하기 위해서 철학을 배우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9. 10대에서 20대가 되고 난 후의 느낌은 어떤가요?
-생활방식이나 가치관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게 아니다보니 제가 하는 생각이나 행동이 10대에 했던 생각이나 행동과 크게 다르다고 생각되진 않아요. 가령 제가 버스를 탈 때도 여전히 제가 사용하고 있는 교통카드에 아직 청소년요금이 적용되고 있어요. 다만, 의복이라도 20대로 보이고자 고등학생일 때 입었던 옷 대신 20살이 되면서 새로 산 코트를 입는 등 인위적인 노력을 해보는 중이에요.
10. 새내기가 되면서 학교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요? 또 20대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요?
-대학교가 거의 의무교육화된 오늘날 세간의 물가 인상률보다 높은 등록금 인상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요. 학교가 학생들에게 등록금에 대한 부담감을 최대한 줄여 주었으면 좋겠어요.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대학 입학 전부터 취업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그래서 고등학교 시절 대학교 학과를 지원할 때 자신의 적성보다 해당 학과의 취업 현황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취업이라는 무거운 틀에 얽매이기 보다는 이러한 틀에서 벗어나,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도전을 즐길 줄 아는 20대들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밖에도 대학생이 되면서 특별히 하고 싶은 교내활동이나 교외활동은 무엇인지 질문해보니 그녀는 환경을 지키는 운동을 하거나 봉사활동 등의 사회적 활동을 하는 동아리를 해보고 싶다며 사회적 인간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고된 입시를 치르고 난 새내기들 앞에 장차 어떤 일이 펼쳐질 지 알 수 없지만, 사회에 일조하고 싶은 새내기의 소망은 개인주의화되어가는 사회에서 희망의 징조를 가져올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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