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라. 세계를 얻을 것이다.

갑작스러운 추위로 하늘도 차갑고 땅도 차가웠던 11월의 첫 날을 보내고, 날씨가 조금 풀린 11월 3일 한국외대를 다녀왔습니다. 역시 국제화의 대표답게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제 앞을 지나가더군요. 외대 정문 앞에서 인터뷰하기로 한 분을 기다리다가 본관 쪽을 바라보니 만국기가 펼쳐져 있는 장막이 보입니다. UN의 마크도 한 쪽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오늘 만나기로 한 분들도 UN과 인연이 깊은 분들이라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일 전인 9월 23일, 뉴욕 UN 본부에서 개최된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각국 정상이 한국에서 두 청년이 만든 3분짜리 영상을 함께 지켜보았다고 합니다. 세계 평화의 날(9월 21일)을 기념해 열린 공모전에서 한국인 대학생이 짝을 이룬 팀이 영예의 1등을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한국외대 방송영상학과 김경신(25; 이후 KS) 씨와 언론정보학과 김종환(24; 이후 JH)씨입니다. 이런 경사스런 일을 꼭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하고 싶어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아늑한 까페에 앉아 편안하게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명색이 인터뷰였지 사실은 또래끼리 수다를 떠는 자리였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편안하고 재밌었는데요.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활짝 웃으며 인터뷰에 응해주신 김종환(左) 씨와 김경신(右) 씨

공모전 준비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요?

KS 관점을 잡기가 어려웠죠. 영상을 만들 때에는 반대 주장의 논리를 먼저 확인하고 용의주도하게 봐야하는데 많이 공부했던 부분이 아니라 어려웠습니다.

JH 공모전 주제가 핵군축 비확산이었는데 최근 UN에서 논의한 부분이 어떠한지 몰라서 UN 총희 의사록 등과 같은 문서를 찾아보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UN UCC 모집 자체가 공모전이라는 성격을 띄기 때문에) 그 쪽이 원하는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노력한거죠.

▲ UN 평화의 날 기념 UCC 대회 1위 수상작 'We must disarm' (http://www.un.org/en/events/peaceday/2009/competition.shtml)


we must disarm'의 핵심적인 주제의식이 뭘까요?

KS 국제사회는 무정부사회나 마찬가지거든요. 국제정치는 어떤 정부로 통제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동등하게 균형을 맞춰야 평화를 유지할 수 있죠. 균형을 이룸으로서 전세계가 평화롭게 된다는 것이 핵 옹호론자의 주장이거든요. 하지만 저희 영상의 논점은 ‘균형의 논리를 강조할수록 전세계가 황폐화된다’는 것이에요.

JH 국제연합군축위원회 의장이신 오준 차관보님이 얘기했던 것 중에 민주 평화론이 있는데요. 핵을 가지고 있는 것이 평화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요지입니다. 타겟이 민주평화론이었어요. 핵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위험을 가지고 있는 거다. 핵이 실제로 터졌을 때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고, 국제사회의 협력이라든지 핵무기확산방지협상 등을 통해 줄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게 된거죠.


그렇다면 개인적으로 핵확산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가요?

JH 사실 전 핵이 완전히 없어져야 한다는 주장은 아닙니다. 핵이라는 것 자체가 무기로 전용되지 않는 한, 대체 에너지로서 존재하는 것에 찬성하는 편입니다. 무기로 전용될 수 있으니까 아예 에너지로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 있는데, 그런 입장에는 반대하는 편입니다. 우리나라도 핵 에너지를 자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에 와 있습니다. 국제적인 감시가 심해진다고 해서 핵 주권을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봐요.

KS 저는 핵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기는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죠. 반기문 총장이나 오바마 美대통령 등 세계적 리더들이 추진하는 것처럼 핵 보유개수를 계속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핵이라는 것이 강대국 내에서 이익집단의 산업논리와 결부되어 있는 것이라 (갑작스럽게) 줄여나가기가 쉽지는 않겠지만요.


아무리 오바마 대통령과 같은 리더들이 추진한다 해도 정권의 기한에는 한계가 있지 않나요? 정권이 바뀌면 핵 보유개수 감소 정책이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요?

KS 정권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여론의 흐름이 중요합니다. 여론과 이를 재생산하는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한거죠. UN에서 하고자 하는 것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유투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이용해 홍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한반도 내의 핵무기 논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KS 북한이 가져갈 수 있는 전략적 키가 핵무기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JH 사실 중요한 것은 북한에 대한 핵 억지력을 유지하는 것이 맞습니다. 우리는 북한 핵이라는 이슈에 대해 주의 깊게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목전(目前)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아요. 안보에 대한 불감증이 심한 겁니다. 핵무기에 대해 주의 깊게 생각하고 뚜렷한 의식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안타깝습니다.


영상 제작할 때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JH 외국인들 인터뷰했던 것이 기억에 가장 남아요. 마감 전날 갑자기 ‘사람들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넣자고 결정했거든요. 편의점에 가서 50개의 커피 캔을 카드로 긁고 돌아다니면서 돌리기 시작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호의적으로 해주더라구요. 너무 감사했죠. 그 중에 보면 흑인 분 한 분이 나와요. 그 분이 남아공에서 환경관련 주제로 세미나를 오신 분이었어요. 알고 보니 정부 고위 관리셨더라구요. 마침 그 때 세미나 방문차 오셨던 건데 외국 교환학생인 줄 알고 요청했던 거죠. 흔쾌히 응해주시더라구요.


나중에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

KS 유네스코 산하의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요. 국제사회의 평화나 안보 문제 등 빈부격차를 줄이는 등의 일을 홍보하고 알리는 일에 종사하고 싶거든요

JH 개인사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경신 씨는 UN관련 직업을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으시다면요?

KS 세계여행을 하기 전이었는데요. 어느 날 신문을 펼쳤는데 김정태 사무관님의 기사가 있었습니다. 세계평화에 대한 글을 감명 깊게 봤었는데 (막상) 세계 여행을 다니면서 빈부격차를 다수 볼 수 있었어요. 세계적으로 빈부격차가 심각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거죠. 조그마한 아이가 기념품 파는 걸 많이 볼 수 있거든요. 인간답게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라는 게 가슴이 아팠고, 다른 일보다는 그런 일들에 기여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남미 국가들도 심했고, 아르헨티나나 브라질같은 곳은 치안문제가 심각하거든요. 그게 다 빈부격차에서 나오는 거거든요.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고, 꿈이나 소망 같은 것을 가지고 살지 못하니까 그런 게 힘들었던 거죠.

강대국 시각이 매우 강해요. 그 친구들은 못 사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사회를 바라보는 데 약하다고 할 수 있죠, 우리는 두 가지 입장을 다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끼인나라예요. 개발도상국의 지위를 가지고 있거든요. 다양하게 공부하고 다양한 시각으로 세계 정세를 바라보고 중립자적인 입장에서 국제이슈에 관해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JH 저희 세대만 해도 여행을 많이 하는 세대인데, 앞으로 올 사람들은 더 자유롭고, 이전처럼 국제적인 이슈에 대해 논평할 수 있는 수준이 없었다면 이제는 평등화되는 시대가 오는 거죠. 어디에 살고 있는가는 문제가 되지 않는거죠. 한국에서 알게 된 지엽적인 정보를 가지고 만든 건데 세계적인 UN기구에서 상영되기도 했잖아요. 자기가 목소리를 내고 싶으면 낼 수 있는거죠. 막대한 돈이 들어가야 된다는 고정관념, 서양인들이 앞서 갈 것이라는 고정관념, 영상제작 능력이 우수한 사람들이 투입될 것이라는 고정관념. 이런 고정관념들을 타파할 때 해 볼만 하다는 거죠. 일단 해봐라. 도전하면 가능하다는 거죠. 


요즘 언론에서 20대에 대해 다루는 것을 보면 20대를 안 좋게 보는 시선들이 많은데, 20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KS 사회가 ism화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자신이 주어진 법과 테두리 안에서 그에 맞게 살아가는 거죠. 사회구조가 고정화되어가니까. 자신이 보는 시선으로 사회를 규정하고 적응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 ism [izm] n. 주의, 학설, 이즘(doctrine)

인 간은 끊임없이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해석하고 바꾸려 노력해 왔다. 세계를 향한 인간 태도와 시도가 응축된 것이 이즘이다. 그런 점에서 이즘 역사를 좇는다는 것은 인간이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변화시키려 분투했는지 그 자취를 더듬는 일이기도 하다.

이즘 - 철학.정치 편 (인간이 남긴 모든 생각)





JH 요즘 학생들은 계량적인 사고가 강한 것 같아요. 스펙을 쌓고 대기업이라고 하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똑같은 스펙만 찍어내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획일화된 경쟁력은 현재 쓸모가 없다고 봅니다. 시야를 세계로 넓혀라라고 말하고 싶어요. 이제 우리는 국경 없는 시대에 살고 있고, 무한 경쟁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탈피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무한 경쟁시대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대세이고, 인재시장에서도 유효한 문제인데, 이런 시기에 오히려 20대가 스펙을 쌓거나 하는데에 올인한다는 것은 자신의 경쟁력을 더 갉아먹는 것이라는 거죠. 오히려 일차원적인 제조업들은 인도나 중국이 더 잘해요. 오히려 우리는 어떤 분야에 전문가가 되어야지. 두루뭉실하게 스펙쌓기에 올인하면 안된다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KS 20대가 움직였으면 좋겠어요. 행동으로 나서야 한다는 거죠. 직접 증명하고, 결과로 보여주면 주위의 시선도 바뀐다는 거예요.

JH 그릇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쟁력이 더 이상 학점에서 온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여러가지 경험을 통해 그릇부터 키우는게더 중요하다고 봐요.


경신씨는 광장에서 즉석으로 하는 음악회를 기획하고 있고, 종환씨는 4대강에 대한 토론대회 참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후에는 플래시몹과 같은 새로운 일에 또 도전하고 싶다고 하고요.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 주변을 넘어 세계를 바라보는 두 분의 마인드가 멋지기도 하면서 한 편으로 부러워지는 시간이었습니다. 20년 후에 세계에서 그들의 활약상을 지켜볼 수 있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