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경선 후보의 ‘저녁이 있는 삶’이란 공약이 나왔을 때 사람들은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졌다. 어릴 적 같이 모여앉아 밥을 먹던 저녁은 사라지고, 앞만 보고 달려온 사람들에게 힐링을 선사해주는 공약이었다. 이 공약은 큰 관심을 끌었지만 손 후보가 결국 경선에서 떨어지며 ‘저녁이 있는 삶’이란 공약도 묻혀버렸다. 그렇다면 이렇듯 경선에서 떨어진 후보의 공약이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공약들은 없을까? 이번 선거 기간에 나왔다가 묻힌 공약들, 하지만 다시 보면 눈이 번쩍 뜨일 공약일 수 있다. 20대들, 이들 중 끌리는 공약 없나요?



하나,

최저임금 2배 인상, 88만원 세대를 150만원 세대로
- 새누리당 경선 후보 임태희

방학이 되었다. 집에서 뒹굴뒹굴 놀기보다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런데 구하기가 정말 힘들다. 매일 컴퓨터 앞에서 알바사이트를 들여다본다. 마음에 드는 공고가 뜨자마자 전화를 하고 다음 주 월요일부터 나오란 소리를 들었다. 그렇게 어렵게 구한 아르바이트, 하지만 한 시간 땀내며 일해도 밥 한 끼 먹기 힘들다.

2012년 현재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작년에 비해 6.0%인상 되어 시간당 4,580원이다. 2013년도에는 여기서 6.1% 인상되어 시급 4,860원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흔히 비교되는 맥도날드의 빅맥세트가 하나에 5200원이다. 한 시간 일해서 저녁으로 빅맥세트를 먹을 수 날은 내년에도 오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 임태희 대선 경선 후보의 공약 중 20대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것이 바로, 최저임금 2배 인상이다. 임태희 후보는 “최저임금을 매년 10%씩 인상하면 5년 후에는 88만원 세대를 150만원 세대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최저임금의 두 배라면? 시급 9160원이다. 점심으로 빅맥세트를 먹고, 후식도 챙겨먹을 수 있게 된다.


최저임금의 인상은 분명 중요한 문제이다. 문재인 후보도 “최저임금을 전체 노동자들 평균 임금을 고려해 그 50% 수준인 7000원이 되게 할 것”이라고 공약을 걸었다. 높아지는 물가와 고액의 등록금. 대학생들이 스스로 학비와 생활비를 버는 길은 고되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 3월 전국 186개 4년제 일반대학의 2012년 등록금 현황을 공시했다. 이에 따르면 대학들의 연평균 등록금은 670만 6,000원이었다. 1년 학교를 다니기 위해선 88만원씩 7달을 꼬박 일해야 한다. 스스로 학비를 벌어 학교를 졸업하려면 4년이 아닌, 8년이 필요하다. 대학생들을 위해서 너도나도 반값 등록금을 앞세우고 있지만 최저 임금 인상도 반드시 논의되어야 할 문제다.





둘,

직장인의 ‘저녁이 있는 삶’과 미래를 위한 ‘청춘연금’
- 민주당 경선 후보 손학규



20대의 직장인은 피곤하다. 쉴 여유가 없다. 퇴근시간은 상사의 눈치를 봐야하고, 야근은 선택사항이 아닌 의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9월 16일 발표한 ‘한국 고용의 현주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44.6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경선 후보 손학규는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평균 근로시간을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또한 “연간 노동시간을 2000시간으로 단축하면 줄어든 노동시간만큼에 해당하는 73만개의 새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점도 장점으로 들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으로는 정시퇴근제, 법정 연장근무에 휴일 근무시간 포함, 최소 휴식시간제 및 노동시간 상한제, 연차 휴가 등을 연계한 여름휴가 2주 확대, 맞벌이 부부의 선택근무제 도입 등을 제시했다.

‘저녁이 있는 삶’은 말 자체로도 많은 사람의 마음을 흔들었다. 한국사회에서는 저녁이 없어진지 오래다. 온가족이 함께 모여 저녁을 먹던 것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함께 저녁을 보낸 다는 것은 단지 쉰다는 의미를 벗어나서, 서로에게 공감하는 시간을 갖는 의미다. 2012년도의 키워드는 ‘힐링’이었다. 앞만 보고 달려오다가 이제는 지쳐버린 시기가 온 것이다. 여기저기서 ‘힐링’이란 단어를 쓰고 TV프로그램으로는 ‘힐링캠프’가 등장하기도 했다. ‘저녁이 있는 삶’은 많은 직장인들이, 가족들이 ‘힐링’할 시간을 갖게 할 공약이다.


손 후보는 ‘저녁 있는 삶’과 더불어 미래의 20대를 위한 ‘청춘연금’도 공약으로 내세웠다. ‘청춘연금’은 아기가 태어난 후 부모와 정부가 함께 매달 저축해 성인이 되면 목돈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20대는 이를 학자금이나 창업 자금 등으로 쓸 수 있다. 목돈이 필요한 미래의 20대에게도, 양육비 걱정에 결혼과 출산을 망설여야 하는 현재의 20대에게도 매력적인 정책으로 다가온다.



셋,

20대 남자들의 고민 해결해 줄게! 모병제 실시
- 민주당 경선 후보 김두관


배우 이민정은 지난 2009년 SPC 그룹의 해피포인트 카드 광고 캠페인 때문에 곤욕을 치룬 적이 있다. CF중 ‘입영통지서’ 편에서 이민정이 “국방의 의무 축하해”, “정신 좀 차리겠구나”, “면회는 자주 가줄게” 라는 가사의 노래를 부르며, 케이크를 들고 축하해 주는 모습이 담긴 모습이 전파를 타고 방영되었기 때문이다. 이민정은 CF를 접한 네티즌의 뭇매를 맞았고, 광고 기획자는 사과 글을 올리기까지 했다. 이만큼 군 입대 문제는 남자들에게 예민하고, 고민스러운 일이다. 이런 남자들을 위한 파격적인 공약이 있다.

김두관 민주당 경선 후보는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를 전면 도입 하겠다”고 공약을 내세웠다. 그는 “젊은이들은 군 입대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일 없이 자신의 꿈과 역량 강화에 집중해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키워나가게 된다”며 모병제 추진 이유를 들었다. 국방력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현대전쟁의 승패는 병력 수가 아니라 첨단기술과 무기에서 판가름 된다”고 말했다.


공약만으로 신선했다. 이상적으로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꼭 해야 할 일이었다. 대부분의 한국 남자들이 20대 초반에 세상과 단절된 2년의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한 과감한 문제제기였다. 김 후보의 모병제 공약은 대한민국의 20대 남자가 겪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인 군대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이뤄지기만 하면 가장 좋은 ‘청년 공약’이었다.





넷,
인터넷 쇼핑하기 편하게! 엑티브 엑스 폐지
- 안철수 후보

인터넷쇼핑몰에서 너무 마음에 드는 옷을 찾았다. 구매하기 버튼을 누르고, 집주소를 적어 넣는다. 혹시 모르니, 부재시 경비실에 맡겨달라는 메시지도 적는다. 이제 마지막, ‘결제하기’를 누른 순간 우리가 보는 것은 결제창이 아닌 엑티브 엑스를 다운 받으라는 창이다. 귀찮지만, 다운받지 않으면 결제할 길은 없다. 엑티브 엑스 다운을 누르는 순간, 내가 적었던 정보들은 모두 날아간다. 짜증이 가득한 손길로 열심히 다시 주소를 적는다. 다시 결제창을 누른 순간! 또 뭘 설치하란다. 이를 해결해줄 공약, 안철수 후보의 ‘액티브 엑스’ 폐지가 있다.


엑티브 엑스는 인터넷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용 플러그인으로 인터넷 문서나 콘텐츠를 사용자 컴퓨터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인터넷 기술이다. 그동안 특정 웹사이트에 접속할 때마다 엑티브엑스를 설치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진심캠프의 홍종호 국민정책총괄본부 간사는 “온라인 상거래를 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액티브 엑스는 국민들의 일상을 짜증나게 하고 있다”며 민간 차원의 대체기술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엑티브 엑스의 불편함은 인터넷 쇼핑할 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액티브엑스 설치가 필수적인 상당수의 웹사이트는 인터넷익스플로러 이외의 모질라의 파이어폭스(Firefox), 구글의 크롬(chrome)의 웹브라우저에서는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없다. 또한 엑티브 엑스를 깔며 발생하는 문제들도 있다. 함께 설치된 광고나 잡다한 기능들이 컴퓨터 사용을 불편하게 하고 , 많은 엑티브 엑스 설치로 PC속도도 느려진다. 이미 여기저기서 엑티브 엑스에 대한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을 때, 이 공약이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