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홈페이지



드라마 ‘학교 2013’의 인기가 뜨겁다.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률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고, 이제는 월화극 시청률 1위 MBC '마의‘를 3%차이까지 바짝 쫓아왔다. ‘학교 2013’의 인기 요인은 현실의 학교를 실감나게 풀어냈다는 데에 있다. 젊은 세대는 공감하며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고, 연령대가 높은 시청자들은 자신들 세대의 학교와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에 충격을 받으며 드라마에 집중하게 된다.


그런데, 교복 입은 주인공들이 우루루 나와 갈등과 화해를 반복하는 장면들. 낯설지 않다. KBS ‘공부의 신’, ‘꽃보다 남자’, ‘드림하이’, MBC '장난스런 키스‘, SBS '아름다운 그대에게‘ 등의 드라마에서도 줄곧 봐왔던 풍경이다. 갈등의 이유나 해결방식, 등장하는 배우 등은 물론 다르지만, 그들이 교복을 입고 있는 학생이었다는 점, 갈등과 화해가 학교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학원물 드라마가 사랑받는 이유는 ’학교‘라는 소재 자체가 누구나 경험해 본, 거부감이 들지 않는 소재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공감을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교‘는 어떤가?


고등학교 생활을 그린 드라마들이 줄기차게 방영돼 온 것과는 대조적으로, 최근 대학생활을 그린 드라마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대학교가 고등학교보다 공감도가 떨어지기 때문일까?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80%를 뛰어 넘고, OECD 국가 중에서도 단연 1위이다. 대학이 의무교육이 되다시피 했다는 말 마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렇게 캠퍼스 드라마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은 늘어났음에도, 역설적으로 캠퍼스 생활은 브라운관에서 종적을 감췄다.


ⓒ MBC 홈페이지



7,8년 전 까지만 해도 캠퍼스는 브라운관에서 사랑받는 소재였다. MBC 인기 시트콤 ‘논스톱’이 대표적이다. 2000년 5월부터 방영되기 시작한 MBC 인기 시트콤 '논스톱‘ 시리즈는 2005 10월 ’논스톱5‘가 종영하기 전까지 그야말로 논-스톱했다. ’논스톱‘은 한국 공중파 프로그램 중에는 드물게 시리즈제로서 장수하였는데, 평일 저녁 7시가 되면 자연스레 MBC로 채널을 돌릴 정도로 ’논스톱‘의 인기는 대단했다. 조인성, 한예슬 등의 톱스타들을 배출했고, 2002년에는 ’장나라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논스톱’ 이전에도 1990년 MBC '우리들의 천국‘, 1992년 KBS '내일은 사랑’, 1997년 MBC '레디 고‘, 1999년 KBS '광끼’, SBS '카이스트‘ 등 캠퍼스 라이프를 그린 드라마들이 꾸준히 인기를 누렸다. 이들 드라마에서는 장동건, 이병헌, 원빈, 윤손하, 김현주 등의 당대 청춘스타들이 출연해 대학생들의 도전과 열정, 풋풋한 사랑 등을 아름답게 그려냈다.


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15년 넘는 세월동안 꾸준히 사랑받던 캠퍼스 라이프와 대학생들의 낭만은 2004년 SBS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이후로 브라운관에서 사라졌다. 대신 MBC ’하이킥 짧은다리의 역습‘의 백진희 처럼 학자금대출, 알바, 취업난에 허덕이는 대학생의 모습만 남았을 뿐이다. 캠퍼스가 드라마에서 종적을 감춘 이유는, 지금 현실의 대학생들에겐 드라마에 필요한 사랑, 도전, 열정, 낭만 등을 그려낼 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