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1일을 기점으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실행되었다. 해당 조항은 1년 이하 일하는 수많은 아르바이트생에게 ‘수습 기간’을 적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합리하다는 공감 속에서 개정되었으며, 이로 인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은 물론이고 각 계층의 사람들이 불합리한 ‘수습 임금’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모아졌다. 그러나 현실을 들여다보면 법 개정 전이나 개정된지 반년이나 지난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최저임금을 못 받는 것은 물론이고, 제대로 받는다고 하더라도 수습이라는 명목으로 꽤 긴 기간 동안 저임금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고함 20>에서 고용자의 입장과 사용자의 입장을 넘나들며 최저임금의 실상을 알아보았다.




"최저임금법을 알든 모르든, 제 돈 주고 고용하기 아까운 건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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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달에 시급은 4500원 줘요.” 대학가 S노래방의 알바면접에서 사장은 이렇게 운을 뗐다. '최저임금을 왜 주지 않느냐'는 물음에 “근데 여기 일을 다 모르잖아요? 한두 달 배우면 더 주죠. 5천 원도 나와요. 그런 거는 따질 거 없잖아요.”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작년부터 바뀐 법안에 관해서는 아직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으나, 이를 위반하면 처벌받는다는 말에 "1000만원이고 2000만원이고 내가 알아서 하는 거고요. 그쪽에서 그렇게 알아서 하려면 하고. 근데 여기서 일했어요? 신고하게?"라며 오히려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결국 면접은 "그러면 딴 데 알아봐요. 그렇게 따질거면"이라는 말과 함께 끝났다.


“저희는 최저시급 다 줘요.” 대학가 J pc방 사장의 목소리는 당당했다. 그는 개정된 법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으며 오히려 이를 이용할 줄 알았다. “저희는 알바 뽑을 때 꼭 1년 근로계약서를 씁니다. 그래서 원래 3달 동안은 수습임금으로 나가야하는데, 3달 이상 근무한다고 한 말 지키면 그 이상을 지급하겠다고 계약하는 거죠.” 즉 1년 넘게 일하는 근로자에게는 수습사용을 허가하는 법을 통해 사실상 단기근로자에게도 수습임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사장은 알바생들이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해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거의 대부분이 거짓말쟁이라고 보시면 돼요. 그렇게 들어와서 일은 개판으로 하고 일찍 나가는 거예요. 그런데 1년 근로계약서를 쓰고 나서는 조기에 관두는 애들이 거의 없어졌어요.”라는 그의 말에서는 당연함 혹은 당당함이 느껴졌다.

수습사용을 하는 곳의 사장은 개정된 법을 ‘모르는 사람’과 ‘아는 사람’, 이렇게 두 분류로 나뉜다. 그러나 개정법을 알건 모르건 간에 ‘수습'을 향한 그들의 태도는 한결같다. 일을 제대로 못하는 근로자를 제 돈 주고 사용하기가 아깝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말처럼 아르바이트에도 정말 수습기간이 필요한 것일까?



아르바이트에 수습이 정말 필요합니까?

최저임금법의 개정은 단기 근로자들이 대부분인 아르바이트의 경우 수습임금, 즉 최저임금의 90%를 주면서 가르쳐야 할 정도로 어렵거나 힘든 일이 아니라는 취지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수습을 두어야한다는 사장들의 생각은 달랐다.

“일 가르칠 때 사람을 하나 더 붙여서 가르쳐요. 사람 붙여서 일 가르치는데 저는 돈이 따블로 나가잖아요? 그거 한 300백원 차이 얼마 안 되잖아요. 뭐 일이 숙달될 때까지 만이지 마음에만 들면 5천원이고 6천원이고 주고 그러는 거지.” - S 노래방 사장

“하는 일은 카운터를 보거나, 이런 저런 일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나 청소 같은 거죠. 저희는 보통 보름을 가르쳐요. 매니저나 사장이 붙어서요. 쉽게 말해서 알바를 당장 갖다놓고 하루 이틀 배워서 일해라 하면 그게 제대로 될까요? 적어도 한두 달 이상 근무해야 어느 정도 하는 거죠. 보름을 가르치기 위해 저희는 엄청난 수고를 해야 돼요.” - J pc방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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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실제로 일하는 근로자들이나, 최저임금 제대로 주고 수습도 쓰지 않는 사장의 말은 앞선 인터뷰와 반대였다. 굳이 몇 달이나 수습기간을 둘 정도로 일이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솔직히 (수습을 할 정도로) 일이 어렵지는 않아요. 그냥 카운터 보고 청소하고 정도라서... 매니저쯤 되면 어려운 일도 좀 하고 그러는데, 저 같은 아르바이트의 경우는 쉽죠.” - 현재 pc방 알바생

"일이라고 해봐야 파는거 얼만지, 어디에 있는지 외우는 거랑, 카운터보고 청소하는 것 밖에 없어요. 보름이나 힘들게 가르친다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에요." - 前 pc방 알바생

“수습기간을 3달씩이나 할 필요가 뭐가 있습니까. 한나절이나 이틀이면 다 배우지. 이게 특별한 기술이 뭐 있냐고요. 책을 가져다 놓고 공부할 것도 아니고. 수습은 저기 월정 정규직이나 3개월씩 하는 거지 아르바이트는 그런 거 할 필요가 없어요.” - S 편의점 사장

인터뷰를 보면, 사장과 근로자가 다른 환경에 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굳이 ‘수습기간’이 필수적으로 한 달에서 많게는 세 달까지 있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회의감이 앞선다. 업무의 단순함을 고려할 때, 아르바이트라고 불리는 단순 노동직에서 정말 수습이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기간은 많아야 3일 정도다. 그 이후에 만일 일이 서투르다 하더라도 사장에게 실질적인 손해를 입힐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많은 근로자들이 위법적으로든 법망을 교묘히 피해서든, 수습기간을 통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법은 두 손 놓고 지켜볼 수밖에


물론 근로계약서를 쓰지도 않고 수습임금을 주거나, 모르는 척하면서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금액을 지불하는 위법적인 사업장에 대해서는 신고를 통해 법의 심판(수습사용과 관련된 법률은 1부 "수습기간이라고 최저임금도 못받아요" 참고)을 받게 할 수 있다. 또한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않았다’라는 핑계로 제 임금을 주지 않는 사업장도 다음과 같은 법률들에 의해 처벌받는다.


최저임금법 제6조(최저임금의 효력)
① 사용자는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② 사용자는 이 법에 따른 최저임금을 이유로 종전의 임금수준을 낮추어서는 아니 된다.
③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근로계약 중 최저임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임금으로 정한 부분은 무효로 하며, 이 경우 무효로 된 부분은 이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액과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본다.


최저임금법 제11조(주지 의무)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사용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최저임금을 그 사업의 근로자가 쉽게 볼 수 있는 장소에 게시하거나 그 외의 적당한 방법으로 근로자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20조(위약 예정의 금지)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체결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러한 법률도 ‘근로자나 기타 누군가가 신고를 하지 않는다’거나, 앞서 언급한 사례와 같이 ‘사장이 교묘하게 법망을 피한다’면 근로자를 구제할 방법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 고용노동부 관계자의 ‘1년 이상 근로계약서를 쓴 경우, 수습사용에 관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은 이러한 법의 허술함을 증명하고 있다.

물론 '신고제' 또한 첫번째 기사에서 언급했듯이 실질적으로 이용하기 어려운 법안이다. 1년 미만 근로자의 수습사용이 위법임을 인지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따질 거면 하지 말라”는 식의 업주들을 보면, 애초에 사장들에게 신고제라는 것이 그리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법은 ‘위법한 행위를 할 때’ 한 번, 그리고 ‘법망을 피해갈 때’ 또 한 번,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다.



추가 법규를 통해 해결해야

첫번째 기사에서 언급했듯이 법적 제안보다 사실상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은 ‘교육’이다. 최저임금법의 제정목적에 대한 공감하고 이해하려면 이에 대한 교육을 먼저 받아야 한다. 임금과 노동에 대한 교육을 못 받은 채 젊었을 적 최저임금도 못 받고 아르바이트를 한 사람들이 후에 사장이 된다면, 그들 또한 근로자에 대한 부당한 처우를 대물림하기 쉬워지고 그렇게 악순환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그러나 실질적으로 교육의 문제가 빠른 시간안에 바뀌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교육이 바뀌기 전에 일단 시행되어야 할 것은 ‘관련법안에 대한 홍보’와 ‘법적 보완’이다. 기본적으로 법 자체를 알고 있지 못하는 사용자나 근로자 모두에게 법에 대해 제대로 인지시킨 후에, 그 법을 피하는 이들을 정확하게 짚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법적보완의 방법으로는 먼저 ‘신고제의 보완’이 있다.

앞서 언급하였듯, 법적 사실을 알건 모르건 간에 교육을 통해 권리의식이 향상되지 않는 한 이를 신고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최저임금법 위반에 대한 벌금이 꽤 큰데도 불구하고(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이는 병과할 수 있다.) 위반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것은, 자신은 신고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종의 믿음이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현재 유지되고 있는 신고제의 원칙을 어느 정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 현재 고용노동부에서 내놓은 방침인 ‘모든 사업장에서 최저임금 이행여부를 점검’과 ‘사회공헌일자리와의 연계, 시민감시단 등을 통한 감시와 홍보’ 또한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와 더불어 최저임금보호와 관련한 취약사업장을 불시점검하는 등 좀 더 확실한 감시를 해야 한다.

‘1년 이상의 근로계약자’와 관련된 조항을 개정하는 것도 해결책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본래 최저임금법의 개정은 간신히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일하는 단순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용자가 1년 계약서를 쓰는 방식을 사용하게 된다면, 개정목적은 사실상 현실화되기 어렵다. 따라서 수습사용에 대해 ‘기간제’를 폐지하고 예컨대 ‘직종별 수습사용 허가제(고용노동부의 검토 아래 특정 직종에 한해서만 수습사용을 허가하는 제도)’ 등을 적용하는 것도 어느 정도 고려해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물론 앞선 법적 제안들이 복잡한 현실적 측면 모두를 고려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이 기본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는 근로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임을 고려한다면, 해당 법규의 개정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알 수 있다. 우리사회에서 법은 그저 존재함으로써 그 권위와 의미를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많은 사람의 권익을 지켜줄 때야 비로소 권위를 인정받는 것이다. 만일 법이 조금 더 사람을 바라보고, 사람 또한 조금 더 법을 바라본다면, 고작 돈 몇 푼에 울고 웃는 사회를, 이 불행한 현실을 어느 정도 탈피할 수 있지 않을까.

 

* 생활에 보탬이 되는 Tip!

고용노동부 민원마당 : http://minwon.moel.go.kr/minwon2008/petition/petition_07.jsp



                    자신이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 → ‘진정신고(민원신청)’ 클릭!

                    주변인이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 → ‘위반사례신고’ 클릭!



위와 같은 절차를 통해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신고,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