뽐뿌의 등장과 현실파악 부족한 정책들 

휴대폰 시장에도 나름의 변화가 있었다. 바로 인터넷을 통한 구매였다. 몇몇 판매자들이 인터넷에 할부원금을 공개하고 휴대폰을 팔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통신사로부터 받은 보조금의 대부분으로 할부원금을 깎았기 때문에, 예를 들어 한달에 74000원을 지불해야 하는 74000원 요금제를 쓰면 한 달에 5,6만원만 내면 되는 마이너스 요금제가 나왔다. ‘마이너스 요금제는 월 할부금보다 요금제 할인이 크면 가능하다. 할부원금이 낮을수록 마이너스요금제가 될 확률이 높은 것이다. 마이너스 요금제가 되거나 아니면 최신 폰임에도 낮은 할부원금인 인터넷 시장은 뽐뿌라는 사이트에 있는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휴대폰 뽐뿌란 게시판을 통해 확산됬다. 결국 갤럭시 S3가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 누군가는 인터넷을 통해 갤럭시 S3를 할부원금 17만원에 구매하고, 누군가는 같은 시기에 대리점에서 7,80여만원의 할부원금에 구매한 소위 3 17만원 대란이 벌어졌다. 뽐뿌를 대표로한 인터넷 휴대폰 판매자들은 박리다매를 원칙으로 일반 오프라인 대리점보다 보조금 차익을 줄인 만큼 많이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노린 것이다.

 

'마이너스 요금제'의 대표적 유형. 제일 위에 있는 요금제의 정가보다 제일 아래에 있는 실제 월 청구액이 더 싼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는 예전보다 비활성화 되었지만, 온라인 휴대폰 시장의 메카였던 '휴대폰 뽐뿌'

이렇게 온라인/오프라인의 시장이 형성되었지만, 온라인 시장의 정보를 얻지 못한 사람들과 대다수의 중년층들은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것을 신뢰하지 않아 대부분 오프라인으로 구매해왔다. 그렇게 양 쪽의 시장에서 전혀 다른 휴대폰 판매 양상을 보이고 있을 때, 방송통신위원회는 휴대폰 문제에 적극 개입하며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았다.

ⓒ 이데일리 보조금은 매일 변동해왔고, 방통위는 결국 제제안을 내놓는다.


이용자 편익과 공정한 경쟁의 저하 우려너무나 비싼 휴대폰 가격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방통위에서 내놓은 정책은 보조금 상한선이다. 통신사에서 어떤 기기라 하더라도 27만원 이상의 보조금을 주지 못하게 한 것이었다. 결국 대리점에서 판매하는 가격은 더 올라갔고, 온라인 판매자들은 방통위의 눈을 피할 수 있는 새벽이나 주말 위주로 보조금을 많이 지급해 판매했다. 이 외에도 1년 전 진짜 가격을 소비자가 알게 하자는 취지에서 휴대폰 가격 표시제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공짜폰만 가득하다. 대리점들은 매일 매시간 보조금이 바뀌는 데 휴대폰 가격 표시제를 어떻게 하나는 입장이다.

거기에 온라인 판매상들은 실구매가라는 방법을 도입해버렸다. 보조금 상한선을 지키면 높은 할부원금이기 때문에 일단 높은 할부원금을 제시하고, 휴대폰을 구매할 경우 현금을 통장으로 직접 지급해 실 할부원금은 보조금 상한선을 넘게 해서 저렴하게 판매한 것이다. 예를 들어 겉보기에는 보조금 20만원이 지급된 할부원금 70만원이지만, 실제로 통장에 30만원을 지급해 실구매가 40만원이라고 제시한 것이다. 보조금 상한선의 허점을 이용한 방법이다. 실구매가는 최근 거성모바일이라는 인터넷 판매상이 통장으로 지급하기로 한 돈을 지급하지 않고 최소 150억 정도의 이득을 챙긴 뒤 잠적해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네이버에 개설된 거성 모바일 피해자 모임 카페

그러다 방통위는 2012년 말 보조금 상한선을 통신사들이 지키지 않았다며 세 통신사에게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영업정지 처분에 의해 올 15일부터 LG U+를 시작으로 세 통신사가 순차적으로 번호이동, 신규가입을 통해 새로운 고객을 유치할 수 없다. 여기에 폰파라치제도를 도입했다. 대리점이 보조금 상한선을 넘는 보조금을 지급할 경우 소비자가 신고해 20만원부터 100만원까지의 포상금을 받게 하는 제도다.

 

일명 '폰파라치' 제도의 설명문.

 

문제는 이러한 방통위의 정책들은 실질적인 휴대폰 가격 저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나마 인터넷을 통해 저렴하게 구입하던 소비자들까지도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는 길이 막혀버렸다. 게다가 그런 소비자들의 경우 대리점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 경험을 해보았기 때문에 다시 온라인 시장이 활성화될 때까지 휴대폰을 구매하지 않는다. 아예 휴대폰 시장이 얼어붙은 것이다. LG U+가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다음 날 KT측에서 LG U+가 영업정지를 어기고 휴대폰을 판매했다고 신고하는 등 혼란도 빚어지고 있다. 결국 방통위의 정책들은 별 효과도 보지 못한채 시장만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휴대폰 가격 두 번째로 비싼 한국, 해결책은 공개된 휴대폰 판매 구조 

우리나라의 휴대폰 가격은 전 세계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를 주름잡는 휴대폰 제조회사인 삼성, LG, 팬택의 모국이지만 가장 비싸게 휴대폰을 구매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판매 구조가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 외국은 제조사가 직접 소비자에게 휴대폰을 판매하고, 휴대폰을 구매한 소비자가 통신사를 고르는 방식과 우리처럼 통신사와 약정을 해 저렴하게 구입하는 방법이 공존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통신사와의 약정을 통한 거래와 별개로 제조사들은 다른 제조사들과 가격 경쟁을 벌이고, 휴대폰의 가격은 지속적으로 공개된다.


수많은 대리점에 휴대폰 가격 얼마가 아니라 휴대폰 공짜라는 애매한 말이 붙어있는 우리와 달리, 외국은 가장 먼저 휴대폰 가격을 제시한다. 그렇게 열려있는 휴대폰 판매 구조가 결국에 통신사가 소비자들로부터 폭리를 취하는 것을 방지한 것이다. 20126월 도입된 블랙리스트 제도는 대리점을 거치지 않고 유통사나 해외에서 구입한 휴대폰을 USIM칩을 통해 등록만 하면 소비자가 통신사를 직접 고를 수 있게 한 제도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 실용성 있게 이용되지 않고 있다. 블랙리스트 제도의 활성화나 현재 지급되는 보조금과 할부원금을 제시해 공개된 휴대폰 거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소비자들이 천차만별인 휴대폰 시장 속에서 호갱님’(터무니없이 비싸게 휴대폰을 산 고객을 비웃는 신조어. 호구+고객을 합성했다)이 되지 않기 위해 방통위의 눈을 피해가며 휴대폰을 구매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