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란 나라가 정말 궁금하군” 스티브는 말했다.
“도대체 영어를 얼마나 잘해야 그 나라 국민이 되는거야”  그는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었다.
대꾸할 말이 없었다.                                                                  -소설 ‘토익만점 수기 중’-
 


험난한 입시를 거쳐 대학에 들어온 20대에게 더 이상 자신을 옥죄는 수능과 같은 거대한 짐이 없다고 생각 하는게 보통이다. 물론 고등학교 선생님들의 달콜한 속삼임들 대학가면 이제 너희 자유다 와 같은 순진한 말들 또한 숱하게 들어왔을 것이다. 물론 되바라진 학생들에겐 그런 달콤함이 순진한 학생을 꼬드기는 말임을 인식한다. 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리는 순진하게 속아 넘어가준다. 지겹고 힘든 고생 끝에 어떤 희망이 오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다. 
 

막상 학년이 올라갈수록 우리들은 처절한 무한경쟁의 세계에 진입했음을 뼈저리게 느끼기 시작한다. 바로 취업이라는 관문을 통과하기 위한 여러 준비들 때문이다.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스펙 5종 세트라면서 말하는 것들에 대한 준비들을 말이다.
 

요즘 이런 스펙 경쟁에 몰두하게 하는 사회 환경에 대한 여러 비판적인 글들을 접할 수 있다. 삼포세대라고 불리 우며 무한경쟁에 내몰게 하는 사회 구조의 문제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은 일견 옳은 말이다. 그러나 스펙을 쌓기 위해 하는 대외활동은 학과공부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면 사실 그리 비판적으로 볼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청춘들이 겪어 봐야할 다양한 경험을 한다는 취지에서 바라보면 말이다.
 

따지고 보면 다양한 경험들은 우리 20대들의 삶을 풍성하게 하며 미래를 살아가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항간에 떠도는 잉여 스펙, 즉 시간과 비용은 많이 들지만 과연 쓸모가 있을 까하는 의문시 스러운 것들도 있음을 부정할 수 없는게 사실이다. 바로 20대에게 해당하는 토익점수 따기 경쟁이 실제의 일엔 상관없지만 오로지 점수를 더 올리기 위한 잉여노력에 해당한다.  
 

물론 토익990점이 의미가 있을 순 있다. 그러나 실제로 어떤 업무에서 토익점수가 효력을 발휘 하는가 에는 의문이 있다. 사실 외국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업무를 빼곤 현실 업무에선 국내시장을 목표로 한다. 그렇다면 이들 국내를 놓고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ETS에서 인증하는 990점이 업무와 무슨 연관이 있느냐이다. 이에 대해 대학생 신현규(25) 씨는 "취업을 하기위해서 토익이 필요하다고 하긴 했지만 그게 효율적이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토익점수는 단지 이 사람이 우리 기업에 취업하기 위하여 어떠한 노력을 했나를 보는 정도의 수준이지 실제 업무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직관적으로 굳이 정밀한 분석을 하지 않더라도 영어능력이 필요한 업무영역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점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은 채용시 영어점수를 잘 반영하지 않는다.  25일 취업포털사이트 잡코리아가 중소기업 764곳을 대상으로 ‘신입사원 채용 시 외국어 실력 평가 방법’에 대해 조사한 결과, ‘토익시험 성적을 제출해야 하는 기업’은 16.4%에 그쳤다. 83.6%가 ‘토익시험 성적을 받지 않는다’고 답했다
 


구직자들이 토익 점수가 높을수록 서류를 통과하기 쉽다고 여겨지는 공공기관의 경우 토익점수에 상당한 가점을 준다는 점이다. 사실 공공기관들이야 말로 내국민들에게 공공서비스 및 재화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점수가 높을수록 합격률이 높아지는 점이 구직자들에게 은연중에 퍼진 사실들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영어능력 평가인지 의심스러운 점이다.
 

그럼 구직자와 채용기관들 사이 서로 쓸모없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실제로 낭비되는 비용을 측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기업이 일정정도의 영어수준을 넘어선 점수 보유를 위해 시간 및 여러 자원을 낭비하고 있는 구직자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여태까지 점수중심의 채용관행을 벗어나면 기업이나 취업준비생이나 서로 윈윈 하는 방법을 찾아 낼 수 있다. 일정한 정도의 영어점수가 필요하다면 ETS에서 제공하는 점수에 맞는 영어 능숙함 정도를 지표로 삼으면 된다. 그 이상은 서로 간 낭비되는 부분이므로 세밀한 조정이 필요하다. 점수보다 실제 회화 테스트를 통한 방법은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그 외에 공공기관이라면 국어능력 시험과 같은 걸 통해 측정하면 내국민들에게 정보나 서비스를 제공할시 정확한 문서와 보고서를 제공할 수 있다.
 

반가운 소식은 현재 고용노동부는 스펙중심의 채용관행에 대해 반대하는 모델을 제시했다.  고용노동부는 기존의 서류·필기·면접전형 대신 역량기반 지원서·역량 테스트·역량 면접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역량기반 지원서에는 학력·외국어점수·가족사항 대신 직무와 연관한 인턴·단체활동 경험을 적도록 했다. ‘성장과정’ 같은 질문은 업무에 필요한 성향(도전정신·글로벌 마인드 등)을 확인하는 질문으로 바꿨다.
 

 

기업이 앞서 말한 사회적인 낭비가 발생하지 않는 방향으로 채용방식을 이끈다면 구직자들도 그에 발맞춰 새로운 방향으로 취업을 위해 준비 할 것이다. 구직자들도 단순히 영어점수 몇 점 더 따기 위해 노력 하기 보다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직무에 맞는 방식의 채용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사실 앞서 말한 세밀한 인사채용 방식을 서둘러 도입하지 않으며 지식기반사회라고 불리는 21세기에서 경쟁력 아니 하물며 생존이라도 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지식기반 사회는 단순히 무얼 하나 더 외워서 점수가 높은 인재가 필요 한 게 아니다.
 

우석훈 박사의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에서 날카롭게 국내 대다수 조직의 위기를 짚어낼 당시 다품종 소량 생산시스템에선 창의력과 그에 수반한 숙련도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그러기 위해 조직의 기반이 되는 사람들의 암묵지와 같은 숙련이 필요하며 대체 불가능한 기술(skill)을 높이 는 게 요구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단순히 영어점수를 기준으로 하는 현재의 방식을 유지 하는게 정답일까? 그렇지 않다면 단순히 점수 따기로 기업과 구직자간 낭비되고 있는 현 문제 있는 채용방식에 대한 깊은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