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적 거세가 선고됐다. 10대 청소년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표 아무개 씨에게 징역과 함께 성충동 억제 약물치료’3년이 부과된 것이다. 법원은 표 씨가 성욕과잉이자 왜곡된 성의식을 갖고 있어 스스로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다. 약물치료가 표 씨의 과다한 성충동을 감소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약물치료 명령이유를 밝혔다. 약물치료에는 성생자극호르몬길항제(GnRH)라는 치료약물이 사용되는데, 성적충동이나 환상을 줄이고, 발기력을 일시적으로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비슷한 치료법을 이야기를 다룬 영화와 소설이 있다. 주인공은 살인죄, 강간죄 등으로 20년형을 선고받았다. 2년째 형을 살고 있던 도중 그는 한 의사로부터 치료법을 권유받는다. 그 치료를 받으면 교도소에서 나올 수 있으며, 사회에서 정상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설명을 듣는다. 설명을 들은 그는 치료를 감행하기로 한다. 치료는 간단했다. 하루에 한 번씩 주사기로 약물을 투여 받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이전처럼 불온한생각을 하는 순간, 온 몸에서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 약물은 부적절한 생각을 하는 순간 통증을 유발시키는 물질이었다. 그때부터 그는 자유롭게 생각할 수 없었다. 누군가를 때리는 생각만으로 통증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자살을 선택한다

위 치료법의 이름은 루도비코 치료법이다. 치료를 받은 이는 <시계태엽 오렌지>주인공 알렉스다. ‘루도비코 치료법은 비록 1962년에 쓰인 소설 속 허구라고는 하나 놀라울 정도로 2013년 지금과 닮아 있었다. 치료방법에서부터 비슷하다. 앞서 말했듯이 성충동 억제 약물치료는 치료를 통해 성적충동이나 환상을 줄인다. 루도비코 치료법 또한 불온한 생각을 억제시킨다. 성충동 억제와 달리 나쁜 생각을 일시에 줄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통증을 피하기 위해 나쁜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할 테니 결과적으로 나쁜 생각을 억제시킨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적용방법이 비슷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치료법 모두 치료자의 동의를 통해 시행된다. 알렉스는 감옥으로부터 빨리 해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사람들처럼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치료를 받는다. 마지막으로 두 치료법 모두 자유의지를 억제시킨다는 것이다. 루도비코 치료법은 통증이라는 정적 처벌을 통해 불온한 생각을 억제시키고 결국에는 자신 스스로가 자신의 생각을 검열하게 만든다. 약물치료는 성적충동이나 환상이라는 반응을 약물을 통해 감소시킨다. 처벌대상은 이제 그들이 하던 행동에서 더 나아가 그들의 생각까지 확장된다.

루도비코 치료법 Ⓒ 오렌지 시계태엽



결말은 어떨까? 앞서 말했듯, <시계태엽 오렌지>의 알렉스는 자살을 선택한다, 그러나 알렉스는 죽지 않는다. 그가 뛰어내린 높이가 사람이 죽을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가 자살을 선택한 이후 정부는 루도비코 치료법의 비인간성으로 비난을 받고, 알렉스가 병실에 누워있는 동안 그를 원래대로 되돌려놓는다. 그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간 것이다. 여기서부터 책과 영화의 결말이 갈린다. 책에서는 알렉스가 그간의 행동을 젊은 날의 치기로 여기고 정상적인 사회인이 되기로 마음먹는다. 영화에서의 알렉스는 정상적인 알렉스로 돌아간다. 여전히 불온한 생각과 행동을 하는 원래대로의 알렉스로.

영화는 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그 둘은 결말도, 전하는 메시지도 달랐다. 책은 인간이 태엽 감는 기계가 되는 것을 경계한다. 기계처럼 한 부분을 바꿔 인간을 개조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인간 그 자체를 변화시키길 우화적으로 그려낸다. 반면 영화는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결말로 <시계태엽 오렌지>를 마무리 짓는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영화 또한 인간다움을 강조한다. 인간은 기계처럼 본성을 바꾸거나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역설한다. 화학적 거세, 성충동 억제 약물치료는 과연 인간을 기계가 아닌, ‘인간그 자체로서 바라보고 있는가? 여기에 화학적 거세의 결말이 달려있다.